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먼저 뜬 K신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만든 ‘미니 제작사’

백수진 기자 2026. 5. 8.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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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K]
<10> 지평 넓히는 문화예술인
무명에 가까웠던 신인 배우 이상헌(오른쪽)은 한국을 배경으로 한 넷플릭스 하이틴 로맨스 ‘엑스오, 키티’의 흥행으로 글로벌 팬덤을 얻었다. /넷플릭스

한국을 배경으로 한 넷플릭스 하이틴 로맨스 ‘엑스오, 키티’ 시즌 3는 지난달 공개 후 나흘 만에 시청 수 1290만회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TV 부문 1위에 올랐다. 작품 흥행과 함께, 주인공 키티와 사랑과 우정 사이를 오가는 민호 역의 배우 이상헌은 글로벌 스타로 떠올랐다. 시즌 1 공개 직후 5일 만에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 100만명에 도달하더니, 현재 팔로워 수는 400만을 훌쩍 넘어섰다. 그는 국내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 글로벌 무대에선 유명 인사다. 필리핀 미니시리즈 ‘시크릿 인그리디언트’에 주연으로 캐스팅되는 등 해외가 주요 활동 무대가 됐다.

K컬처의 약진과 함께 한국 예술인들의 활동 반경이 비약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과거엔 한국에서 만든 콘텐츠를 해외로 수출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한국의 배우와 제작진이 글로벌 제작 시스템에 직접 들어가 활동한다. 한국 배우들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주요 배역을 맡고, 한국 제작진이 글로벌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성난 사람들' 시즌2에서 배우 장서연(맨 오른쪽)은 박 회장(윤여정·가운데)의 통역사 유니스 역할을 맡았다. /넷플릭스
'성난 사람들'과 '버터플라이'에 출연하며 글로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배우 장서연. /콘텐츠합

글로벌 OTT는 주연급뿐 아니라 준·조연급에서도 한국 배우들의 활동 무대가 됐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 시즌2에는 윤여정·송강호 같은 관록의 배우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 작품에는 신인 배우 장서연과 혼성 그룹 카드(KARD)의 멤버 비엠(BM)이 출연한다. 영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장서연은 할리우드 배우 대니얼 대 김이 제작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시리즈 ‘버터플라이’에도 출연했다.

장서연은 본지 인터뷰에서 “이성진 감독과 대화를 나눴을 때, 한국 배우들은 직접적으로 감정을 표출하기보다 섬세하게 감정을 겹겹이 쌓아가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더라”면서 “한국 배우 특유의 절제된 연기가 해외 제작진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것 같다”고 했다.

할리우드에서도 한국 배우들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전종서는 ‘존 윅’ 시리즈의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 ‘하이랜더’에 합류했다. 헨리 카빌, 마크 러팔로 등이 출연하고 제작비 1억달러(약 1450억원)가 넘는 초대형 작품으로, 전종서는 비밀 조직 ‘워처’의 일원으로 출연한다. ‘오징어 게임’의 모델 겸 배우 정호연도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애플TV+ 시리즈 ‘디스클레이머’에 이어, 김지운 감독의 한·미 공동 제작 영화 ‘더 홀’에 합류하며 글로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5월 말 일본 개봉 예정인 일본판 '범죄도시' 스틸컷. /카도카와

배우뿐 아니라 감독과 제작진도 글로벌 무대로 이동이 시작됐다. 한국에서 만든 완성작을 해외에 파는 방식에서 나아가, 기획 단계부터 해외 자본과 배급망을 끌어들여 세계 시장을 겨냥하는 것이다. 일본에서 5월 말 개봉 예정인 일본판 ‘범죄도시’는 신주쿠 가부키초를 배경으로 한 범죄 액션물이다. 배우 마동석이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우치다 에이지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동방신기 활동으로 일본에서 인기가 높은 유노윤호는 한국 형사 역할로 출연한다. 일본 영화 사상 처음으로 신주쿠의 랜드마크인 알타 앞 일대를 통제하고 대규모 액션 씬을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제니가 멜론 뮤직 어워드 무대 시작 당시 걸친 15m 길이의 베일. 한글로 기록된 최초의 노래 가사집 '청구영언' 구절이 적혀 있다. /르쥬
르쥬에서 제작한 블랙핑크 제니의 자개 장식 의상. /OA엔터테인먼트

K팝의 세계적 확산은 아이돌뿐 아니라 주변 스태프들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열어줬다. BTS, 엑소, 워너원 등 인기 스타들이 데뷔 무렵부터 뮤직비디오를 만들어온 국내 제작사 쟈니브로스는 이제 연간 100편 넘는 뮤직비디오와 광고를 제작하는 대형 프로덕션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할리우드 제작사의 투자를 받아 장편 영화 ‘퍼펙트 걸’을 선보일 예정이다.

K팝 의상 제작자들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르쥬는 블랙핑크 제니의 무대·뮤직비디오에서 금관 장식 의상, 자개로 만든 튜브톱 등 전통 문화를 결합한 의상을 제작해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케데헌’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가수 이재의 그래미와 오스카 시상식 의상을 맡아 할리우드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올해 첫 북미 투어에 나서는 밴드 이날치. /하이크

국악과 인디 음악처럼 비주류로 여겨졌던 장르 뮤지션들은 활발하게 전 세계 관객들과 만나고 있었다. 팬데믹 시기 ‘범 내려온다’ 영상으로 세계적 반향을 일으켰던 이날치와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는 전설적인 밴드 토킹 헤즈의 리더 데이비드 번과 손잡고 북미·유럽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지난달 글로벌 싱글 ‘떴다 저 가마귀’를 발매했고, 올 상반기 캐나다 3대 재즈 페스티벌(토론토·밴쿠버·몬트리올)을 시작으로 북미와 유럽 20여 도시 월드 투어에 나선다.

2024년 미국 최대 규모 음악 축제인 코첼라 무대에 오른 인디 밴드 더 로즈. /트랜스페어런트 아츠

인디 음악계도 글로벌로 무대를 확장하고 있다. 홍대 앞 버스킹으로 시작한 인디 밴드 더 로즈는 2024년 미국 최대 규모 음악 축제 코첼라 무대에 올라 화제가 됐다. K팝 아이돌들이 포진해있는 코첼라 라인업에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한국 밴드였다.

CJ문화재단의 인디 음악가 지원 프로그램인 튠업을 통해 발굴된 ‘웨이브투어스’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1년 전 30만명 수준에 불과했던 ‘웨이브투어스’의 스포티파이 월간 청취자 수는 현재 920만명이다. 이는 인기 가수 아이유(440만명)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 그룹은 지난 2년 동안 미국 전국 투어 콘서트를 다니며 58회 전석 매진 기록을 세웠다. 미국뿐 아니라 브라질·칠레·아르헨티나 롤라팔루자 공연 등을 잇달아 성사시키며 해외 무대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튠업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지원하는 신인 그룹들의 인지도가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고, 해외 진출 시점도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며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등을 통해 한국 콘텐츠가 퍼져 나가는 속도가 확연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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