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석의 남자의 물건] [36] 무좀 양말에서 당당한 패션 아이콘으로

아저씨들의 전유물이며, 무좀 보균의 고백이자, 패션 테러의 대명사였던 발가락 양말이 돌아왔다. 배우 이미숙은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건강을 위해 발가락 양말만 신는다며 예찬했다. 패션 아이콘 제니와 배우 이광수는 아예 발가락 모양 그대로 만든 베어풋 슈즈의 유행을 주도했다.
일종의 ‘혐오 아이템’이던 발가락 양말 자체가 달라진 건 없다. 그런데 수년째 전 세계를 달구고 있는 러닝 붐은 발가락 양말에서 기능성뿐 아니라 새로운 미감을 발견했다. 역주행의 출발선은 트레일 러닝과 울트라 마라톤이다. 수십 킬로미터 이상 험한 산지를 내달리는 이 종목들에서 발가락 양말은 철저한 생존 장비다. 발가락 사이 땀과 피부 마찰을 원천 차단해 물집을 막아준다. 또한 발가락이 자연스럽게 벌어지게 해서 다양한 지형에 대응하는 데 유리하게 해준다. 극한 환경과 장시간 러닝에서 증명된 기능성은 로드 마라톤과 러닝 문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렇게 쌓인 긍정적인 경험은 발가락 양말이 무좀과 자동 연결되는 기존 인식을 빠르게 지워가는 중이다. 이제는 발가락 양말을 다이소 같은 라이프스타일숍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여름철에 유용하다. 엄지발가락 쪽만 따로 갈라진 일본의 전통 버선을 계승한 타비 양말처럼 샌들이나 플립플랍 등과 어울림이 좋다.

발가락 양말은 같은 물건이 시대와 세대에 따라 다르게 호명되는 것을 보여주는 재미난 사례다. 지금은 성장과 발전보다 회복과 자기관리에 관심을 쏟는 웰니스의 시대다. 웰빙이 유기농 식단 등 좋은 것을 향유하는 소비와 여유라면, 웰니스는 능동적 자기관리이자 생존하기 위한 태도에 가깝다. 최근 문학적 대사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에서도 생체 지표를 측정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웨어러블 기기가 극을 이끌어가는 주요한 장치로 등장한다.
이런 시대에 자연을 달리며 재발견한 발가락 양말을 더 이상 숨기거나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땀이 차는 무더운 여름철 당당하게 발가락 모양을 세상 밖으로 드러내 보자. 아저씨 패션의 대표 격이던 발가락 양말이 새로운 재미를 주는 패션 아이템이자 삶의 질을 개선해 줄 웰니스 시대의 상징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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