[명의와 함께] 녹내장, 젊다고 안심할 수 없다

김지은 기자 2026. 5. 8.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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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내장은 조용히 시신경을 망가뜨리는 병으로, 한 번 손상된 시신경은 되돌릴 수 없다. 환자는 10년 사이에 74%나 증가했고, 젊은 층도 예외가 아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우먼센스] 녹내장은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과 함께 3대 실명 질환으로 분류되는 병이다. 시신경이 손상되어 발생하며, 한 번 손상된 시신경은 회복되지 않아 방치하면 실명할 수 있다.

더 큰 우려는 환자 급증이다. 녹내장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사람은 2014년 한 해 동안 69만 9075명에서 2024년 121만 6421명으로 10년 만에 74%가 더 늘었다. 40세 미만도 6만5000여 명으로 이른바 '젊은 녹내장'도 무시 못 할 수준이다.

김영국 서울대학교병원 안과 교수는 "녹내장 환자 급증은 눈 CT로 불리는 안구광학단층촬영 확대 등으로 신규 진단이 증가했고, 녹내장의 주요 원인인 근시 인구 증가와 관련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가 실명을 막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서울대학교병원 안과와 같은 병원의 어린이병원 소아안과에서 성인 녹내장과 어린이 녹내장을 전문적으로 진료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병원 내에 소아 녹내장 클리닉을 개설해, 주로 전국의 3차병원(대학병원)에서 환자를 의뢰받는 4차병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김 교수는 "소아 녹내장은 대부분 선천성 희귀 질환으로 연 100~200명 환아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의과대학 안과학교실 교수로는 유일하게 한국차세대과학기술한림원 회원으로 선출되었고, 영국 에든버러의 왕립외과학회 펠로우 자격을 취득하는 등 국내외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180여 편의 녹내장 연구 논문을 권위 있는 학술지에 발표했고, 최근에는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생활 습관과 녹내장 발생의 관련성을 분석한 논문을 발표해 학계의 관심을 모았다. 또한 선천 녹내장 환아들을 위한 마이크로 수술로봇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김영국 교수의 '녹내장 바로 알기'

① 환자 120만명, 10년 새 74% 증가
② 환자의 77%는 정상 안압 녹내장
③ 젊은 녹내장은 고도근시가 주요 위험 요인
④ 조기 검진과 평생 관리가 핵심
⑤ 조기 치료하면 실명 가능성 매우 낮아
⑥ 역기 들기, 심야 스마트폰 보기가 안압 높여

사진 박정훈(이오이미지)

40세 이하 젊은 녹내장도 많아

근시가 주요 원인

녹내장은 어떤 질환인가요?
안압이 올라가면서 시신경에 혈류 장애를 일으켜 시신경이 서서히 손상되는 질환입니다. 이로 인해 시야에 결손이 생기는 거죠. 시야 결손은 시야가 좁아져 주변부가 보이지 않거나 얼룩덜룩하게 보이는 증상을 나타냅니다. 이런 증상을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시야가 완전히 좁아져 실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흔 이전이라도 녹내장을 안심할 수 없다고요?
예전에는 녹내장이라면 40~50대 이후에 생기는 질환이라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40세 이하 젊은 녹내장 환자도 늘어나고 있어요. 고도근시가 가장 큰 원인입니다. 근시가 생기면 눈동자가 뒤쪽으로 길어져 시신경에 변형이 일어날 수 있어요. 스테로이드 성분의 안약을 장기간 사용하는 것 또한 젊은 녹내장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여성 녹내장은 남성과 다른 특징이 있을까요?
녹내장은 성별로 큰 차이가 없어요. 그러나 여성은 50대 이후에 폐쇄각 녹내장이 비교적 흔합니다. 나이가 들면 눈 속의 수정체가 앞쪽으로 약간 이동하면서 눈 앞쪽 공간이 좁아져서 안압이 올라갈 수 있는데, 아무래도 눈이 작은 중년의 여성분들에게 폐쇄각 녹내장이 더 잘 생길 수 있습니다.

폐쇄각 녹내장은 무엇인가요?
녹내장은 크게 폐쇄각 녹내장과 개방각 녹내장으로 나눕니다. 눈 속에는 방수라는 액체가 생성되고 빠져나가는데, 이 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면 눈 속 압력이 올라가 녹내장으로 이어져요. 폐쇄각 녹내장은 눈 속의 구조물이 완전히 닫혀 있어 방수가 배출되지 못해 안압이 올라가서 발생합니다. 이와 달리 개방각 녹내장은 눈 속에 방수 순환 기능이 떨어져 발생한 녹내장을 말합니다.

방수 또한 생소한 용어인데, 어떤 역할을 하나요?
방수는 우리 눈 속에서 영양분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제거하는 아주 중요한 액체입니다. 눈 앞쪽 공간에서 생기는데, 순환을 하면서 일정한 부분은 눈 밖으로 빠져나갑니다. 방수가 배출되지 않고 눈 속에서 쌓이면 안압이 올라가 녹내장이 유발될 수 있습니다.

소아 녹내장은 성인 녹내장과는 어떤 점이 다른가요?
성인 녹내장은 진행 속도가 매우 느려 약물 치료, 레이저 치료, 수술 등 다양한 치료를 단계적으로 시도할 수 있어요. 반면에 소아 녹내장, 특히 선천 소아 녹내장은 태어날 때부터 안압이 아주 높고 빠르게 진행됩니다. 따라서 진단과 동시에 수술 일정을 잡고 수술을 합니다.

녹내장이 40~50대 이후에 생기는 질환이라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40세 이하 젊은 녹내장 환자도 늘어나고 있어요.

고도근시가 가장 큰 원인입니다.

높은 안압이 녹내장의 원인

정상 안압이라도 안심할 수 없어

높은 안압이 녹내장의 유일한 원인인가요?
녹내장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높은 안압이에요. 그러나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 국가에서는 안압이 높지 않지만 녹내장이 생기는 정상 안압 녹내장의 비율이 77% 정도됩니다. 안압이 수치상으로 정상이라도 개인마다 정상 안압 범위가 달라요. 똑같은 술을 마셔도 빨리 취하시는 분도 있고 취하지 않으시는 분이 있는 것처럼 눈이나 시신경이 좀 더 취약한 경우에는 안압이 높지 않아도 녹내장이 더 쉽게 생길 수 있는 겁니다.

한국인 녹내장 환자의 77%가 정상 안압이라는 건 놀랍습니다.
제가 추정하기로는 한국인의 높은 근시 유병률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근시가 생기면 시신경의 구조가 약해져요. 또 체질적으로 시신경으로 가는 혈액 순환에 제약이 있는 경우에도 정상 안압 녹내장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안압이 너무 낮아도 문제가 생길 수 있나요?
낮은 안압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녹내장 수술 후유증으로 안압이 너무 낮아지면 망막이나 맥락막에 주름이 지고 황반부에 병이 생기면 영구적인 시력 저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의사들은 녹내장 수술을 할 때 안압이 낮아지지 않도록 많은 고민을 합니다.

사진 박정훈(이오이미지)

조기 발견, 조기 치료가 중요

40세 이상은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녹내장이 생기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요?
개방각 녹내장은 말기에 이르기까지 증상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소리 없는 시력 도둑'이라고 해요. 반면에 폐쇄각 녹내장은 구조가 닫히면서 안압이 크게 많이 올라가기 때문에 두통이나 안통 같은 증상들이 꽤 자주 동반됩니다. 이로 인해 응급실에서 진단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녹내장을 조기 발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모든 질환이 그렇지만 녹내장도 초기에 진단해서 치료를 하면 아주 심각한 시력 저하로 가는 것을 대부분은 막을 수가 있어요. 병이 많이 진행된 다음에 치료를 시작하면 안타깝게도 실명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40세부터는 증상이 없어도 최소 1년에 한 번 정도는 눈 검진을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실제로 실명으로 가는 비율은 얼마나 됩니까?
그 비율은 정확하게 말할 순 없지만 매우 낮습니다. 다행히 우리나라 녹내장 환자의 80~90%가 해당하는 개방각 녹내장은 진행 속도가 매우 느려요. 정기 검진을 통해서 조기에 진단받고 적절히 관리하면 실명 걱정을 크게 안 해도 됩니다.

병원에서는 진단시에 어떤 검사를 합니까?
먼저 슬릿 램프(slit lamp)라는 현미경을 통해서 환자의 눈을 관찰해 안압이 오를 수 있는 구조적 원인이 있는지를 살펴보고 안압을 측정합니다. 높은 안압이 오래 지속되면 시신경이나 망막 위축이 발생하거든요. 요즘은 시신경 유두를 단층 촬영해 시신경 두께가 얼마나 얇아졌는지를 살펴보고 시야 검사를 해 녹내장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게 됩니다.

일상생활에서 어떤 징후가 있을 경우에 병원에 가야 하나요?
폐쇄각 녹내장은 50세 이상에서 한쪽 눈이나 한쪽 머리에 통증이 있으면 일단 녹내장을 의심하고 병원에 가볼 필요가 있어요. 개방각 녹내장은 증상이 거의 없지만 계단을 자주 헛디디거나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을 때 실수가 반복되는 경우에 녹내장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아요.

일반적인 건강검진에서 시행하는 검사만으로도 조기 발견에 충분한가요?
보통 건강검진에서 안압 검사를 하고 안저 사진을 찍어 시신경 검사와 망막 검사를 합니다. 스크리닝 목적이라면 이 두 가지 검사면 충분합니다.

40세 이상은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아야해요.

만약 이미 녹내장이 있거나 발생 위험이 있다면

야간에 스마트폰을 보는 등

안압을 높이는 행동을 피하는 게 좋습니다.

녹내장은 고혈압처럼 평생 관리하는 병

미세 임플란트 수술 등 최신 치료법 등장

녹내장에 진단되면 가장 먼저 안약을 처방하는데, 안약은 어떤 역할을 하나요?
안약은 방수 생성을 줄이거나 방수 배출을 돕는 역할을 합니다. 세면대에 물이 넘치면 수도꼭지를 잠그거나 배수 통로를 뚫어주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녹내장을 진단받으면 안약을 평생 사용하면서 관리합니다.

어떤 경우에 레이저 치료를 하나요?
약물 치료의 효과가 없거나 안약에 부작용이 있는 경우에 레이저 치료를 합니다. 방수가 배출되는 통로를 레이저로 넓혀줌으로써 압력을 낮추는 거죠. 레이저 치료는 입원하지 않고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고, 통증이나 부작용도 거의 없기 때문에 약물 치료만큼 폭넓게 사용이 되고 있습니다.

섬유주 절제술은 뭔가요?
섬유주 절제술은 약물 치료나 레이저 치료로도 안압을 충분히 낮출 수 없는 경우에 시행합니다. 방수를 결막 아래 공간으로 내보낼 배출로를 만들어주는 겁니다. 녹내장 수술 중에 가장 오래되고 안전한 수술입니다.

임플란트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나 봐요?
임플란트 수술은 눈 속에 바깥 직경 0.3~0.4mm의 가느다란 실리콘 튜브를 넣어서 물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통로를 만들어 주는 수술이에요. 섬유주 절제술은 수술 후 길이 다시 좁아지거나 달라붙어 안압이 다시 올라가는 경우가 흔히 발생합니다. 이와 달리 임플란트 수술은 튜브 자체가 막히는 경우는 거의 없어 섬유 절제술보다 더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녹내장은 완치되는 게 가능한가요?
개방각 녹내장은 완치라는 게 없다고 할 수 있어요. 안약을 사용하면서 평생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면에 폐쇄각 녹내장은 시신경은 건강한데 방수 배출로에만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대개 배출로를 열어주면 완전 정상으로 돌이킬 수는 없지만 더 나빠지지는 않고 현 상태를 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녹내장은 고혈압처럼 평생 약의 도움을 받으며 조절하는 질환입니다.

최신 치료법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눈을 가능한 적게 열고 아주 조그마한 크기로만 수술하는 미세 녹내장 수술 방법들이 30여 가지나 나와 있어 활발히 시행되고 있어요. 예를 들어 기존 임플란트보다 1/3~1/5 크기의 스탠트나 임플란트를 넣어 수술하는 방법이 개발되어 서울대학교병원을 포함해 국내 여러 병원에서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교수님이 개발 중인 안과 로봇도 궁금합니다.
외경 1mm 이하 크기의 마이크로 로봇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선천성 녹내장 환아들은 대부분 각막 혼탁이 있어 수술을 정확히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로봇을 눈 속에 넣어 안쪽에서 직접 보면서 수술하는 방법이에요. 아직은 연구 단계입니다.

기대할만한 신약도 있나요?
방수 배출을 향상시키는 약물들이 많이 개발되어 치료 성공률을 상당히 높이고 있어요. 시신경의 기능을 보호, 향상시키는 약물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어 실명 위험을 더 줄여줄 새로운 약물들이 머잖아 등장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위험군은 안압 높이는 행동 조심해야

넥타이 느슨하게 매고, 야간에 스마트폰 사용 주의

녹내장을 예방하는 생활 수칙은 뭔가요?
40세 이상은 정기 검진을 받아보는 게 가장 중요해요. 만약 이미 녹내장이 있거나 녹내장 발생 위험이 있다면 안압을 높이는 행동을 피하는 게 좋습니다. 대표적으로 무거운 역기 들기, 넥타이 꽉 조여 매기, 물구나무서기는 피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반면에 유산소 운동 같은 활발한 신체 활동은 안압 조절과 녹내장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스마트폰 사용을 주의하라는데 이는 근거가 있나요?
의학적 근거는 높지는 않지만 어두운 데서 스마트폰을 보면 안압이 좀 더 올라가기 때문에 피하는 게 좋아요. 특히 녹내장 가족력 등 녹내장 위험성을 갖고 있는 경우에는 더 조심해야 합니다. 특히 누워서 스마트폰을 보면 눈과 스마트폰이 지나치게 가까워 질 수 있으므로 디바이스를 사용해서라도 최소 30cm 이상의 간격을 유지하기를 권고합니다.

트럼펫 같은 관악기는 어떤가요?
관악기도 확실히 안압을 높입니다. 취미로 관악기를 연주하는 건 문제가 없지만 녹내장 치료를 받고 있을 경우에는 조심해야 합니다.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인가요?
녹내장이라고 하면 대부분 실명을 걱정하지만 실제로 실명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따라서 설령 녹내장 진단을 받았다고 해도 꾸준히 치료를 받고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면 오히려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더 좋게 유지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어요. 그리고 제가 소아 녹내장을 연구하는데,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님의 유족들이 소아암ㆍ희귀질환 환아들을 위해 서울대학교병원 어린이병원에 기부한 3000억원 기금의 도움을 크게 받고 있어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김영국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서울대학교병원 안과 교수와 같은 병원 어린이병원 소아안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특히 소아 녹내장 클리닉을 운영하며 소아 선천 녹내장 치료를 선도하고 있다. 빅데이터 기반 연구와 마이크로 로봇 수술 연구를 통해 녹내장 치료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의학계로부터 실력을 인정받아 우리나라 의과대학 안과학교실 교수로는 유일하게 한국차세대과학기술한림원 회원으로 선출됐다.

CREDIT INFO

취재 김공필(헬스콘텐츠그룹 대표기자)

사진 박정훈(이오이미지)

도움말 김영국(서울대학교병원 안과 교수)

김지은 기자 a05190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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