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우리도 1조달러 될거야” 서비스나우 CEO의 열망 실현될까[김창영의 실리콘밸리Look]
소프트웨어 위기, AI 관리와 업무 자동화로 돌파
서비스나우 “기업 재창조의 AI 컨트롤타워” 변신
엔비디아부터 독일 분데스리가까지 파트너 구축
수요 늘며 AWS마켓플레이스 거래 10억 달러 돌파

“나는 젠슨에게 항상 말합니다. 1조 달러 기업에 대해서요. 처음 젠슨을 날리지(Knowledge) 행사에서 봤을 때 엔비디아 시장 가치가 5500억 달러였어요. 행사 이후 실적을 공개하니까 1조 3000억 달러가 됐습니다. 젠슨이 2년 후 다시 날리지에 왔고 곧 이어진 실적 발표에 2조 달러가 넘었습니다. 우리는 델 행사에 갔고, 거기서 마이클(델 테크놀로지스 CEO)와 기조연설을 함께 했습니다. 그 행사 후엔 3조 2000억 달러가 됐습니다. 이제는 상상도 못할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5조 달러에요. 우리가 다음 라스베이거스 무대에서 만나면 6조 달러가 돼 있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젠슨이 답했어요. 1조 달러 행운 부적을 원하냐고요. 저는 엔비디아와 젠슨을 정말 좋아합니다. ”
빌 맥더멋 서비스나우 CEO는 지난 5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서비스나우 연례 행사 ‘K26(Knowledge 2026)’ 미디어 간담회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의 일화를 꺼냈다. 서비스나우 행사는 5월 초순, 엔비디아 분기 실적 발표는 5월 중하순에 있기 때문에 5월은 두 기업이 주목받는 시기다.
맥더멋 CEO가 황 CEO와 나눈 이야기를 꺼낸 배경은 서비스나우도 엔비디아처럼 ‘트릴리언(trillion) 클럽(시가총액 조 달러 단위 상장사)’에 등극시키겠다는 의지에서였다. 맥더멋 CEO는 특유의 입담으로 현장에 모인 취재진과 애널리스트들에게 웃음을 안겼지만 곧 진지한 표정으로 서비스나우 미래상을 제시했다.
서비스나우는 95달러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시가총액은 약 980억 달러(142조 4700억 원)다. 1조 달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몸값이 10배 올라야 한다. AI 코딩 도구가 등장하면서 올해 소프트웨어 기업 주가가 급락했고 서비스나우도 연초 후 약 35% 하락했다. 엔비디아가 2023년 시총 1조 달러를 돌파해 3년 뒤 5조 달러까지 성장한 반면 서비스나우는 같은 기간 1000억 달러 안팎에 머물고 있다.

맥더멋 CEO는 2030년까지 시가총액 1조 달러 달성을 자신의 보상과 연계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수백만 달러 상당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주가 부양을 위한 노력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지나 마스탄투오노 서비스나우 최고재무책임자(CFO)는 K26을 앞둔 지난 4일 서비스 구독 매출을 2배 늘려 2030년까지 30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서비스나우는 구독형 소프트웨어 기업(SaaS)이라는 시장의 인식을 뒤바꾸기 위해 ‘재창조를 위한 AI 컨트롤타워 기업(AI control tower for business reinvention)’이라는 타이틀을 전면에 내세웠다. 서비스나우는 지난해 기업이 쓰는 수십, 수백 개의 AI 에이전트가 난립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 컨트롤타워를 출시했다. 기업이 찾지 못하는 에이전트 문제를 파악하고 에이전트끼리 유기적으로 움직이도록 조율하는 새로운 개념의 소프트웨어다. 즉, 에이전트의 에이전트 또는 플랫폼의 플랫폼이다. 엔비디아의 AI 팩토리(데이터센터)는 물론 독일 프로축구리그인 분데스리가에서도 서비스나우를 쓸 정도로 다양한 고객군을 보유하고 있다.
서비스나우는 이번 행사에서 모든 AI를 자동화된 워크플로(업무 전 과정)에 연결해주는 ‘액션 패브릭’을 공개하며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액션 패브릭은 서비스나우 자체 모델, GPT·클로드·제미나이·코파일럿 등 주요 모델, 기타 모델 등 어떤 AI 에이전트를 쓰든지 서비스나우 플랫폼에서 자율적으로 업무가 이행되도록 도와준다. AI 챗봇은 단순 검색에 그치지만 에이전트는 추론까지 가능해 기업의 실제 업무에서 빠르게 퍼졌다. 서비스나우가 이러한 시장 변화를 반영해 앤스로픽·오픈AI 등 제휴사 모델과 연동됐던 플랫폼을 모든 AI와 통합되도록 전면 개방했다.

시장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전 세계 에이전트는 2025년 2860만 개에서 2030년 22억 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맥더멋 CEO는 K26 개막 기조연설에서 “이제 우리는 완전히 개방됐다”며 “(기업이) 어떤 AI를 사용하든지 최고의 선택을 하고 더 잘 운영되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기조연설 특별 손님으로 등장한 황 CEO도 “이제 AI를 활용해 실제 업무를 수행할 때가 됐다”며 서비스나우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올해는 AI가 생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 업무를 이행하도록 발전시켰다는 게 서비스나우의 설명이다. 액션 패브릭을 쓰는 기업은 각각 다른 AI 모델을 한꺼번에 사용하면서도 자동화된 업무 이행 소프트웨어를 실행할 수 있다. 서비스나우는 업무 이행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대화형 AI, 자율 워크플로, 검색을 하나로 통합한 ‘서비스나우 오토(Otto)’도 선보였다. 액션 패브릭과 같은 새로운 구독 모델 도입은 서비스나우 수익 제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인구 감소, 급격한 AI 산업 변화로 개발 인력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업무 자동화가 소프트웨어 시장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펫 케이시 서비스나우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서울경제신문 인터뷰에서 “경제는 풍부한 노동 시장에서 노동이 제한된 경제로 전환되고 있다”며 “미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에서도 매우 뚜렷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노동 제약이 기업의 성장 능력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자동화 도입이 중요하다”며 “자동화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이것이 서비스나우의 근본적인 목표”라고 소개했다.

서비스나우는 지난해까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보안 부문과 업무 자동화 사업을 강화했다. 보안 스타트업 베자와 아르미스를 인수한 뒤 플랫폼에 통합해 안전성을 높였고, 자동화 기업 무브웍스를 인수해 생각하고 행동하는 자율 인력(Autonomous Workforce)을 출시했다. AI 컨트롤타워로 문제를 해결하고 보안을 강화한 자동화 시스템으로 기업 생산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맥더멋 CEO는 최근 논란이 된 ‘포켓 OS(PocketOS)’ 사건을 언급하며 업무 자동화에서 보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포켓 OS로 연결한 에이전트가 데이터베이스와 고객 정보를 삭제했다는 후기가 급속도로 퍼졌고, 업계에서는 외부 에이전트가 회사 시스템에 성급하게 연결될 경우 어떤 문제가 벌어질 수 있는지 보여준 사건으로 회자됐다.
맥더멋 CEO는 “포켓OS 관리 실패로 9초 만에 데이터가 사라졌다. 이것이 바로 아무도 보지 않을 때 AI 에이전트가 벌일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사고하는 모델이 필요하고, 거버넌스(관리)가 중요하다. 거버넌스는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전부다. 그게 없으면 회사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사이버 범죄 피해액으로 따지면 이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경제 규모”라며 “조 단위로 발생하는 문제는 에이전트가 배포될수록 더 늘어난다. 규칙과 제어 장치 없이 에이전트에 노출될 때 벌어질 수 있는 블라인드스팟(맹점)”이라고 지적했다.
기업들도 AI 에이전트 관리 중요성을 인식하며 서비스나우 문을 두드리고 있다. 서비스나우는 6일 기업들의 AI 도입 가속화로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켓플레이스 거래액이 10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라스베이거스=김창영 특파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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