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밖으로 나온 ‘오빠’ 호칭, 실언 아니다…정치권에 내재한 성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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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지난 3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 선거운동 현장에서 초등학생에게 '오빠 해봐요'라고 한 발언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해 대선 유세에서 젊은 여성들의 손을 잡고 '청래 오빠 파이팅'이라는 구호를 외치게 하는 정 대표의 영상도 퍼지면서 정 대표의 '오빠' 발언이 돌발적 실언이 아니라 정치권에 내재한 성차별적 인식을 드러내는 장면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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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지난 3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 선거운동 현장에서 초등학생에게 ‘오빠 해봐요’라고 한 발언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해 대선 유세에서 젊은 여성들의 손을 잡고 ‘청래 오빠 파이팅’이라는 구호를 외치게 하는 정 대표의 영상도 퍼지면서 정 대표의 ‘오빠’ 발언이 돌발적 실언이 아니라 정치권에 내재한 성차별적 인식을 드러내는 장면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여성민우회는 7일 논평을 내어 “정 대표는 2025년 대선 유세 현장에서 여성 시민에게 자신을 ‘청래 오빠’로 부르며 응원해달라고 했던 전적이 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12년 당시 민주통합당 지도부의 ‘여성 15% 할당 공천’ 방침에 반발하며 출마 예정 여성 정치인들의 실명을 거론하고 여성 정치인의 진입 확대를 남성 정치인의 몫을 빼앗는 일처럼 묘사했다”며 “아동과 여성 시민을 동등한 정치적 주체로 대하지 않는 성차별적 인식이 무의식적으로, 반복적으로 드러난 장면”이라고 지적했다.
가족 관계에서 사용하는 ‘오빠’라는 호칭을 공적 관계에서 사용하는 것은 여성을 친밀한 사적 관계에 종속시키기 때문에 부적절하다’는 공감대는 오래된 것이다. 나임윤경 연세대 교수는 20년 전인 2006년께 대학 수업에서 ‘오빠’라는 호칭이 일상에서 갖는 정치적 맥락을 학생들과 논의해 책 ‘여성과 남녀공학대학교의 행복한 만남을 위하여’를 펴냈다. 당시 수업에서 ‘오빠’라는 호칭을 고민한 학생들은 “오빠-동생이 되면서 인간과 인간으로서의 관계가 아니라 남자-여자임을 자각하게 되었다”거나 “선배 등 상대방이 오빠가 되는 순간 나는 여동생이 되어야 하며 호칭을 통해 나약하고 순종적인 역할에 스스로를 맞춰가게 된다”고 썼다. 2008년 출간된 ‘오빠는 필요없다’라는 책도 노동운동, 민주화운동 등 운동권에서의 가부장성을 비판하며 ‘오빠’라는 호칭 거부를 선포하기도 했다.
‘정 대표 비판’에 대해 #호칭 검열 #페미니즘 오용 등의 해시태그를 써가며 반박한 김광민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발언은 이 때문에 더욱 퇴행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은 “최근 들어 ‘표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정치권에서 여성 권익 및 성평등 의제를 말하지 않는 분위기가 이어졌고, 특히 민주당에서 여성 정책이 축소됐다”며 “이런 분위기가 당대표로 하여금 사회적으로 경고장을 받은 ‘오빠’라는 단어를 좀 더 쉽게 내뱉을 수 있게 하는 환경을 만든 것으로도 보인다”고 분석했다. 2022년 20대 대선 당시 `여성 안심 대통령'이 되겠다며 여성 관련 공약을 별도로 발표했던 이재명 대통령(당시 민주당 후보)이 지난해 대선에선 10대 공약에 여성이나 성평등 관련 공약을 포함시키지 않은 점 등은 대표적인 ‘여성 정책의 퇴행 사례’로 꼽힌다.
양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정치인이 선거 유세라는 공적 공간에서 유권자 시민에게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는 것은 한국 정치인의 성 인지적 수준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공적 공간에서 민주당 각각의 구성원들이 성평등 감수성을 어떻게 높일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은주 소장도 “‘오빠’라는 단어는 가족 안에 있어야 한다. 공적인 영역에서 가족 관계에서나 사용하는 호칭을 강요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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