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을 이해하고 이겨내는 법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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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에게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으면 죄책감이 든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며칠 동안 그 죄책감을 마음 한편에 품고 있다.
그에 따르면, 햄릿이 아버지의 죽음 이후 느끼는 죄책감은 아버지와 거리가 '멀어진 것 같은' 느낌에서 기인한다.
우리는 세상을 떠난 이를 생각하며, 살아 있을 때 더 잘할 걸, 더 자주 연락할 걸, 처럼 그를 애도하며 자주 죄책감에 사로잡히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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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에게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으면 죄책감이 든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며칠 동안 그 죄책감을 마음 한편에 품고 있다. 마치 밴드 델리스파이스가 오래 전 ‘뚜빠뚜빠띠’에서 노래한 것처럼 “머리카락에 껌이 붙어 있는 그런 이상한 기분”이 든다. 나는 이 기분을 해소할 방법을 알고 있다. 당장 스마트폰을 꺼내어 연락을 하는 것이다.
연락을 하고 나면, 놀랍게도 죄책감은 사라진다. 그냥 전화를 하고 목소리를 잠시 들었을 뿐인데, 마음이 편안해진다. 인간으로서 해야 할 도리를 다한 것 같기도 하고, 부모님의 목소리가 반갑기도 하다. 조금 더 자주 연락을 드려야지 하다가도, 어느덧 보면 조금씩 죄책감을 쌓고 있기도 하다.
“(죄책감의) 기능은 우리의 관계를 주의 깊게 관찰하다 틈이 벌어지면 바로 경고하는 것이다. (…) 죄책감은 흔히 상대에게 사과하거나 선물을 주는 등 멀어진 거리를 좁힐 조치를 취하게 한다.”
앵거스 플레처는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의 한 대목,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다룬 장에서 죄책감에 대해 위와 같이 말한다. 이 책은 세계적인 고전들을 신경심리학 관점에서 접근하는데, 내가 최근 몇 년간 읽은 문학이론서 중에서 가장 신선했다. 그에 따르면, 햄릿이 아버지의 죽음 이후 느끼는 죄책감은 아버지와 거리가 ‘멀어진 것 같은’ 느낌에서 기인한다.
생각해보면, 내가 죄책감을 느끼는 상황들도 모두 타인들과 내가 ‘멀어진 것’ 같을 때이다. 가깝게는, 아이를 지나치게 혼냈을 때, 아내에게 다정하게 굴지 못했을 때, 친구에게 연락하지 않거나, 오랜만에 만난 지인에게 밥을 얻어먹기만 했을 때 등이 있다. 나아가 양심의 가책을 느낄 때도, 그 본질은 공동체로부터 지탄받아 쫓겨나서, 타인들로부터 멀어질지 모른다는 마음이 작용하고 있다.
특히, 가까운 이의 죽음은 그와 돌이킬 수 없는 ‘거리’를 만들어낸다. 우리는 세상을 떠난 이를 생각하며, 살아 있을 때 더 잘할 걸, 더 자주 연락할 걸, 처럼 그를 애도하며 자주 죄책감에 사로잡히곤 한다.
아버지가 죽음으로써, 아버지와 ‘거리’를 해소할 방법이 없어진 햄릿은 어떻게 죄책감에서 벗어날까? 해답은 대중 앞에서 아버지를 기억하게 할 공연을 함으로써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사람들에게 남기는 것이었다.
“대중과 공유하는 기억이 점점 늘어나면서 죄의식도 점차 줄어들게 된다. (…) 우리보다 훨씬 더 큰 인간 공동체와 함께 추도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일상의 리듬을 되찾게 된다.”
즉, 그에 대한 답 역시 타인과의 ‘연결’에 있다. 죄책감이 연결이 끊어진 데서 오는 감각이라면, 서로 슬픔을 이해하고 함께 애도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우리는 죄책감을 덜게 된다. 그러면 우리 뇌는 비로소 우리가 ‘할 일’을 했다고 인정해주는 것이다.
4월과 5월은 꽃이 만개하는 아름다운 계절이지만, 우리 사회의 여러 참사와 슬픔, 애도가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이 계절, 누군가의 슬픔을 잠시나마 함께 나누고, 나의 슬픔도 다른 누군가에게 전할 수 있었으면 한다. 함께 슬퍼하고 기억할 때, 우리는 연결되고, 죄책감을 덜어내며, 삶을 되찾게 된다. 함께 기억할수록, 모두의 삶은 조금 더 치유되며 나아간다.
작가·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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