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호 쇠제비갈매기 지킨다… 국내 첫 ‘민·관·연 공존협의체’ 출범

안동/권광순 기자 2026. 5. 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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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모래섬’으로 연 공존의 길
첨단 AI·드론 모니터링도 도입
안동호 쇠제비갈매기 서식지인 인공모래섬에서 쇠제비갈매기 수컷이 알 품는 암컷에게 물고기를 전하고 있다. /안동시

안동호(湖)의 쇠제비갈매기 서식지 보호와 보존을 위한 공존협의체가 공식 출범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지난 6일 국립경국대학교에서 ‘쇠제비갈매기 공존협의체’ 발족식을 개최하고, 안동호 쇠제비갈매기 보호 및 서식지 보전을 위한 민·관·연 협력 체계를 가동했다고 7일 밝혔다. 국내에서 특정 종인 쇠제비갈매기를 보호하기 위해 단독 공존협의체가 구성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 따르면, 이번 협의체는 2022년 쇠제비갈매기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됨에 따라 안동호에서 번식하는 개체군을 체계적으로 보전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지면서 마련됐다. 이에 따른 관광 자원화도 함께 추진된다.

안동호는 국제적으로 보기 드문 내륙 담수호형 쇠제비갈매기 번식지다. 동아시아-호주 철새이동경로(EAAF) 차원의 국제 협력 강화와 생물다양성 보전사업 확대라는 흐름 속에서 전문가, 행정기관, 사회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협력 모델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지난 6일 경국대에서 진행된 안동호 쇠제비갈매기 공존협의체 발족식. 국립생태원, 안동시, (사)조류생태환경연구소, 국립경국대학교, (사)안동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등 5개 기관·단체가 참여했다. /국립생태원.

이날 행사에는 국립생태원, 안동시, (사)조류생태환경연구소, 국립경국대학교, (사)안동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쇠제비갈매기사랑시민본부 등 5개 기관 및 단체가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안동호 쇠제비갈매기 서식지 보전과 지속 가능한 관리 체계 구축을 위한 공동 협력을 선언하고, ‘안동 쇠제비갈매기 보전 합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협의체는 앞으로 ▷안동호 쇠제비갈매기 및 서식지 정보 공유 ▷장기 모니터링 및 연구 협력 ▷서식지 개선 및 위협 요인 관리 ▷교육·홍보 및 생태 관광 연계 ▷지역 사회 참여 확대 등을 중심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또한 참여 기관 간 정기 간담회와 현장 조사를 통해 관리 방안을 개선하고 중장기 보전 계획도 수립할 계획이다.

안동호 쇠제비갈매기가 자맥질을 통해 먹이를 잡는 모습. /안동시

안동호는 내륙 담수호에서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는 대표적인 쇠제비갈매기 번식지다. 지난 2019년 수위 상승으로 기존 서식지인 ‘쌍둥이 모래섬’이 사라지자 환경부와 안동시가 인공 모래섬을 조성했으며, 이후 매년 안정적인 번식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립생태원에선 드론 및 인공지능(AI) 기반 첨단 모니터링 기술을 활용한 번식지 조사와 서식지 관리 연구가 진행 중이다. 연구가 완료되면 앞으로 연구자가 서식지에 직접 접근하지 않고도 개체 수나 둥지, 산란 상태 등을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게 된다.

최승운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장은 “이번 공존협의체 출범은 지역 사회 단체와 행정, 연구 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실질적인 멸종위기종 보전 협력 체계의 모범 사례”라며 “안동호 쇠제비갈매기의 안정적인 번식 환경 조성과 지속 가능한 생태 보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안동댐에서 상류 방향 배로 약 20분 거리에 설치한 쇠제비갈매기 서식지인 인공모래섬. 맨 위 부분이 수위 상승으로 수시로 사라지는 자연 모래섬이다. /안동시

쇠제비갈매기는 도요목 갈매기과에 속하는 여름 철새다. ‘작다’는 의미의 이름처럼 아담한 크기의 이 새는 주로 강 하구의 모래밭에서 산란하고 새끼를 키운다.

쇠제비갈매기는 습성상 모래를 매우 선호한다. 모래밭을 국자 모양으로 얕게 파서 둥지를 트는 방식이다. 하지만 노출이 심한 지형 특성상 천적의 공격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조류학계에선 쇠제비갈매기가 특정 지역에서 사라지는 것을 주변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알리는 신호로 본다. 학자들이 이들을 해변 생태계의 상태를 가늠하는 ‘깃대종(Flagship Species)’으로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거 국내 최대의 쇠제비갈매기 번식지는 낙동강 하구 삼각주였다. 강물이 운반해 온 고운 모래가 쌓여 만들어진 평탄한 지형 덕분이다. 해마다 을숙도와 도요등, 신자도를 잇는 모래밭에는 4000~6000마리의 쇠제비갈매기가 모여들었다. 그러나 2013년 안동호에 쇠제비갈매기가 처음 찾아올 무렵, 낙동강 하구는 각종 개발 사업으로 인해 서식 환경이 악화되면서 이들의 자취도 대부분 사라졌다.

2023년 10월, 환경부와 안동시가 쇠제비갈매기 번식지로부터 350m 떨어진 섬에 조성한 안동호 탐조시설. /안동시.

안동호의 번식지는 안동댐에서 배로 20분가량 상류로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호수 중앙의 작은 쌍둥이 섬이다. 원래 산봉우리였던 이곳은 댐 건설로 호수에 물이 차면서 섬이 됐다. 가로 200m 길이의 이 섬은 갈수기인 3월이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가, 7~8월 홍수기에는 다시 물속으로 잠긴다. 수십 년간 반복된 물의 침식 작용은 섬의 흙을 씻어내고 상층부를 새들이 좋아하는 깨끗한 모래밭으로 바꾸어 놓았다.

야생동물의 접근이 어려운 고립된 섬인 데다 보송보송한 모래밭까지 갖춰져 새들에게는 최적의 조건이 됐다. 또한 댐 주변 실개천에서 산란하는 빙어 떼는 새들에게 풍부한 먹잇감을 제공했다. 특히 2020년과 2021년 안동시와 환경부가 각각 조성한 인공 모래섬 덕분에 장마철 수위가 높아져도 안정적인 번식 활동이 가능해졌다. 최근에는 탐조대도 마련돼 이를 관찰하려는 관광객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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