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한국인과 ‘이스라엘 압박 항해’ 하고 싶었다”

김지훈 기자 2026. 5. 8.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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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구호선단 활동가 인터뷰
지난 3일 리나 나블시호를 타고 가자지구로 항해 중인 해초와 승준. 사진 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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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첫번째 항해로 가자구호선단 운동이 이스라엘을 압박하는데 효과적이고, 의미 있다는 걸 느꼈다. 더 많은 한국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

가자구호선단 일원으로 현재 그리스 크레타섬 인근을 항해 중인 해초는 지난 3일(한국시각) 한겨레와 진행한 영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해초는 지난해 9~10월 한국인 최초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구호선단에 참여한 한국인 활동가다. 이번에는 한국계 미국인 활동가 승준(26·조나단 승준 리)도 참여했다. 또 다른 한국인 활동가도 곧 항해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들은 지난 2일 밤 11시(한국시각) ‘리나 나블시’호를 타고 이탈리아 시라쿠사에서 출발했다. 한국 시민들이 모금한 돈으로 구입한 배에는 1976년 하굣길에 이스라엘군에 살해된 17살 팔레스타인 소녀의 이름을 붙였다. 현재 배에는 벨기에인 2명, 이탈리아인 2명, 프랑스인 2명이 타고 있다. 선단은 모두 4척의 배로 이뤄져 있고, 12개국에서 온 30명의 참가자가 탑승하고 있다.

지난해엔 한국인 참여자가 해초뿐이었지만 올해는 3명으로 늘었다. 처음 가자행 뱃길에 오른 승준은 5년 전부터 제주 강정에서 항해 운동을 해왔다. 미국에서 태어나 시각 예술가, 실험영화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승준은 “2010년 가자구호선단에 탑승했던 사람을 통해 항해에 대해 알고 있었다”며 “가자지구와 관련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직접 행동인 이 일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3일 리나 나블시호를 타고 가자지구로 항해 중인 해초. 사진 승준

이번 항해는 지난해보다 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진행됐다. 활동가들은 ‘가자로 가는 천개의 마들린호’(TMTG) 선단의 일원으로 항해하려 했으나, 선단이 항해를 취소해 자유선박연합(FFC)으로 소속을 바꾸고 항해를 시작했다. 게다가 지난달부터 이스라엘군은 이스라엘 해안에서 1천㎞ 떨어진 그리스 크레타섬에서 또 다른 가자구호선단인 글로벌수무드함대(GSF) 선박들을 나포해왔다. 항해 둘째날부터 크레타섬 인근 해역에 들어선 해초와 승준은 언제든 나포당할 수 있단 긴장 속에서 항해하고 있다.

아직 많은 한국인에게 팔레스타인 문제는 먼 나라 이야기로 느껴진다. 정부의 금지에도 항해를 하는 이들을 비난하기도 한다. 해초는 “한국도 팔레스타인처럼 식민지배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며 “동시에 한국은 이스라엘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공기업인 한국석유공사는 팔레스타인 앞바다에서 자원을 착취하는 데 가담함으로써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에 공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초는 “비난하고 싶은 사람은 어떤 상황이든 이유를 만들어낸다. 결과를 바라지 않고, 규칙과 법률에 구속받지 않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걸 끝까지 하는 게 평화운동”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리나 나블시호를 타고 가자지구로 항해 중인 승준. 사진 승준

그나마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이스라엘의 반인권적 행위에 대한 비판 발언으로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해초는 “대통령 입에서 팔레스타인이란 말이 나왔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 국민이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좋은 시작이 됐다”고 평가했다. 승준은 “행동하지 않으면 말도 가치가 없어진다”며 “정부가 이스라엘과 단교하고, 제재에 나서야 한다. 한국석유공사처럼 한국 정부 기관이 이스라엘 정부나 기업과 맺은 계약도 취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초는 지난해 나포 뒤 이스라엘 감옥에서 알몸 수색을 당하는 등 가혹행위를 겪었다. 다시 감옥에 갇혀 가혹행위를 당할 것이란 데 대한 두려움은 없을까. 해초는 “두렵지 않다고 할 순 없겠지만, 구타나 폭언 같은 눈에 보이는 폭력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을 더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이 역사와 법을 만들어내서 팔레스타인 식민지배, 봉쇄, 학살이 정당한 것이라고 믿게 하는 보이지 않는 폭력이 더 무서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지난달 허가 없이 여행금지국가로 간다는 이유로 해초의 여권을 무효화했다. 해초는 “수많은 가자구호선단 참여자의 국가 중에서 참여자의 여권을 취소한 곳이 없다”며 “내가 여권 취소를 이유로 항해를 포기한다면 이후에 다른 사람도 똑같은 상황에서 멈춰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것”이라며 항해를 포기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해초는 “정치적 이유로 망명하는 방법이야 있겠지만, 시작점인 한국으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마쳐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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