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홀몸노인의 ‘강요된 독립’…울산은 노인을 위한 도시인가

경상일보 2026. 5. 8.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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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8일은 어버이날이다. 부모의 은혜를 기리고 어른을 공경하는 전통적 가치를 되새기는 날이지만, 정작 지역 고령층이 마주한 현실은 '경로효친'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팍팍하다. 산업수도 울산의 성장을 이끌었던 베이비붐 세대는 은퇴 이후 빈곤과 단절 속에 홀로서기를 강요받고 있다.

지난 2024년 말 기준 울산의 65세 이상 홀몸노인 가구 비율은 전체의 8.7%에 달한다. 더 심각한 것은 증가 속도다. 지난 10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산업화의 주역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층으로 편입된 데다, 자녀 세대가 취업과 교육을 이유로 지역을 떠나면서 가족 공동체 기능이 약화됐다. 노인 홀몸가구의 72%는 배우자와의 사별 이후 홀로 남겨지는 경우다. 사회적 안전망이 확충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혼자 늙어가는 사회'로 진입한 셈이다.

독거는 이제 예외가 아니라 구조적 현실이다. 문제는 이들이 '경제적 빈곤'과 '사회적 고립'이라는 이중의 위기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동남지방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울산 고령 1인 가구의 40% 이상은 10년 넘게 홀로 생활하고 있으며, 몸이 아파도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거나 외로움 속에서 대화를 나눌 상대가 없다는 응답이 40%를 넘는다. 사회적 관계망이 사실상 붕괴된 상태다.

경제 상황 역시 열악하다. 울산 고령층 실업률은 3.9%로 전국 평균의 두 배를 웃돈다. 고령층 취업자 상당수는 제조·건설 현장의 단순노무직이나 임시·일용직에 몰려 있다. 고령 임금근로자의 60%는 월수입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노년의 삶이 안정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된 셈이다.

정책 방향도 전환이 필요하다. 단순노무 중심의 단기 일자리만으로는 빈곤과 고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어렵다. 울산의 산업 기반을 활용해 퇴직 기술 인력을 재고용하고, 산업 안전 관리 지원이나 기술 멘토링 등 경험 기반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 이를 통해 소득 안정과 사회적 역할을 동시에 보장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연결의 회복' 역시 중요하다. 장기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건강과 심리 상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밀착형 돌봄 체계를 구축하고, 동네 단위의 안부 확인 네트워크도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 기술과 지역 공동체가 결합된 복합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 울산이 '산업도시'에서 '노인을 배제하지 않는 도시'로 전환할 의지가 없다면, 이 문제는 더 이상 복지의 영역이 아니라 도시 지속 가능성의 문제로 되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