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한 우리말] ‘당부·치하하다’…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이문수 기자 2026. 5. 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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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롯한 우리말] (2) 국민에게 당부하지 마세요
‘부탁하다’ ‘감사 전하다’로 순화해야
‘실시하다’도 권위적…‘시행하다’ 무방
기사의 내용을 바탕으로 생성한 이미지. 챗GPT

‘영철이가 엄마에게 시험 기간에는 집에서 조용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박 대리가 올해 뛰어난 지도력을 발휘해준 김 부장을 치하했다.’

두 문장을 톺아보니 어떤가. 뭔가 주술 관계에서 묘한 어긋남이 느껴지는가. 그렇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서술어인 ‘당부했다’와 ‘치하했다’가 권위적인 속성을 지녀서 그럴 것이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당부하다’는 말로 단단히 부탁한다는 뜻이다. 사전 속 예시 문장을 살펴보면 주로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사용한다는 점을 확인해볼 수 있다.

‘치하하다’도 마찬가지다. 남이 한 일에 고마움이나 칭찬을 표시한다는 뜻을 가진 이 표현은 사전에 아예 ‘주로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한다’고 적혔다.

주로 공공기관 보도자료나 문서에서 흔히 발견하게 되는 ‘실시하다’도 꽤 고압적으로 다가온다. 군대를 가본 사람이라면 선임자에게 얼차려를 받을 때 숱하게 들었을 게다. “264번 훈련병! 팔굽혀 펴기 50회 실시!”

요즘 글쓰기에서 이런 권위적인 표현을 남발해서는 안된다. 당부하다는 부탁하다나 요청하다로, 치하하다는 고마움을 표하다나 감사를 전하다로 순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시하다는 시행하다로 바꿀 만하다. ‘실시’를 빼도 무방하다. ‘봉사활동을 실시했다’는 그냥 ‘봉사활동을 했다’고 써도 족하다.

신문이나 TV 뉴스에서 고위 공직자가 국민에게 무엇인가를 당부했다는 내용을 자주 접한다. 케케묵은 관존민비 사상에 근거한 표현이다. 조선시대 당상관이 위에서 백성에게 명령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공직자를 일컫는 말 가운데 ‘공복’이라는 단어가 있다. 국민에게 봉사하는 심부름꾼이라는 의미다. 대통령이든 9급 주무관이든 국민에게 무엇인가를 당부하는 것은 주객이 바뀐 언어습관이다. 앞으로 국민에게 ‘당부’하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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