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디 타계 100주기 날… 교황, 그의 미완성 걸작 찾아 미사 집전

‘신의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1852~1926) 타계 100주기인 다음 달 10일, 교황 레오 14세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성가정) 성당을 찾아 ‘예수 그리스도의 탑’ 봉헌 미사를 집전한다고 교황청이 6일(현지 시각) 밝혔다. 1882년 착공해 144년째 공사 중인 이 성당은 지난 2월 첨탑 18기 중 가장 높고 중요한 ‘예수 그리스도의 탑(172.5m)’ 공사를 마무리하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회 건물이 됐다. 교황의 봉헌 미사로 ‘돌로 된 성경’을 짓겠다는 가우디의 꿈이 타계 한 세기 만에 상징적 결실을 맺게 됐다. 6월 6~12일 스페인을 방문하는 교황은 10일 성당 지하에 있는 가우디의 묘를 참배하며 헌화할 예정이다.
◇자연의 형태 담은 파격 디자인
가우디는 성당 착공 이듬해인 1883년 31세에 설계 책임자가 됐다. 1926년 6월 노면전차에 치여 숨질 때까지 43년간 공사에 매달렸다. 말년엔 아예 성당에 작업실을 차리고 기거했다. 생전에 이미 저명 인사였음에도 건축에만 열중해 행색이 남루한 그를 모두 노숙인으로 여겼고, 빈민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도 못 받았다. 더 좋은 시설로 옮기자는 주변의 권유를 “내 자리는 여기, 가난한 사람들의 곁”이라며 뿌리쳤다고 한다.
이런 겸허함은 성당 설계에도 반영됐다. 가우디는 예수 그리스도의 탑 높이를 바르셀로나 몬주익 언덕(약 173m)보다 낮게 잡았다. 피조물인 인간의 건축물이 창조주의 자연을 능가해선 안 된다는 의도였다.

성당은 당초 대중의 안목에 익숙한 네오고딕 양식으로 설계됐지만 가우디는 나뭇가지·뼈·조개껍데기 등 자연의 형태를 반영한 독창적 건축 언어를 구사했다. “미술사 전체를 통틀어 이와 비슷한 교회 건물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라이너 체르브스트) “중세 이후 고딕 건축에 대한 가장 비범한 개인적 해석”(폴 골드버거) 같은 평가가 나왔다.
가우디는 첨탑 18기를 설계했다. 예수, 마리아, 네 명의 복음사가, 열두 사도를 각각 상징한다. 벌집을 연상시키는 유기적 형태의 첨탑이 하늘을 찌르고, 내부에선 나무줄기를 모티프로 디자인한 기둥들이 가지처럼 갈라지며 천장을 떠받쳐 깊은 숲속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준다. 동쪽 창의 푸른 빛과 서쪽 창의 붉은 빛이 교차하는 풍경 역시 예수의 탄생(동쪽)과 수난(서쪽)을 나타내기 위해 색유리를 배치한 결과다. 가우디는 창조주가 빚어낸 자연의 형태를 빌려 세상을 향한 신(예수)의 사랑을 드러내겠다는 철학을 건축에 담았다.
◇상징적 구조는 이번에 완성
아직 최종 완공된 것은 아니지만, 레오 14세의 이번 봉헌 미사는 성당의 ‘구조적 완성’을 의미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수 그리스도의 탑이 천상과 지상을 잇는 성당의 수직축을 완성하는 상징적 구조물이기 때문이다. 탑에는 ‘당신만이 거룩하시고, 당신만이 주님이시며, 당신만이 지극히 높으신 분’이라는 라틴어 문구가 새겨져 있다. 주변을 성모 마리아와 네 복음사가(마태오·마르코·루카·요한)의 탑이 호위하는 구조다.
성당은 역대 교황들과도 인연을 이어 왔다. 착공 100주년이었던 1982년 요한 바오로 2세가 성당을 방문했다. 2010년 베네딕토 16세는 이 성당을 ‘준(準)대성전’으로 지정하고 봉헌 미사를 집전하며 가우디를 ‘빛나는 건축가이자 한결같은 그리스도인’이라고 표현했다. 지난해 4월엔 프란치스코가 가우디를 시성 절차의 둘째 단계인 ‘가경자’로 선포했다. 스페인 일각에선 레오 14세가 가우디를 성인 직전 단계인 ‘복자’로 승격시킬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종 완공은 8년 뒤 예상
가우디 사후 100년 동안 성당은 숱한 위기도 겪었다. 1936년 스페인 내전 중 급진 세력의 습격으로 가우디의 설계도 원본이 대부분 소실되고 성당도 일부 훼손됐다. 후대 건축가들은 도면 조각과 모형 파편을 모아 가우디의 설계 의도를 복원하는 작업에 나섰다. 1980년대 들어 컴퓨터 설계 기법이 도입되자 가우디가 즐겨 쓴 쌍곡면 구조를 디지털로 재현해 정밀도를 높였다. 2020년엔 코로나 사태로 입장료 수입이 끊기며 스페인 내전 이후 두 번째로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그래도 성당 측은 “나의 의뢰인(하느님)은 서두르지 않으신다”는 가우디의 생전 뜻을 이어받아 공사를 계속했다.
주요 구조물 중 해가 뜨는 동쪽에 예수의 출생과 유년기를 형상화한 ‘탄생의 파사드’, 해가 지는 서쪽에 예수의 십자가 죽음을 묘사한 ‘수난의 파사드’는 이미 완공됐다. 다만 최후의 심판과 천국의 영광을 표현하며 성당의 정문 역할을 할 남쪽 ‘영광의 파사드’와 이 구역 첨탑 4기는 아직 작업 중이다. 최종 완공은 2034년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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