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시장 “테더로 내세요”…달러 스테이블코인 ‘일상 침투’

김신영 기자 2026. 5. 8.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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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청동의 한 갤러리에 달러 스테이블코인인 USDT(테더)와 USDC로 결제가 가능하다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강우량 기자

디지털 자산 컨설팅사인 ‘타이거리서치’ 김규진 대표는 서비스를 구매하는 해외 기관들로부터 “스테이블코인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싶다”는 요청을 자주 받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1코인=1달러’처럼 가치가 법정 화폐에 고정되게 설계된 가상 화폐(코인)다. 김 대표는 “고객사의 70% 정도는 테더(USDT)·USDC 같은 스테이블코인으로 돈을 낼 수 있는지 문의해올 정도로 수요가 많고 현재 절반 정도는 대금을 스테이블코인으로 받고 있다”며 “은행망을 통한 송금보다 비용과 시간이 훨씬 적게 들다 보니 테더 등으로 결제하려는 거래처가 계속 늘어나는 것 같다”고 했다. 스테이블코인 규모 1·2위인 테더와 USDC는 모두 미국 달러에 가치가 연동된다.

유럽·일본에 이어 미국에서도 지난해 관련법이 통과되고 국경 간 거래에 스테이블코인이 쓰이는 규모가 계속 늘면서 한국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의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한국은 법제화가 지지부진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막혀 있고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한 세법 등도 정비되지 않았는데 현장에서 먼저 수요가 생겨나는 상황이다. 글로벌 결제 회사 ‘비자’에 따르면, 지난해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한 글로벌 결제·송금 규모는 11조1800억달러(약 1경6186조원)로 2020년 8000억달러의 약 14배 수준으로 성장했다.

그래픽=김현국

◇삼청동 갤러리 “스테이블코인 받아요”

‘미술품을 USDT·USDC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말 찾아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한 갤러리 앞에는 영어로 이런 문구가 붙어 있었다. 이 갤러리 관계자는 “몇 년 전 한 외국인 관광객이 미술품을 구매하고 싶다며 혹시 테더 결제가 가능한지 물어봤는데 안 된다고 하니 아쉽다며 그냥 가더라”며 “이후 가상 화폐 ‘지갑’을 만들고 달러 스테이블코인 결제도 열어놓았고 실제로 외국인들이 종종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그림을 사가고 있다”고 했다.

대금 정산의 불편함을 토로해 온, 한국 도매시장을 찾는 외국인 상인들이 테더를 통해 쉽게 정산할 길도 조만간 열릴 예정이다. 해외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센트비’는 동대문 도매시장인 apM과 손잡고 외국인 상인이 휴대폰 앱을 통해 테더를 활용한 대금 결제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상반기 중 내놓기 위해 준비 중이다. 구매자가 자국 화폐로 테더를 구매한 후 apM 전자 상품권으로 바꿔 쓰는 방식이다. 최성욱 센트비 대표는 “법률 자문을 거쳐 싱가포르의 주요결제기관(MPI) 면허를 받아 스테이블코인 결제·환전 서비스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현국

◇“스테이블코인 결제, 5년 새 10배 성장 전망”

시티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결제·송금이 빠르게 성장해 2030년쯤 지금의 10배 수준인 100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티은행은 “주요국에서 관련법이 제정되며 합법적 사용의 길이 열리면서 주요 금융사와 법인이 생태계로 들어오면 스테이블코인 활용이 급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테이블코인 송금·결제는 해외에서 현금 들고 다니기는 불편하고 국경 간 금융 거래 수수료는 내기 아깝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이 사용한다. 코로나 이후 늘어난 원격 근무 프리랜서들도 스테이블코인으로 해외에서 보수를 받는 경우가 많다. 다만 한국은 아직 관련 규제가 마련되지 않아 이렇게 받은 수익에 대해 납세를 하려면 번거롭고, 이 코인들이 달러와 연동돼 있어 환율이 하락하면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은 단점으로 지목된다. 법인이 보유한 스테이블코인을 합법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법인 코인 계좌’ 개설을 허용해주기로 금융당국이 지난해 결정했음에도 지난 1분기로 예정됐던 가이드라인 발표는 다른 현안에 밀려 계속 미뤄지는 상황이다. 김규진 대표는 “아직 한국엔 관련 규정이 아예 없어 회계사의 자문을 받아 국세청에 매출을 일일이 수기로 적어 신고하고 있다”며 “스테이블코인으로 대금 지급을 하겠다는 거래처는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라 관련법이 마련돼 더 효율적으로 회계 처리를 할 수 있게 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업계에선 규제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핀테크 회사 다윈KS는 테더를 보유한 외국인이 자동입출금기에서 실명 확인을 거쳐 원화를 인출할 수 있는 서비스를 2020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샌드박스를 통해 내놓고 운영해 오다 금융위원회로부터 ‘미신고 가상자산 사업자’로 지난해 9월 경찰에 고발돼 서비스가 중단된 후 수사를 받고 있다. 이종명 다윈KS 대표는 “여권을 통해 실명 확인, 하루 2000달러 이내 환전 등 과기정통부에 제출한 자금세탁방지용 가이드라인 및 가상자산 보관 절차 등을 철저히 지켜왔는데도 정부가 서비스를 갑자기 막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샌드박스에 해당하지 않는 가상자산 취급 업무를 했다는 정황이 있어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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