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양양-고흥-함양 등 14곳, 웰다잉 ‘최하위’… “호스피스 꿈 못꿔”[‘임종 난민’ 갈길 먼 존엄한 죽음]
호스피스 시설 갖춘 지역 3곳뿐
대부분 고령화도 심각 ‘임종 취약’
“지방 맞춤형 생애말기 돌봄 구축을”

신승주 강원 양양군 보건소장은 “3월부터 ‘통합돌봄’이 시행됐지만 재택의료 참여 기관을 못 구해 한의원 한 곳만 동참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통합돌봄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 등이 병원이나 시설이 아니라 살던 집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낼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돼 의료·장기요양 등의 돌봄 서비스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양양군은 여전히 ‘가정형 호스피스’ 등 방문진료를 할 전문의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신 소장은 “아파트 한 채를 제공한다고 해도 지방까지 오려는 의사가 없다”며 “호스피스는 꿈도 못 꾼다”고 했다.
의료 취약지 상당수는 양양군처럼 ‘웰다잉 인프라’가 부족해 존엄한 죽음을 실천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살던 곳에서 나답게 죽지 못하고 요양병원과 응급실을 전전하는 ‘임종 난민’을 막기 위해선 각 지자체가 호스피스와 돌봄 서비스 확충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14개 시군구 ‘웰다잉 지수’ 1점

양양군을 비롯해 경남 함양군, 대구 군위군, 전남 고흥군, 인천 옹진군 등 14곳이 7개 기준 중 하나만을 충족해 최하위인 1점을 받았다. 이어 33개 지자체가 2점을 받았다. 경북이 상주시, 문경시, 영양군 등 10곳으로 가장 많았고 전남은 곡성군, 영광군 등 8곳, 경남은 고성군 등 6곳, 강원은 횡성군 등 5곳이었다. 수도권인 경기(오산시 등)와 인천(연수구 등)도 각각 3곳씩이 포함됐다.
웰다잉 지수 1, 2점을 받은 47개 지자체는 ‘임종 취약지’로 분류된다. 특히 이 지역들 중 상당수는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이 전국 평균(21.7%)보다 훨씬 높아 호스피스 수요가 많은 곳인데도 웰다잉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군위군(48.96%), 고흥군(47.25%) 등은 인구 2명 중 1명이 노인이지만 생애 말기 돌봄 인프라는 가장 취약한 셈이다.
● 임종 취약지 47곳 중 3곳만 호스피스 갖춰

영양군은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약 30%가 홀몸노인이지만 호스피스 시설뿐만 아니라 요양병원도 없다. 20년째 이 지역에서 진료 중인 이상현 영양병원장은 “퇴원한 말기 암 환자들이 임종 직전 통증을 못 견디고 이곳에 온다”면서 “하지만 전문적인 호스피스 서비스는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 함평군도 의원 한 곳이 재택의료 사업에 참여하고 있지만 호스피스는 엄두도 못 낸다. 심화섭 함평군 보건소장은 “군 전체에 공중보건의사가 2명뿐이라 각 보건지소 순회 진료만 하고 있다”며 “임종을 앞둔 환자를 위해선 꾸준히 자택을 방문하고 응급 상황에도 대응해야 하지만 그럴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의료 자원이 부족한 지방일수록 의료, 간호, 돌봄을 연계한 지역 맞춤형 생애 말기 지원 서비스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현정 국립암센터 중앙호스피스센터장은 “호스피스 전문기관이 아닌 지역 병의원에서도 말기 및 임종 돌봄을 할 수 있는 역량 확산이 필요하다”며 “지역사회 생애 말기 돌봄 강화는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말했다.
임종 난민을 줄이기 위해 지방정부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47개 지역 중 경북 청송군을 제외한 46곳은 웰다잉 관련 조례조차 없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역 맞춤형 생애 말기 돌봄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선 지자체장이 웰다잉 예산 편성부터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신예린 기자 y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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