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서안·레바논 땅도 '유대의 것'... 커지는 '대이스라엘' 꿈 [세계는 왜?]

곽주현 2026. 5. 8.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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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교 내 극단적 '대이스라엘' 사상
"'약속의 땅'에서 다른 종교·민족 없애야"
극우 정권 들어서며 주장에 가속페달
트럼프 정권 지지 업고 정책 추진 속도
편집자주
매일 보도되는 국제 뉴스를 읽다 보면 사건의 배경이나 해당 국가의 역사 등을 알지 못해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5월 9일부터 격주 금요일에 만나는 '세계는 왜'는 그런 궁금증을 쉬운 언어로 명쾌하게 풀어주는 소화제 같은 연재물입니다.
3월 22일 레바논 남부 티르 인근의 카스미야 다리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연기와 화염이 치솟고 있다. 레바논 국영 통신사(NNA)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와 북부를 연결하는 리타니강을 가로지르는 주요 교량인 카스미야 다리를 공습했다. EPA 연합뉴스

얼마 전 이스라엘 내각 실세인 베랄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공개적으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레바논과의 전쟁은 이스라엘 국경을 바꾸는 것으로 끝내야 한다. 새 이스라엘 국경은 리타니강이 돼야 한다." 리타니강은 레바논 남부에 있는 강인데, 1923년 이래 쭉 레바논 영토였던 강 남쪽 지역을 이참에 이스라엘이 차지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레바논과의 휴전이 선언된 이후에도 이 지역을 '완충지대'라 부르며 지상군을 주둔시키고 있습니다.

놀라운 건 한 나라의 장관씩이나 되는 사람이 다른 나라의 영토를 강제로 침탈하자는 발언을 하는데도 별다른 논란이 일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스라엘 내에선 여러 번 반복된 익숙한 주장이기 때문입니다. 지난달만 해도 의원 18명이 레바논 남부를 점령해 거주민들을 이주시키자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공식 건의했습니다. 미국·이란 전쟁이 "좋은 기회"라면서 말이죠.

가자지구를 초토화해 팔레스타인인들이 살 수 없는 폐허로 만든 것도, 이스라엘 내 기독교인을 폭행하는 것도, 서안지구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마을을 습격해 불을 지르고 주민들을 괴롭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발생한 사건입니다. '에레츠 이스라엘(Eretz Yisrael)', 즉 '대(大)이스라엘(Greater Israel)'이라는 개념이 그 중심에 있습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약속된 땅'

지난해 주인도 이란 대사관 공식 엑스(X) 계정이 이스라엘을 비판하면서 올린 '대이스라엘' 지도. 다만 이 그림은 이스라엘을 비판하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실제 성경에서 언급하는 범위보다 넓다. 주인도 이란 대사관 X 캡처

대이스라엘은 성경에서 말하는 '약속의 땅'입니다. 구약성경 창세기 15장에서 신은 아브라함에게 "이집트강에서 유프라테스강까지의 땅을 네 자손에게 주겠다"고 말하는데요. 대이스라엘 개념을 신봉하는 이들은 성경에 나오는 이 '유대 왕국'을 현실로 끌고 옵니다. 여기서 언급하는 땅을 모두 포괄하려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및 가자지구, 레바논과 시리아, 이라크까지 범위가 넓어집니다.

수천 년간 성경 안에 머물러 있던 개념이 현실 정치로 나온 건 19세기 말입니다. 유럽에서 유대인 박해가 심해지자 지식인들 사이에서 '조상들의 땅'이었던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 민족 국가를 세워야 한다는 움직임, 즉 시오니즘(Zionism)이 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이민자들이 뿌리내릴 땅이 필요했을 뿐이었기 때문에 넓은 지역을 목표로 하지는 않았죠.

그러나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되고 1967년 '6일 전쟁'이라고 불리는 제3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순식간에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시리아 골란고원을 점령하는 데 성공하자 이스라엘 내에선 자신감이 차올랐습니다. 극우 유대교 민족주의자들을 중심으로 '약속의 땅'에 사는 팔레스타인인과 기독교인, 무슬림을 모두 추방하고 유대인을 이곳에 이주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공공연하게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전쟁에서의 압도적 승리가 이들에게는 '신의 뜻'이 이루어지는 증거가 된 겁니다.


극우 정권에 다시 고개 드는 대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가운데)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 20일 예루살렘에서 열린 전사 군인 추모 행사에 참석해 모셰 아르벨(왼쪽) 내무부 장관 및 아미르 오하나 크세네트(의회) 의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예루살렘=AP 연합뉴스

사실 대이스라엘 개념은 오랜 기간 이스라엘 내에서 종교적 극단주의라는 평가를 받으며 변방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이스라엘 내 우익 세력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이 개념을 기반으로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의 이스라엘 합병을 주장했지만 제대로 힘을 얻지는 못했거든요.

그러나 흐름이 조금씩 바뀝니다. 1993년 미국이 중재한 오슬로 협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의 평화 공존을 잠시 꿈꾸게 했습니다. 그러나 양쪽 모두 만족할 수 없었던 합의 내용에 결과적으로 이스라엘에서도, 팔레스타인에서도 극단주의가 횡행하기 시작했습니다. 협정을 주도했던 이츠하크 라빈 당시 이스라엘 총리는 1995년 근본주의 극우파에 의해 암살당했고, 팔레스타인에서도 협정에 반대한 하마스 세력이 PLO에서 벗어나 과격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00년대 들어 이스라엘은 꾸준히 우경화했습니다. 특히 2009년 네타냐후 총리가 재집권할 때부터 강경 우파 노선이 굳어지기 시작했고, 2022년 그가 다섯 번째로 총리직에 복귀할 당시에는 "역사상 가장 극우적인 내각"이라는 평가까지 나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네타냐후가 정치적 생존을 위해 연정 파트너로 대이스라엘 사상을 주장하는 극우 정치인 스모트리히와 이타마르 벤그비르(국가안보부 장관)를 선택했거든요.

여기에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은 극우파에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천 명이 살해당하고 납치되는 광경을 눈앞에서 본 이스라엘 국민들은 "타협보다 공격"을 주장하는 쪽을 지지하게 됐고, 자연스레 극우 정치인들의 발언권이 강해졌습니다. 네타냐후 총리가 대놓고 대이스라엘 사상에 대해 "애착이 있다"며 "역사적이고 영적인 사명"이라고 말할 정도가 됐습니다.


민족·종교 차별로 이어지는 대이스라엘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지구 북부 나블루스 구시가지 시장에서 지난달 27일 한 팔레스타인 여성이 순찰 중인 이스라엘 군인들이 지나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지난해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마을 입구에 약 1,000개의 출입문을 설치했는데, 이 문이 닫히면 주민들은 수도와 도로 등에 접근할 수 없게 된다. 나블루스=AFP 연합뉴스

그 결과가 현재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레바논 남부에서 벌어지는 이스라엘의 폭력입니다. 대이스라엘이 이제 일부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의 사상을 넘어 이스라엘 주류 정치 및 정책 방향과 긴밀하게 결합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대이스라엘 개념이 체계적인 정책의 형태로 가장 오랫동안 현실화한 곳은 이스라엘과 요르단강 사이 땅인 서안지구입니다. 서안지구에는 예루살렘과 헤브론, 베들레헴 등 유대교에서 가장 성스러운 장소로 여기는 곳들이 몰려 있습니다. 이스라엘 극우는 이곳을 성경에 나오는 '유대 사마리아'라는 호칭으로 부르며 사실상 유대인의 땅으로 기정사실화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이 지역은 30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거주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영토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의 중심이 될 곳이기도 하죠.

1967년 서안지구를 군사 점령한 후 이스라엘은 이곳에 꾸준히 정착촌을 세웠습니다. 국제법상으로는 불법이지만, 미국의 묵인 아래 이스라엘은 서안지구에 160여 개 정착촌을 만들었죠. 1990년대 초만 해도 11만 명에 불과하던 정착민 인구는 정착촌 건설을 멈춘 시기에도 계속 늘어 이제 70만 명에 달합니다. 2022년 극우 연정은 출범과 동시에 아예 대놓고 수십 개 불법 정착촌을 합법화하고 새로운 정착촌을 건설하겠다고 공약했고, 지난해에는 수십 년간 중단됐던 3,500가구 규모 정착촌 건설안을 승인했습니다.

정착촌 내 유대인 정착민들의 팔레스타인인 상대 폭력은 점차 심해지고 있습니다. 단순 폭행부터 총격, 방화까지 양상은 심각합니다. 마을을 습격해 가축을 죽이고 차량과 집을 불태우기도 하고, 수자원 인프라를 파괴하거나 주요 소득원인 올리브 농장을 망쳐놓습니다. 신고하더라도 대부분 기소 없이 종결됩니다.

이스라엘 경찰이 30일 공개한 영상으로, 극단적 유대교도로 추정되는 30대 남성이 전날 예루살렘 시온산 인근에서 프랑스 수녀를 밀치고 폭행하는 장면이 담겼다. 엑스(X) 캡처

가자지구에 대한 태도도 비슷합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2005년 가자지구에서 정착촌을 철수시켰지만 당시에도 극우 민족주의자들은 이에 반대했고, 지금은 이들이 다시 정착촌 건설과 병합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쟁 때 하마스에 보복하는 것을 넘어 가자지구의 학교와 난민촌, 병원 등 민간 시설까지 무차별 공격하고 구호물자를 차단했습니다.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2023년 가자 전면 봉쇄를 선언하며 "우리는 인간 동물들과 싸우고 있으며 모든 것을 없애버릴 것"이라며 인종청소를 짐작하게 하는 발언을 내놨죠.

이스라엘 내 기독교인에 대한 혐오범죄도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대이스라엘 개념은 유대교와 유대인을 제외한 모든 종교와 민족을 부정하거든요. 얼마 전 예루살렘에서 한 유대교인 청년이 길을 걷던 수녀를 밀어 넘어뜨리고 발길질한 사건도 이 맥락에서 설명됩니다.


내부 비판 목소리는 묻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해 9월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전 취재진 앞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이스라엘 내에서도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있습니다. 이스라엘 대표 인권단체 베첼렘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작전을 '제노사이드'로 규정하고 "한 범죄가 다른 범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민간인 대량학살이나 집단 전체를 지우려는 시도를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현재 이스라엘의 행위가 과거 유럽에서 유대인이 겪은 제노사이드와 다르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다만 정권을 장악한 극우 인사들의 목소리에 묻혀 이런 발언은 거의 들리지 않는 듯합니다. 심지어 미국이 극우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두둔해주고 있거든요. 스모트리히 장관은 지난달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주택 50채만 지어도 국제적 비난이 쏟아졌는데, 지금은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면서 "서안지구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 인정도 받아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스라엘 주변은 언제쯤 평화로워질 수 있을까요.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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