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얼마 보냈어?" 어버이날, 형제 단톡방에 먼저 뜬 말 [그래도 가족]
'부모 부양 방식' 달라져도 기념일 부담은 반복

[파이낸셜뉴스] "오빠는 얼마 보냈어?"
어버이날인 8일 오전, 30대 직장인 A씨의 형제 단체 채팅방에는 안부보다 금액 얘기가 먼저 올라왔다. 꽃은 전날 도착했지만 부모님 계좌로 얼마를 보낼지는 아침까지 정하지 못했다. A씨는 "10만원은 적어 보이고, 30만원은 이번 달 카드값 때문에 부담된다"며 "혼자 정하면 마음이 편할 텐데 형제끼리 금액이 다르면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단톡방에서는 곧바로 각자의 사정이 오갔다. 동생은 "이번 달 지출이 많아 많이는 어렵다"고 했고, 결혼한 형제는 "부모님 두 분께 드리는 돈인데 너무 적게 하기도 그렇다"고 했다. 누가 먼저 기준을 정하자고 말한 것은 아니었지만, 대화는 자연스럽게 "그럼 얼마로 맞출까"로 옮겨갔다.
A씨는 "부모님이 대놓고 비교하실 것 같지는 않지만, 형제끼리 금액이 다르면 괜히 마음이 불편하다"고 했다. 그는 "카네이션은 가격대를 고르면 끝인데, 용돈은 보내는 순간에도 적은지 많은지 계속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어버이날 용돈은 마음을 전하는 일이지만, 자녀들에게는 금액을 정하는 일부터 부담이 된다. 부모님 생신이나 명절처럼 집마다 정해진 관례가 있는 것도 아니고, 형제자매의 소득과 결혼 여부, 자녀 유무에 따라 사정도 다르다.
결국 A씨 가족은 올해 부모님께 각자 따로 송금하지 않고 형제끼리 금액을 맞추기로 했다. 미혼인 동생은 "이번 달 지출이 많아 10만원이 한계"라고 했고, 결혼한 오빠는 "두 분 합쳐 30만원은 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A씨는 그 사이에서 20만원을 제안했다.
A씨는 "부모님이 누가 얼마 보냈는지 따질 분들은 아니다"면서도 "형제끼리 금액이 다르면 괜히 비교될까 봐 먼저 물어보게 된다"고 했다. 결국 형제들은 같은 금액을 보내고, 식사는 주말에 따로 하기로 했다.
현금 선호는 최근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카카오페이가 지난 4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 콘텐츠 '페이어텐션' 설문에서 응답자 2만7095명 중 89%가 어버이날 선물로 현금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어버이날 하루 동안 카카오페이 송금 건수는 303만건을 넘어서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용돈 금액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카카오페이가 지난해 진행한 투표에서는 부모님께 드릴 용돈과 받고 싶은 금액 모두 10만원대 응답이 가장 많았다. 부모님께 드릴 용돈은 10만원대가 38.6%, 받고 싶은 금액은 10만원대가 34.3%였다.
결혼한 자녀에게 어버이날 지출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친정과 시댁, 본가와 처가를 모두 챙겨야 한다. 양가에 같은 금액을 보낼지, 식사비와 선물비를 따로 볼지, 각자 부모는 각자 챙길지도 부부가 정해야 한다.
생활비와 대출 이자, 자녀 교육비가 함께 나가는 집에서는 어버이날 용돈도 별도 지출로 잡힌다. 부모님께 돈을 보내는 일이 싫어서가 아니라, 매년 돌아오는 기념일 지출이 카드값과 생활비 안에서 조정되는 것이다.

부모 부양을 바라보는 인식은 예전과 달라졌다. 통계청이 2024년 11월 발표한 '2024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모님의 노후를 가족·정부·사회가 함께 돌보아야 한다는 응답은 60.3%였다. 가족이 돌보아야 한다는 응답은 18.2%, 부모님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응답은 16.4%였다.
실제 생활비도 부모 세대가 스스로 마련하는 비중이 높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5년 사회조사 결과'에서 60세 이상 고령자의 생활비 마련 방법은 본인·배우자 부담이 79.7%였다. 자녀 또는 친척 지원은 10.3%였다.
다만 기념일 용돈은 생활비와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평소 생활비를 부모가 스스로 마련하더라도 어버이날에는 자녀가 현금을 보내는 일이 익숙한 관례로 남아 있다. 부모가 "괜찮다"고 말해도 자녀가 그대로 넘기기 어려운 이유다.
어버이날 용돈에는 정해진 금액이 없다. 부모가 원하는 선물은 현금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와도, 자녀 입장에서는 얼마를 보내야 할지 쉽게 정하기 어렵다. 부모 생활비를 자녀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비중은 줄었지만, 기념일마다 계좌이체 금액을 두고 고민하는 일은 이어지고 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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