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 요보비치 주연 대작, 기획부터 주도… “지식재산권도 우리가 다 가져”
“오징어게임처럼 세계 흔들고도
과실은 적은 구조 바꾸고 싶다"

배경은 미국 뉴멕시코, 주연배우는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밀라 요보비치. 전직 특수부대 요원이 인신매매 조직에 납치된 딸을 구하기 위해 72시간 추격전에 뛰어드는 이야기. 최근 개봉한 영화 ‘프로텍터’는 얼핏 보면 전형적인 할리우드 액션 영화처럼 보이지만, 그 뒤엔 한국의 작은 제작사가 있다. 시나리오는 아낙시온 스튜디오의 문봉섭 대표가 직접 썼고, 아낙시온과 블러썸 스튜디오가 할리우드 시스템 안에서 기획부터 캐스팅, 투자, 제작까지 주도했다.

문 대표는 이러한 시도를 ‘K할리우드’라고 불렀다. 겉으로는 할리우드 영화지만, IP(지식재산권)는 한국 제작사가 소유하는 새로운 모델이다. 한국 제작사가 만들고 한국 배우들이 출연했지만, IP는 넷플릭스가 소유한 ‘오징어 게임’과 정반대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문 대표는 “전 세계를 뒤흔든 대작을 만들어도,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 IP를 넘기고 나면 우리한테 돌아오는 몫은 턱없이 적다”면서 “한국에 재능 있는 창작자가 너무나 많은데, 결국 글로벌 플랫폼에 IP를 넘길 수밖에 없는 구조를 바꾸고 싶었다”고 했다.
문 대표가 할리우드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것은 15년 전이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해외 영화 관계자를 통해 할리우드 제작사에 시나리오를 보내기 시작했다. AI 번역도 없던 시절,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한국어로 쓴 시나리오를 영어로 옮겼다. 답장이 오지 않아도 해마다 의례처럼 새 시나리오를 보냈고, 15년 가까이 부딪힌 끝에 기회가 찾아왔다.

‘프로텍터’도 처음부터 지금의 규모는 아니었다. 애초에는 태국을 배경으로 한 10억 안팎의 저예산 영화로 제안했다. 당시 문 대표는 스티븐 연을 주인공으로 염두에 두고 미국 대형 에이전시 CAA에 시나리오를 보냈다. 뜻밖에도 “주인공을 여성으로 바꿀 수 있느냐”는 제안이 왔다. 이야기는 엄마가 딸을 찾는 서사로 바뀌었고, 밀라 요보비치를 포함한 할리우드 스타 3명이 관심을 보였다. 최종적으로 요보비치가 합류하면서 제작비는 250억원 규모로 불어났고, 영화는 미국 뉴멕시코에서 촬영됐다.
국내 흥행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해외 시장에선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미국 배급사와 계약을 맺고 북미 1000여 상영관에서 개봉했고,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3위에 올랐다. 영화는 영국·프랑스·독일 등 80국에 선판매해 글로벌 세일즈를 통해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미국과 공동 제작한 또 다른 영화 ‘도둑의 고속도로’도 OTT에서 호평을 받았다. 영화 ‘다크 나이트’의 검사 하비 덴트 역으로 잘 알려진 애런 에크하트 주연으로 시골 보안관이 지역 축산업을 흔드는 현대판 소 도둑 무리를 추적하는 서부극이다. 마케팅 비용이 부족해 홍보조차 하지 않았는데 OTT 플랫폼 훌루에서 1위를 차지했다. 미국 매체 콜라이더는 이 영화를 “조용히 훌루 최고 흥행작으로 떠오르고 있는 83분짜리 서부극”이라고 소개했다.
저예산으로 완성도 높은 장르 영화를 만든다는 소문이 나면서, 아낙시온을 향한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문 대표는 “‘프로텍터’와 같은 방식으로 차기 10여 편의 작품에 대한 북미 배급 계약이 체결된 상태”라고 했다. 그는 “한국 창작자들을 글로벌 시장으로 데려가기 위한 새로운 루트를 만들고 있다”면서 “우리가 직접 글로벌 시장의 판을 짜고 배급망을 흔드는 사례가 늘어난다면 한국 영화 산업의 영토는 비약적으로 넓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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