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원에선 3분의 1 가격에 ‘리쥬란’ 맞는다? 의사들 뿔났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2026. 5. 7.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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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 등 5개 단체
7일 한의원의 PDRN·PN 약침 시술 규탄
대한의사협회(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와 대한성형외과학회, 대한피부과학회, 대한성형외과의사회, 대한피부과의사회 등 5개 단체는 7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한의사들의 PDRN·PN 약침 시술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제공=대한의사협회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피부과보다 시술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른바 ‘연어 약침’ 시술을 찾는 이들이 늘면서 의사와 한의사 간 해묵은 갈등이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일부 한의원에서 연어 DNA 기반 폴리뉴클레오타이드(PN)나 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티드(PDRN) 성분을 ‘약침’ 형태로 시술하는 사례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갈등의 불씨가 됐다. 의사단체는 “한의사의 면허 범위를 넘어선 데다 환자의 안전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불법 의료 행위”라며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와 대한성형외과학회, 대한피부과학회, 대한성형외과의사회, 대한피부과의사회 등 5개 단체는 7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한의계가 피부 미용 의료 분야에서 기존 한방 진료의 범위를 넘어 레이저·주사 시술 등 의과 영역으로의 진입을 노골적으로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논란의 발단은 PDRN·PN 성분을 활용한 약침 시술이다. PDRN은 연어나 송어의 생식세포에서 유전자 조각을 추출해 만든 물질로 2008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으며 진료 현장에 도입됐다. 초기에는 치료 목적이 주를 이뤘지만 몇년 전부터 피부 재생 효과를 활용한 미용 목적의 사용이 급증했다. PN은 피부 상태 개선을 위한 조직수복용 생체재료다. 각각 전문의약품과 의료기기로 분류된다. 이들 단체는 “PDRN과 PN 성분들은 현대 의학적 원리에 기반해 개발된 현대 의학의 산물”이라며 “한의원에서 이를 ‘약침’ 형태로 조제·사용하는 것은 엄연히 면허 범위를 벗어난 불법 의료행위”라고 주장했다.

김택우 의협 회장이 7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한방 불법 의료행위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이다. 사진 제공=대한의사협회

소셜미디어(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3분의 1 가격으로 ‘O쥬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한의원들의 홍보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주란(美主爛) 약침’ 또는 ‘연어 약침’, ‘한방 스킨부스터’ 같은 표현은 대표적인 스킨부스터인 파마리서치의 ‘리쥬란’을 연상케 한다. 1회당 30만~40만 원대를 호가하는 피부과의 재생 주사보다 시술 가격이 적게는 3분의 1, 많게는 5분의 1가량 저렴하다. 고물가 시대에 ‘가성비’를 중시하는 20~30대 사이에서 PDRN, PN 성분의 약침 시술 수요가 높아진 배경이다.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한의원 전문의약품 공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PDRN 주사제는 2025년 7월 기준 626개 한의원에 2234개가 공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2024년 16개 한의원에 226개가 공급됐던 것과 비교하면 1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공급량이 폭증한 것이다.

의료계는 한의원들이 식약처의 허가를 거친 전문의약품을 공급 받는 대신 원외 탕전실에서 자체 제조한 성분을 약침 시술에 활용하기 때문에 환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원외 탕전실은 한의원이나 한방병원 외부에서 한의사의 처방에 따라 한약이나 약침을 전문적으로 조제하는 시설이다. 피부과 등 의과 영역에서 사용되는 주사제의 경우 엄격한 허가 절차와 임상시험, 제조·품질관리 기준(GMP)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된 반면 원외탕전실에서 제조되는 약침액은 GMP가 엄격히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상호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장은 “원외탕전실에서 제조되는 약침액은 성분·효능·용법 등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조차 명확히 제시되지 않는 경우가 확인되고 있다”며 “국민의 신체에 직접 투여되는 물질이 미흡한 관리체계 속에서 유통·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를 향해서는 “더 이상 이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약침 및 유사 주사제 전반에 대한 관리체계를 전면 재정비하고 제조·유통·사용 전 과정에 대한 감독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택우 의협 회장 역시 “면허 제도는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이 경계를 무너뜨리는 시도는 의료체계의 붕괴와 국민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거들었다.

반면 한의사들은 약침이나 레이저침을 이용한 시술이 한의사의 고유 면허 범위 내에 있어, 현행법상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한의사들이 미용 의료 시장에 진출해 밥그릇을 뺏길 것을 우려한 나머지, 의료계가 억지 주장을 펼친다는 것이다. 이지혜 대한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1994년 레이저침이 건강보험에 적용된 이후 30년 넘게 한의사가 사용해온 레이저를 이제와서 문제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연어 추출물인 PDRN 역시 천연물 기반 물질로서 한의사가 사용하는 데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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