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참변 여고생 눈물 속 발인 "꽃처럼 예쁜 너"…열일곱 마지막 등굣길
국화·손편지 시민 애도 물결
생전 재학하던 학교 등서 발인
운구차 교정 들어서자 ‘오열’

"꽃처럼 예쁜 너…별이 되어 빛나길."
7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계동 사건 현장 인근 인도. 어린이날 새벽 흉기 피습으로 숨진 고등학생 A양(17)을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졌다. 길가에는 국화와 손편지가 놓였고, 가로수에는 노란 리본이 묶였다. 시민들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숙였다. 평범한 귀갓길이 비극의 현장이 된 곳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노란 리본에는 짧은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아프지 말고 앞으로는 행복해야 해", "안전한 마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등 글씨마다 미안함과 애도가 배어 있었다.
도로변에는 첨단2동 주민들이 마련한 추모 현수막도 걸렸다. 피해 학생을 알지 못하는 시민들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누군가는 국화를 내려놓았고, 누군가는 한동안 리본을 바라보다 조용히 자리를 떴다.
수완에너지전환마을 공동체 회원들도 현장을 찾았다. 이들은 가로수에 노란 리본을 묶고 묵념했다. 일부는 리본을 매다 눈물을 훔쳤다.
학부모들과 함께 현장을 찾은 한윤희씨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다녀야 할 길에서 이런 비극이 벌어져 참담하다"며 "학생을 기억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두 아들을 키운다는 김지아(56)씨는 현장을 둘러본 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부모 입장에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가로등이 차도 쪽 중심으로 설치돼 있고 인도 쪽은 어둡게 느껴졌다. 피해 학생이 얼마나 무서웠을지 생각하면 안타깝다"고 했다.
학생들의 추모도 이어졌다.
남부대학교 재학생 윤형로(20)씨는 국화와 추모 글을 한참 바라본 뒤 노란 리본에 직접 메시지를 적었다. 윤씨는 "평소 버스를 타려고 자주 지나던 길이라 사건 소식을 듣고 충격이 컸다"며 "나이 차이도 많이 나지 않아 더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추모는 사건 현장에만 머물지 않았다.
같은 날 A양이 생전 다니던 광산구 한 고등학교에서는 마지막 등굣길이 이어졌다. 발인을 마친 운구차량은 학교로 향했다. 교문 앞에는 학생과 교직원들이 이른 시간부터 나와 A양의 마지막 길을 기다렸다.
비상등을 켠 검은색 리무진과 유가족을 태운 버스가 학교 언덕길을 따라 들어섰다. 곳곳에서 울음이 터졌다. 유족들은 환하게 웃고 있는 A양의 영정을 들고 교정을 천천히 걸었다.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눈시울을 붉힌 채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운동장을 지나는 동안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평소라면 하루가 시작됐을 학교는 이날 한 학생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유족들은 "우리 딸, 친구들이랑 같이 공부해야지", "미안해,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라며 오열했다. 친구들은 서로 손을 잡은 채 고개를 떨궜다. 일부 학생은 끝내 울음을 참지 못했다.
A양은 응급구조사를 꿈꿨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다던 학생이었다.
교정을 한 바퀴 돈 뒤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목례로 A양을 배웅했다. 운구차가 학교를 떠난 뒤에도 학생들은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친구들은 서로를 끌어안은 채 울음을 삼켰다.
사건은 지난 5일 오전 0시 11분께 발생했다.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대학교 인근 길거리에서 A양은 일면식 없는 장모(24)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당시 비명을 듣고 다가간 또 다른 고등학생도 흉기에 찔려 크게 다쳤다.
7일 광주지법 정교형 영장전담판사는 살인, 살인미수 등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장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건우 기자 pgw@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