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세상]태양광 50% 한국의 숙제
지난 5월1일 노동절은 역사적인 날이었다. 이날 낮 12시25분, 태양광 발전만으로 국내 전체 전력 수요 57.5GW의 50.1%를 공급하는 기록이 세워졌기 때문이다. 연휴라 전력 수요가 낮았고, 맑은 날씨 영향이 반영된 결과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그동안 미미하게만 여겨졌던 태양광이 절반 이상의 전력을 충당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축하만 할 일은 아니다. 총 전력 생산량이 수요를 초과하게 되면 전력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고 극단적으로는 ‘블랙아웃’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태양광 발전량이 늘어난 만큼 다른 발전 설비의 생산량을 줄여야 한다. 그래서 노동절의 기록이 세워진 시간대에 가스발전은 67%, 석탄발전은 59%, 원전은 9%만큼 생산량을 줄였고, 양수발전에서 물을 끌어올려 3.5GW만큼 전기를 더 쓰게 해서 안정적인 전력예비율을 유지했다.
태양광은 주야 시간과 날씨에 따라 발전량 변동폭이 큰 대표적인 재생에너지다. 이렇게 기술적으로 대처가 가능하지만 다른 발전원의 출력제어에는 비용이 들고, 특히 원전은 물리적으로 감발 운전에 한계가 있다.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동시에 늘어나기 어려운 핵심적 이유다.
노동절 다음날부터는 날씨가 흐려지고 비가 내려서 전력당국이 우려한 대규모 원전 감발과 출력제어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상업용과 자가용 태양광은 계속 설치될 것이므로 태양광 공급량이 전체의 반을 넘는 날은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봄가을 공휴일에 놀러 갈 계획이 있는 가정에서는 날씨가 쾌청하기를 비는데, 전력당국은 구름과 비를 바라며 고사라도 지내야 할 상황이다.
전력 시스템에서 화석연료 발전과 원전이라는 박힌 돌에 태양광이라는 굴러온 돌이 부딪친 것이다. 그런데 굴러온 돌이 깨끗하고 안전하며 이제는 저렴하기까지 하니 박힌 돌의 기득권만 주장할 일이 아니며, 발전원의 특성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대처해야 한다. 더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재생에너지 비율이 꼴찌인 한국에서는 이 태양광 과반 상황을 더 빨리 달리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이 상당 부분 예측 가능하다는 것이다. 태양광 발전 비중이 높아지면 갑작스러운 개기 일식 같은 상황에서 전국 전력망이 마비될 수 있다고 걱정하는 이들도 있지만, 구름과 바람의 상태는 하루 전부터 상당한 수준까지 예측할 수 있고 이에 기술적으로 대응하면 된다. 에너지저장장치(ESS) 확충과 기존 양수발전의 활용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다음날의 온도와 습도 전망은 에너지 수요 예측도 정확하게 만들기 때문에 실시간 에너지 수급 조절이 더욱 정교해질 수 있다.
또한 에너지 수요의 변동성 역시 정책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 요금 체계 개편뿐 아니라 수요자원 관리 등 여러 정책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 정부는 이러한 수단의 적용과 확대를 부담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기술과 제도를 과감히 도입하고, 그 필요성을 시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한국은 이미 태양광 과반이라는 걸어가보지 않은 길에 들어섰다. 그 과정에 많은 숙제를 안게 되었지만 이는 할 수 있고 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김현우 탈성장과 대안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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