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삶]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에 대한 소고

이범호 2026. 5. 7.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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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 금융경제의 움직임에서 가장 두드러지고 뜨거운 부문이 주식시장이다. 장기간 2천400~2천600p의 박스권에 갇혀있었던 코스피가 지난해 7월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여 7천p를 훌쩍 넘어섰다. 1년도 채 되지 않아 약 3배 상승한 것이다. AI 관련 반도체 슈퍼사이클(super-cycle) 기대 등의 영향이다. 골드만삭스 등 해외 IB는 8천p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증시가 높은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변동성도 매우 큰 모습이다. 올해 들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선물가격 5% 이상 급등락 시 현물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거래를 일시 정지하는 사이드카(sidecar)와 주가 8% 이상 급락 시 거래를 일시 중지하는 서킷 브레이커(circuit breaker)를 합해 모두 20회 이상 발동되었다.

국내 증시가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높은 불확실성이다. 주가는 기업의 과거 실적뿐만 아니라 미래 실적 전망에 대한 기대가 크게 반영되는데 전망에 미치는 요인들에 대한 기대가 불투명한 것이다. 즉 AI 투자 확대의 영향, 중동사태의 전개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서 투자자의 투자심리가 크게 변하기 때문이다.

둘째, 과도한 군중심리이다. 전통적인 경제학 이론에서는 경제주체가 가용한 정보를 최대한 활용하여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실제로 사람들이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새롭게 등장한 행동경제학이 이를 설명한다. 즉 사람들은 합리적이기보다 감정이나 편향성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군중심리가 그 예이다. 주변 사람의 행동을 따라서 하는 경향이다. 그렇지 않으면 불안하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이 사면 사고, 팔면 파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은 주가의 상승과 하락 폭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셋째, 주식시장의 약한 수요기반이다. 우리나라는 가계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꾸준히 유입되지 못하였다. 가계의 저축과 자산 증식은 주로 부동산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가계의 보유 자산 중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 비중이 약 65%로 주요국보다 매우 높은 것이 이를 방증한다.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특정 이슈로 인하여 증시가 활황일 때 밀물처럼 유입되었다가 썰물처럼 유출되는 행태를 보였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IT버블, 2000년대 중후반 조선업 호황기가 대표적이다. 배당소득보다는 주가 상승에 따른 자본이득을 목적으로 유입되었다가 유출되는 단기성 자금 비중이 높은 것이다. 국내 주식시장 수요기반이 약한 가장 큰 이유이자 주가의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증시 호황을 타고 시중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크게 유입되고 있다. 단기 과열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증시가 조정을 받더라도 장기적으로 상승 추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식시장의 체질 개선이 필요한 이유이다. 단기성 자금보다 장기성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꾸준히 유입되는 구조이어야 한다. 수요기반이 확충되면 불확실성이나 군중심리에서 비롯되는 변동성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 주주환원 확대, 불공정거래 근절, 조세 제도 개편 등 증시 선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장기투자자금 유입을 유도하여 증시의 수요기반을 확충함으로써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주식시장의 성장에 목적이 있는 것이다. 정부의 증시 선진화정책과 맞물려 가계는 부동산과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과거 가계의 저축이 유동성이 떨어지는 부동산에 집중되다 보니 은퇴 세대는 재산은 있으나 이를 생활비로 사용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계의 저축 행태에 있어서 부동산 중심에서 탈피하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증시의 선진화, 가계의 저축 행태 변화 등을 통해 가계의 안정적인 재산 축적과 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으로서 주식시장의 기능이 크게 제고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범호 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조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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