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공감] ‘눈치’ 보지 않는 육아휴직이 중요한 이유

김경민 ‘싸우는 노동자를 기록하는 사람들’ 활동가 2026. 5. 8.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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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지금 인구 소멸이라는 절벽 앞에 서 있다.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순간부터 회사의 노골적인 눈치를 견뎌야 한다.

육아휴직을 마음 편히 쓸 수 없는 주변 환경은 "아이를 낳으면 당신의 사회적 삶은 끝난다"라는 공포 섞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아기를 낳은 모든 직원이 당연히 거쳐 가는 과정으로 인식될 때 비로소 육아휴직은 보편적인 사회 문화로 자리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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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의무화·전폭적 지원 있어야
정부 저출생 대책도 효과 나타날 것

우리 사회는 지금 인구 소멸이라는 절벽 앞에 서 있다. 정부는 매년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 부으며 저출생 대책을 발표하지만, 정작 아이를 낳아 기르는 부모들의 체감 온도는 여전히 냉랭하다. 그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육아휴직'이라는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육아휴직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임에도, 성별을 떠나 일하는 사람 모두에게 이는 여전히 '그림의 떡'이거나 커리어를 담보로 한 위험한 도박으로 여겨진다.

우리 육아휴직 시스템은 복지 제도로서 안착에 완전히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제도는 존재하지만, 이를 사용하는 것을 암묵적으로 금기시하거나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업장이 부지기수다.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순간부터 회사의 노골적인 눈치를 견뎌야 한다. 심지어 휴직 후 복귀했을 때 원래 직무가 아닌 생소한 부서로 발령을 내거나, 승진 누락 등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행태가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장 문화 속에서 존재하는 제도는 위축될 수밖에 없으며, 결국 육아휴직 사용을 스스로 포기하게 된다.

이러한 분위기는 단순히 개인의 고통에 그치지 않고 사회문제인 저출생으로 직결된다. 첫째 아이를 낳고도 독박 육아와 직장 내 불이익 사이에서 갈등하며 지친 부모들은 둘째나 셋째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육아휴직을 마음 편히 쓸 수 없는 주변 환경은 "아이를 낳으면 당신의 사회적 삶은 끝난다"라는 공포 섞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제는 생각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아기가 태어나면 당사자가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게 아니라 그 반대로 해야 한다. 육아휴직을 노동자가 눈치를 보며 '신청'하는 제도가 아니라, 일정 조건이 되면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강제적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노동자가 원치 않더라도, 혹은 사업주가 꺼리더라도 법적으로 육아휴직을 강제한다면 '유별나게 쉰다'는 부담감을 없앨 수 있다. 아기를 낳은 모든 직원이 당연히 거쳐 가는 과정으로 인식될 때 비로소 육아휴직은 보편적인 사회 문화로 자리 잡을 것이다.

동시에 제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지원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현재 육아휴직 급여로는 치솟는 물가와 육아 비용을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한 달 생활비를 충분히 보전해 줄 수 있는 수준으로 급여를 현실화하고, 휴직 기간 또한 현행 1년에서 2년으로 대폭 확대해야 한다. 아이가 부모의 손길을 가장 필요로 하는 시기에 경제적 걱정 없이 곁을 지킬 수 있도록 사회제도가 확실한 안전망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육아휴직 후 복귀 시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에 대해 더욱 강력한 법적 징벌과 감시 체계를 가동해야 한다. 원직복직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부당한 부서 이동이나 차별 대우를 하는 기업에는 과징금을 부과하고, 반대로 육아휴직을 적극 권장해야 한다. 기업이 육아휴직을 '손실'이 아닌 '투자'로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것이다.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다는 확실한 믿음, 그리고 우리 사회와 내 직장이 나의 아이를 환영한다는 확신이 있을 때 비로소 사람들은 미래를 꿈꿀 수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제도적 강제성과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개인과 가족과 사회가 잘 지탱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한 가지 길이 될 것이다.

/김경민 '싸우는 노동자를 기록하는 사람들'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