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조 요구에 노동계도 싸늘… 삼성전자 노조에 없는 '세 가지'
1등 기업 자부심에 '우리끼리' 태도
철저한 이익주의 기반 확장성 부족
비정규직, 하청노조 이야기 없고
반도체 성과급만 집중해 내부 분열
노조위원장 해외휴가, 타사 노조 비판 등
전략적 판단 실책에 파업 동력 흔들
정부 중재 및 사측 사회적 책임 요구도

역대급 실적 호황 속에 높은 성과급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한 삼성전자 노조의 행보를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 추정 영업이익(300조 원)의 15%(약 45조 원)를 반도체 부문 성과급으로 쓰자는 요구는 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를 바라보는 노동계의 속내는 복잡하다. 급여를 더 받기 위해 단체행동(파업)할 수 있는 건 노동자의 기본권인 데다 삼성전자 노조는 파업을 위한 절차적 정당성도 갖췄기에 이를 마냥 질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하지만 노조의 잘못된 전략과 판단이 국민 감정을 건드려 이길 수 없는 싸움이 돼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노조 관계자와 노동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노조의 전략에는 크게 세 가지가 없다"고 짚었다.
①연대의 부재…"우리 밥그릇 챙기기"
"현대차 노조가 강성이라고 공격받아도 그들은 하청노조 조직을 돕고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등 꾸준히 연대 노력을 해왔어요. 삼성전자 노조와 대비되는 지점이죠."
노총 단위에서 활동을 오래한 A씨는 "노조의 생명력은 연대에서 나오는데 삼성전자 노조 요구안에는 이런 의제가 없다"고 비판했다. 자신의 이익을 주장하면서도 비정규직·하청 등 더 취약한 계층도 언급하던 기존 노조들과 달리 삼성전자 노조는 오직 자신의 이익 실현에만 관심이 맞춰졌다는 인상을 준다는 지적이다. 연대의 부재는 노조의 지지 세력을 좁히는 결과를 만든다.
반도체 호황 속에 엄청난 성과급을 받은 SK하이닉스 노조와 비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노동계 관계자 B씨는 "SK하이닉스의 경우 전신인 현대전자 때부터 함께 해온 하청업체에도 성과를 나눠 원청의 75~85% 정도 성과급을 받는다"며 "삼성전자는 그런 고민과 역사가 쌓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노조에 연대 의식이 부족한 이유를 두고 '상급단체가 없는 기업별 노조의 한계'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삼성전자 내 과반 노조로 파업 국면을 이끌고 있는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는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 등 상급 노총 소속이 아니다. B씨는 "삼성전자 노조 지도부는 '우리가 1등 기업 소속인데 무슨 연대가 필요한가'라는 우월감이 엿보인다"며 "(상급 단체에 속하지 않은) 기업별 노조를 선택하면 외부와의 연대는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삼성그룹 밖과의 연대는 필요 없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노조가 스스로를 초기업노조를 표방하면서도 정작 운영은 반대로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보통 초기업노조는 특정 산업군 내 여러 기업이 모여 노조의 교섭력을 끌어올리려고 노력한다. 예컨대 반도체 산업 초기업노조를 결성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 하청 반도체 기업까지 모두 참여해 공동 교섭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초기업노조에는 삼성그룹 계열사만 모여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삼성전자 노조는 노조 특유의 가치인 연대성이 약화되고 순수한 이익집단이 됐다. 극단적으로 개인주의화된 모습을 보여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며 "'우리에겐 내일이 없다'는 태도가 보인다"고 꼬집었다.
②전략 부재…반도체에만 집중하다 내부 분열

노조 지도부가 전략적 판단을 잘못해 내부 단합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노조가 노사 교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부문별로 성과급을 얼마나 요구할지 미리 합의하지 않은 채 반도체 부문 성과급 요구 카드만 꺼내들어 내부 분열이 생겼다는 지적이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내부에서 분배의 룰을 정하지 않고 반도체 부문 성과급 중심으로 요구한 건 노조의 미숙함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며 "회사에 성과급을 요구하기 전에 반도체 부문과 비반도체 분야의 조합원 간의 합의가 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는 반도체 대호황으로 반도체 부문 성과가 좋았지만 반도체가 부진했던 최근 몇 년간은 모바일, 가전이 삼성전자를 지탱했음에도 이를 성과급 논의에서 외면한 건 문제라는 비판이다. 이 같은 실책 탓에 비반도체 노조원이 중심인 동행노조는 공동투쟁본부에서 결국 이탈했다.
또 여론전에 능숙한 사측과 상대하기에는 노조 측이 정교한 논리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A씨는 "성과가 난 만큼 돈을 더 달라는 것 외에는 별다른 논리가 없었다"며 "일반 시민이 보기엔 정규직 노동자뿐만 아니라 하청노동자 등이 함께 만든 성과를 반도체 정규직 노조가 독점하려는 밥그릇 챙기기로 보이는 이유"라고 말했다.
③경험 부재…노조위원장 여행 가고 다른 회사 노조 공격

삼성전자 노조가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여론이 실망할 만한 실수를 반복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삼성그룹 초기업노조는 2024년 결성됐다.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지난달 일주일 일정으로 동남아 해외여행을 다녀와 구설에 올랐다. 총파업이라는 대규모 집단행동을 앞둔 노조 수장으로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또, 최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이재명 대통령이 '일부 조직 노동자의 과도한 요구'를 비판한 것을 두고 "(삼성 얘기가 아닌) LG(유플러스) 이야기다. 30% 달라고 하니. 저희처럼 납득 가능한 수준(15%)으로 해야 하는데"라고 말했다가 비판받았다. A씨는 "대통령 비판에 의견을 내는 것도 아니고 가만히 있는 다른 회사 노조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모습은 처음 본다"고 답답해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조직적 역량이 충분치 않아 보이고 내부의 이해 다툼을 봉합할 리더십도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커지는 정부 중재요구 목소리…사측 책임론도

삼성전자 노조가 안팎의 비판에 직면하면서 21일로 예정된 총파업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노조는 2024년 7월, 창사 이후 첫 파업을 했는데 당시 참여 인원은 5,000명으로 전체 조합원의 15% 수준이었다. 김 교수는 "현재의 삼성전자 노조는 파업을 할 정도로 조직력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길어지면서 정부의 중재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파업이 실행된다면 피해규모가 30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노사를 협상 테이블에 앉히기 위해 투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을 통해 노사 의견을 조율하는 방안과 노동부 경기지방고용노동청을 중심으로 노사 대화 채널을 만들기 위한 설득 작업을 진행 중이다. 경기노동청은 8일 삼성전자 노조와 면담할 예정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이날 전국 기관장 회의를 주재하며 "노사는 진정성 있는 대화를 조속히 성사시켜 달라"는 메시지를 내놨다.
한편 사측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과급 지급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문제가 커졌다는 것이다.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사측은 세후 영업이익에서 '영업에 투입된 비용'을 빼고 성과급을 산출했다. 하지만 구체적 자료를 대외비로 부쳐 깜깜이 논란이 있었다.
사측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주장도 있다. 김 소장은 "삼성전자는 지난 몇 년 동안 세금 감면, 근로시간 특례 연장 업종 선정 등 여러 혜택을 받았다"며 "성과에 대한 사회적 환원 이야기가 없는데 반도체 기금을 마련해 노동자에 대한 보상을 지급하고 기업 경쟁력도 높이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장관 역시 "오늘날 삼성전자가 있기까지 수많은 협력업체의 노력 및 정부의 지원·투자, 막대한 전력 확보를 위한 지역 주민 협조가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성과급 지급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자는 의견도 있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누가 얼마나 성과 창출 과정에 기여를 했는지 논의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며 "앞으로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때 노사 갈등이나 파업이라는 사회적 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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