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중앙 수비수 이한범 “유럽서 단련한 몸, 월드컵의 전율 빨리 느끼고 싶어”
거친 덴마크 축구에 적응…김민재 이어 스리백 ‘믿을맨’ 발돋움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차다.”
지난달 덴마크 헤르닝의 미트윌란 훈련장에서 만난 이한범(24·미트윌란)은 6월12일 개막하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이야기가 나오자 눈빛부터 달라졌다. 이한범은 한국 축구가 4강 신화를 쓴 2002 한·일 월드컵 이탈리아와의 16강전을 단 하루 앞두고 태어난 ‘월드컵 키드’다. 축구 선수로서 꿈으로만 그리던 무대가 이제 손에 잡힐 듯 다가왔다. 이한범은 “먼저 월드컵을 경험한 (조)규성이 형이 ‘애국가만 흘러나와도 분위기가 압도된다’고 하더라. 나도 빨리 그 전율을 느껴보고 싶다”며 웃었다.
이한범은 한국 축구에서 보기 드문 유럽파 중앙 수비수다. ‘롤모델’인 김민재(30·바이에른 뮌헨)가 닦아놓은 길을 따라 2023년 8월 유럽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다. 조규성과 함께 덴마크 미트윌란에서 세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그는 이제 당당한 팀의 핵심 주전이다.
입단 초기에는 거친 덴마크 축구에 적응하느라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길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이번 시즌에만 47경기(3골 4도움)를 소화하며 실력을 입증했다. 이한범은 “경기에 못 뛸 때는 ‘반년만 버티면 기회가 올 것’이라는 생각으로 견뎠다. 몸을 더 단단하게 만들고 웨이트에 집중하니, 강점이 아니었던 스피드도 시속 33.3㎞까지 올라왔다”고 밝혔다. 이한범은 “평소에도 (김)민재 형이 뛰는 영상을 보면서 배우는 게 많았다. 적극적인 인터셉트를 보면서 감탄했다. 우리가 공격을 풀어갈 때도 수비 상황을 미리 준비하더라”면서 “수비수로서 스타일은 다르기에 다 배울 수는 없지만 나만의 장점도 찾아가는 단계”라며 웃었다.

이한범의 노력은 태극마크로 이어졌다. 이한범은 지난해 6월 쿠웨이트를 상대로 A매치 데뷔전을 치르더니 그해 9월부터 시작된 축구대표팀 평가전에서 조금씩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파라과이전에서 실수 한 번 했다”면서 씩 웃은 그는 “교체로 들어간 코트디부아르전도 그렇고, 오스트리아전도 나쁘지 않게 했다. 열심히 잘 준비하면 좋은 기회가 오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홍명보호가 수비 불안을 노출했던 지난 3월 A매치 2연전(코트디부아르·오스트리아)에서 거꾸로 이한범의 가치가 빛났다. 스리백의 스위퍼 역할을 맡은 김민재의 옆에서 이한범이 상대 공격수에게 과감하게 달려들면서 공을 빼앗는 장면이 여러 번 나왔다. 그는 “난 스리백이 익숙한 선수다. 미트윌란은 포백처럼 보이는 변형 스리백, 대표팀은 클래식한 스리백이라는 차이는 있다”면서도 “민재 형은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라. 날 믿고 가라’고 해준다. 그런 부분이 너무 든든하다”고 말했다.
오는 16일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월드컵 최종 명단(26명)을 발표한다. A조에서 체코와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순서대로 상대하는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16강 이상의 성적을 겨냥하고 있다.
이한범은 “수비수로 최우선 목표는 안정적인 수비다. 조금 더 욕심을 내면 규성이 형이 우스갯소리로 말한 것처럼 내가 날카로운 킥을 하나 날렸을 때 수비 뒷공간으로 뛰어들어가서 골을 넣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트윌란과의 계약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한범은 “월드컵에서 내 실력만 제대로 보여준다면 유럽 빅리그에 진출해 챔피언스리그도 뛸 수 있다고 믿는다”고 의지를 다졌다.

헤르닝 | 황민국 기자 stylelomo @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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