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인재가 미래다: ‘물질적 안녕’이 지키는 대한민국의 기술 주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2년도 기술 수준 평가' 결과를 보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국가 전략기술 11개 분야에서 대한민국이 사상 처음으로 중국에 추월당한 것이다. 중국은 과거 방식의 저렴한 노동력이 아니라 질 높은 고급 인재를 확보해야 세계 패권국이 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인재를 대대적으로 일으켜 세운다'는 '인재굴기(人才?起)' 전략을 추진하였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연봉과 안정된 주거 제공, 자녀 교육지원, 독자적 연구 환경 보장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하며 국내외 우수 과학자와 기술자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그 결과, 중국은 특히 인공지능, 양자, 차세대 통신 분야 등 첨단분야 기술에서 우리나라보다 훨씬 앞서고 있다. '추격자'였던 중국이 '선도자'가 되는 동안, 우리는 과학기술 인재를 키우고 지키는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국가 경쟁력의 근간인 원천 기술은 고도의 훈련을 받은 이공계 석·박사급 인력의 집요한 탐구에서 나온다. 그런데 한국의 우수한 과학기술 인재들은 이공계 박사보다 의사가 되길 희망하거나, 상상을 초월한 성과급을 지급하는 대기업으로 향한다.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이공계 우수 인재가 의사나 대기업 취업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을 보며 청년의 황금만능주의, 물질적 가치 지향주의를 개탄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어쩌면 청년이 추구하는 것은 많은 돈과 과소비의 유혹이 아니라 그동안 과분하게 받은 부모의 경제적 지원에서 독립하여 삶의 기초가 되는 물질적 안녕을 독자적으로 유지하기 위함일 수 있다.
2021년 한국을 포함한 17개국을 대상으로 퓨연구센터(Pew Research center)가, "당신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무엇인가?"(What Makes Life Meaningful?)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한국인은 '물질적 안녕(Material well-being)'을 1순위로 꼽았다. 가족이 아닌 다른 가치를 1위로 꼽은 국가는 스페인(건강), 대만(사회), 한국(물질적 안녕) 등 3개국 뿐 이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황금만능주의를 추구하는 한국인'이라고 비판하기 쉽지만, 속 내용을 살펴보면 반전이 있다. 여기서 물질적 안녕은 편안함, 안전, 주거환경, 고용안정, 꾸준한 소득, 삶의 질 등을 포함하는 것이었다. 즉, 예측 가능한 미래를 담보하는 '삶의 기초'가 되는 것이 물질적 안녕이다.
경제활동이 가능한 청년에게 5년 전후의 박사과정은 '자발적인 실업'을 선택하는 것이고 또래 친구들과 비교할 때 따라갈 수 없는 경제적 격차를 만드는 지점이 될 수 있다. 게다가 부모에게 일부 교육비와 생활비를 받아야 할 경우, 미안함과 떳떳하지 못한 마음도 가져야 한다. 이뿐인가? 박사가 된 후에도 확실한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는 현실을 생각하면 아무리 학문과 연구를 좋아하는 청년이라도 '박사'보다 경제적 자립의 길을 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젊은 인재가 물질적 이유로 자신의 꿈과 학문적 가치를 저버리지 않도록 국가가 답해야 한다.
특히 젊은 인재가 첨단 과학기술 분야로 모일 수 있도록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연구 현장의 인건비 구조를 개선하여 박사과정이 개인의 일방적인 희생이 아닌 직업으로 대우받고, 연구자가 심리적 '편안함' 속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연구자가 성과에만 매몰되기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안전한 연구 환경을 보장하고, 긴 호흡으로 삶을 지탱할 수 있는 연구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연구자들 가운데 부와 명예를 동시에 갖게 되는 과학기술 인재 성공 모델을 국가 차원에서 육성해서 우수한 연구 성과가 파격적인 보상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젊은 인재가 박사과정 입학을 통해 자신의 삶이 보호받고 보장받게 된다는 확신을 가질 때, 대한민국의 기술 주권도 지켜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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