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못쉬고 이동 통제'...농촌 계절노동자 인권침해 다수 적발

최석환 기자 2026. 5. 8.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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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지난달 1일부터 노동자 인권보호 실태점검
중간 점검 결과 경남지역 사업장서 다수 위반 적발
창녕·의령·밀양서 휴일 미보장·이동 제한 등 확인
이주민단체 “인력 투입 치중, 사후 관리 체계 부실”
정부 “추가 조사 진행”…벌점 부과·배정 제한 예고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밀양시 딸기수확 현장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밀양시

창녕·의령·밀양지역 외국인 계절노동자 고용 사업장에서 임금체불 등이 다수 적발됐다.

법무부는 7일 '외국인 계절근로자 인권보호 실태점검'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점검은 올해 4월 1일부터 전국 시군 27곳, 사업장 3445곳, 계절근로자 7997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점검은 불법 브로커 개입 여부와 임금체불, 노동계약 위반, 숙소 환경, 인권침해 문제 등을 중심으로 오는 6월 30일까지 진행한다.

법무부는 우선 지난달 30일까지 15개 시군 849개 사업장과 계절노동자 2035명을 점검했다. 그 결과 전국 8개 시군 61개 사업장에서 위반사항 84건이 확인됐다. 지역별 적발 시군은 △고령군(위반사업장 29곳·위반 건수 31건) △의령군(10곳·22건) △창녕군(6곳·13건) △충남 논산시(6곳·6건) △충남 예산군(6곳·8건) △밀양시(2곳·2건) △전북 고창군·전남 담양군(각 1곳·1건)이다.

위반 유형은 △주거용으로 부적합한 컨테이너 숙소 제공(16건) △소화기 등 화재예방 시설 미비(18건) △최저임금·초과근무수당 미지급·휴일 미보장·임금체불 등 노동조건 위반(25건) △휴대전화 사용 제한·언어폭력 등 인권침해(25건) 순으로 구분된다.

조사 결과 위반 사례가 가장 많은 고령군에서는 화재예방 시설 미비와 위생 불량, 잠금장치 불량 등이 무더기로 확인됐다. 논산시에서는 컨테이너 숙소 제공 사례가, 담양군에서는 고용주가 노동자 여권과 통장을 보관한 사례가 파악됐다.

경남 시군별 위반 내용도 이에 못지않다. 창녕지역에서는 6개 사업장에서 노동자 휴일 미보장과 초과근무수당 미지급, 언어폭력 사례가 적발됐다. 또한, 일부 사업장은 쉬는 날에도 주거지 밖 이동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노동자 외출을 막은 것으로 조사됐다.

의령지역 상황은 더 심각하다. 10개 사업장에서 휴일 미보장, 초과근무수당 미지급은 물론, 외부 소통 제한, 휴무일 이동 제한 등이 확인됐다. 그 외에도 숙소를 고용주 집으로 임의 변경해 살게 한 사례가 드러났다. 사실상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환경에서 지냈다는 의미다. 사업주는 기존에 신고됐던 노동자 숙소가 아닌 공간에서 이주노동자들을 지내게 한 이유를 묻는 법무부 말에 "숙소 공사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밀양지역에서는 2개 사업장에서 비닐하우스 안 조립식 패널 숙소 제공 사례와 임금체불 사례가 적발됐다. 다만 법무부는 "현재 임금체불 건은 현장 시정 요구 뒤 지급 완료 조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서 피해 당사자로 지목된 이들은 지방자치단체가 다른 나라와 맺은 업무협약에 따라 입국한 사람이거나, 결혼이민자 가족을 초청하는 방식으로 입국한 자들로 파악됐다. 즉,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 안에서 합법적으로 입국·배치된 이들 사이에서 인권침해가 확인된 셈이다.

외국인 계절노동자 제도는 파종기·수확기처럼 단기간 집중적으로 일손이 필요한 농·어업 현장에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지자체가 외국인 인력을 데려오고 나서 농어촌 현장에 배치하는 구조다. 계절근로자 고용은 최대 8개월까지 허용된다.

경남 이주민 단체는 이번 법무부 조사 결과를 두고 "예견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앞으로는 단순 인력 투입 확대보다 사후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철승 경남이주민센터 대표는 "인권침해는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면서 "고용주에게 하지 말라고 해도 일어나고, 고지서를 전달하며 제지해도 일어난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적인 지휘·감독이 필요하지만, 현재 정부에는 이를 전담할 관리 책임 기관이 없다"며 "노동 문제인 만큼 고용노동부가 중심이 돼 관리·감독해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자치단체에는 근로감독 권한이 없는데도 현장 관리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라면서 "지자체는 시민들을 지원하는 행정 담당 기관이지 노동법 위반이나 인권침해 문제를 직접 감독하는 기관도 아니고, 그럴 법적 권한도 없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외국인 인력 도입 규모를 늘리는 데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밀한 점검과 사후 관리 시스템을 먼저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에서는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한다.

의령군 농업정책과 계절근로제 담당자는 "의령군 계절근로 참여 농가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119곳이고, 계절근로자가 368명에 달한다"며 "현재 송출과 교육, 배정 업무만으로도 상당한 부담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모든 현장을 직접 관리하기 쉽지 않다"며 "법무부 최종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계도나 벌점 부과 같은 후속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남은 점검 기간 현장 조사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위반 사업장과 지자체에 시정조치도 요구할 예정이다. 위반 정도에 따라 벌점 부과와 계절근로자 배정 제한 조치도 검토한다. 특히 인권침해 사례는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산하 '이민자 권익보호 기동부대'가 별도 조사에 착수한다. 인권침해 사실이 확인되면 '외국인 인권보호·권익증진협의회'에서 구제 절차도 진행한다.

법무부 이민조사과 조사 담당자는 "전수조사 수준으로 현장 점검을 진행하고 있으며, 관련 인력을 최대한 집중적으로 투입한 상태다"라면서 "자세히 들여다보고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