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약' 대신 '젤리'…알피바이오, 복약 경험 앞세운 제형 혁신 주목

의약품 복용은 대체로 기능적 행위에 가깝다. 정해진 용량을 물과 함께 삼키고, 복용 횟수와 시간을 지키는 것이 중심이다. 알피바이오가 상용화를 추진 중인 '의약품 젤리'는 이 같은 복약 방식에 맛과 경험이라는 요소를 더한 제형으로 주목된다.
국내 최초 부스트 젤리·일반의약품 비타민제 허가를 기반으로 알피바이오가 의약품 젤리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제품은 타우린 250mg, 아스코르브산 50mg, 티아민질산염 5mg, 리보플라빈부티레이트 3mg, UDCA 5mg 등을 주요 성분으로 한다. 용법·용량은 만 15세 이상 및 성인 기준 1일 3회, 1회 2젤리를 씹어서 복용하는 방식이다.
제품의 특징은 기존 정제나 캡슐과 달리 입안에서 느껴지는 질감과 향, 맛이 복용 경험의 일부가 된다는 점이다. 청포도·딸기맛 등으로 설계된 맛은 의약품 특유의 쓴맛이나 거부감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알피바이오는 단순히 성분을 젤리 안에 담는 것이 아니라, 복용자가 실제로 느끼는 맛과 질감까지 제형 설계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핵심 기술은 '네오츄(Neo-chew)'다. 'All-gel' 구조의 씹어 먹는 제형 플랫폼으로, 겉면만 젤라틴으로 구성된 일반 젤리와 달리 내용물까지 젤라틴 기반으로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의약품 성분의 안정성과 복용감을 함께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비타민C 50mg을 함유하면서도 젤리 물성을 유지한 점은 주요 기술적 차별점으로 제시된다. 비타민C는 액상 제형에서도 안정성 확보가 까다로운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알피바이오는 이를 젤리 제형에 적용하면서 안정성과 복용감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맛 구현 과정에서도 단맛을 강화하는 방식보다 원료 특성과 제형 구조를 함께 고려하는 '맛 마스킹' 기술을 적용했다.
복약 편의성도 주요 강점이다. 약을 삼키는 행위 자체가 부담인 소비자는 적지 않다. 물을 찾기 어려운 상황, 알약 목넘김에 대한 거부감, 반복 복용에 따른 피로감은 복약 순응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씹어 먹는 젤리형 의약품은 이러한 장벽을 낮추고, 보다 자연스러운 복용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규제 측면에서도 이번 제품은 의미가 있다. 젤리 제형 특성상 허가 과정에서 까다로운 검토가 요구됐지만, 알피바이오는 이를 극복하고 국내 최초 의약품 젤리 카테고리를 창출했다는 점을 내세운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익숙해진 젤리 제형을 일반의약품 영역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약국 시장의 제품 구성에도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
알피바이오가 제시한 부형제 비교에 따르면 의약품 젤리는 젤라틴과 잔탄검 조합을 기반으로 한다. 성분의 정밀한 함량 유지, 복약 순응도 개선, 무설탕 자일리톨 대체를 통한 섭취 편의성 확보가 주요 특징이다. 이는 단순히 '맛있는 약'을 만드는 차원을 넘어, 의약품으로서 요구되는 함량 관리와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소비자가 받아들이기 쉬운 형태를 구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블리스터젤리 건강기능식품은 젤라틴에 에멀전 기술을 적용해 안정성과 흡수율 개선을 목표로 한다. 지용성 성분인 오메가3를 젤라틴 매트릭스 안에 미세친수성 에멀전 형태로 적용하고, Alu-Alu 포장을 통해 산화를 차단하는 구조다. 반면 식품·건강기능식품 영역의 젤리스틱은 검 베이스와 잔탄검을 활용해 기호성과 휴대성에 초점을 맞춘다.
이처럼 의약품 젤리, 블리스터젤리, 젤리스틱은 모두 젤리형 제형이라는 공통점을 갖지만 지향점은 다르다. 식품형 젤리가 맛과 휴대성을 앞세운다면, 의약품 젤리는 맛과 경험에 더해 성분 안정성, 함량 균일성, 복약 순응도까지 고려해야 한다. 소비자에게는 간편한 젤리처럼 느껴지지만, 제조와 허가의 관점에서는 의약품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제형이다.
알피바이오는 고순도 단백질 부형제의 활용 가능성도 제시하고 있다. 맛 측면에서는 원료 특성과 제형 구조를 함께 설계하는 기술을 통해 영양제와 의약품의 식품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또 단백질 기반 젤리 제형이 다이어트, 포만감, 피부, 모발, 건강 관리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장 측면에서 핵심은 젤리 제형이 건강기능식품을 넘어 일반의약품, 나아가 전문의약품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여부다. 알피바이오는 국내 건강기능식품 젤리 시장의 성장성이 의약품 시장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보고 있다. 약국 채널에서는 복약 편의성과 차별화된 제형을 기반으로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구상이다.
특히 약국은 단순 판매 채널을 넘어 복약 경험이 설명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존 제품이 성분과 효능 중심으로 설명됐다면, 젤리형 의약품은 복용 방식, 부담감, 맛과 질감도 상담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이는 일반의약품 선택 과정에서 약사의 설명과 소비자의 체감 경험이 맞물리는 새로운 접점이 될 수 있다.
해외 시장에서는 'K-의약품 기술'의 역수출 가능성도 제시하고 있다. 알피바이오는 북미·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CDMO 수주 확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36개월 안정성과 흡수율 증진이 입증된 플랫폼 기술력을 기반으로 해외 수주 물량을 본격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적 목표도 제형 전환 전략과 맞물려 있다. 알피바이오는 2026년 매출 1600억원, 영업이익 120억원, 영업이익률 7.5%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회사는 의약 젤리의 조기 시장 안착, 글로벌 CDMO 수주 확대, 고단가 의약품 제형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을 핵심 성장 축으로 보고 있다.
제조 효율성 측면에서는 전사 통합 리스크 관리, 매뉴얼 및 수율 97% 마지노선 운영, 현장 독단 결정을 방지하는 4단계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통해 공정 불량을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제조 원가율을 5~7%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기존 저단가 건강기능식품 비중을 전략적으로 축소하고, 의약 젤리와 젤리스틱 등 고단가 제형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할 계획이다.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 확장 비중을 30%까지 확대해 영업이익률 개선을 추진한다는 설명이다.
알피바이오의 이번 전략은 제약 산업에서 제형 기술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제형 기술이 성분을 안정적으로 담아내는 제조 기술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복용자가 체감하는 맛, 질감, 편의성까지 제품 경쟁력의 일부가 되고 있다.
다만 의약품 젤리가 약국 시장에서 새로운 카테고리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맛있는 제형'이라는 인상만으로는 부족하다. 의약품인 만큼 효능·효과, 용법·용량, 안전성 관리가 우선돼야 하며, 약사의 복약지도와 소비자 신뢰 확보도 필요하다. 결국 시장 안착의 관건은 젤리라는 친숙한 경험 안에 의약품으로서의 기준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담아내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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