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충북 균형발전의 마지막 골든타임, 민선 9기 선거는 달라야 한다

지방소멸이라는 거대한 해일이 대한민국 전역을 덮치고 있는 지금 충북 지역 역시 심각한 내적 불균형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최근 균형발전지방분권충북본부를 비롯한 충북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다가오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던진 정책 의제들은 단순히 선거용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될 충북의 생존이 걸린 절박한 경고음이자 이정표다.
시민단체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지적한 가장 뼈아픈 현실은 충북이 '청주 중심의 일극 구조'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구와 인프라, 경제력이 청주라는 하나의 축으로만 쏠리면서 도내 타 시·군의 상대적 박탈감과 지역 격차는 임계점에 달했다. 국가 균형발전을 외치던 충북이 정작 도내 자체의 균형발전에는 실패하고 있었다는 뼈아픈 자성이다. 이것이 바로 다가오는 민선 9기 지방정부와 정치권이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행정의 최우선 가치로 설정해야만 하는 이유다.
시민단체가 제시한 15개 정책 의제는 충북의 내실을 다지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과제들을 짚어내고 있다. 충북 내 균형발전과 함께 전국적으로 거세게 부는 '광역시도 행정통합'에 대한 능동적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통합의 흐름 속에서 충북의 독자성과 이익을 극대화할 로드맵이 필요하다.
청주국제공항의 민간 전용 활주로 신설, 충청권 광역철도의 청주 도심 통과, KTX 오송역 복합환승센터 구축 등은 충북을 메가시티의 중심이자 중부권 거점으로 도약시킬 필수 기반 시설이다.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유치로 지역 경제의 마중물을 붓는 동시에 기후위기 시대에 걸맞은 탄소중립 대응과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주민자치 강화를 실현해야 한다.
특히 이번 제안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최근 청주에서 발생한 '분만실 뺑뺑이' 사례에 대한 지적이다. 충북 최대 도시인 청주에서조차 아이를 낳을 분만실과 응급의료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산모가 발을 동동 구르는 현실은 충격을 넘어 참담함을 준다. 이는 단순히 의료계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정주 여건의 총체적 붕괴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산적한 과제들 앞에서도 중앙과 지역의 정치권은 여전히 네 편 내 편을 가르는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지역의 절박한 목소리는 여의도의 정쟁에 묻히기 일쑤고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후보들은 중앙 정치의 바람에 편승해 표를 얻으려는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이번 지방선거를 "균형발전 실현의 마지막 기회"라고 규정한 것은 허투루 들을 말이 아니다. 이번 선거마저 말 잔치와 일시적인 선심성 공약으로 흘려보낸다면 충북의 소멸 시계는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질 것이다. 후보자들은 단순히 "표를 주면 해결하겠다"는 식의 상투적인 약속을 넘어서야 한다. 당선 이후 임기 동안 구체적으로 어떻게 재원을 조달하고 어떤 단계로 정책을 실현할 것인지 구체적인 로드맵과 책임 있는 '이행 보증서'를 도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향후 각 정당과 후보자에게 정책 제안을 전달하고 공약 반영 여부를 공개하며 정책 간담회와 협약식을 이어가겠다는 시민사회의 행보는 매우 시의적절하다. 유권자들 역시 학연, 지연, 정당이라는 낡은 틀에서 벗어나 어느 후보가 진정으로 충북의 균형발전과 도민의 삶의 질 개선에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지 매서운 눈으로 감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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