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하늘은 어떻게 숫자로 바뀔까? 기상관측기기의 원리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5월은 산뜻한 봄바람과 함께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기분 좋은 시기이지만, 한편으로는 때 이른 이상고온 현상이 번갈아 나타나며 기후의 변동성을 실감하게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야외 활동이 잦아지는 이맘때에는 날씨의 변화가 잦고 국지적인 기상현상이 늘어나,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오늘의 날씨를 확인하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매일 접하는 일기예보 속 기온, 습도, 바람, 비와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기상 요소들은 어떤 과학적 원리로 측정되는 것일까?
기상 관측은 사람들의 경험과 감각에 의존하던 것에서 시작해, 점차 과학적인 물리 법칙을 기계에 적용하면서 눈부시게 발전해 왔다. 16세기 말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만든 최초의 '기체 온도계'는 공기가 열을 받으면 부피가 커지는 원리를 이용했고, 17세기 토리첼리가 발명한 '수은 기압계'는 공기가 누르는 힘인 대기압과 수은의 무게가 균형을 이루는 원리를 활용해,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의 무게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해주었다.
오늘날 지상에서 이루어지는 날씨 관측은 이러한 방식을 뛰어넘어, 최첨단 센서와 전자 기술을 더해 공기의 상태를 훨씬 더 정밀하게 측정한다. 가장 기본이 되는 기온을 잴 때는 주로 '백금저항온도계'를 사용한다. 온도가 달라지면 백금선의 전기 저항도 일정하게 변하는 원리를 이용해, 아주 미세한 온도 변화까지 전기 신호로 빠르고 정확하게 읽어낸다. 습도를 잴 때 사용하는 센서는 공기 중에 수증기가 얼마나 있는지에 따라 전기가 통하는 정도가 달라지는 원리를 활용한다. 이렇게 측정된 기온과 습도 데이터는 공기가 수증기를 얼마나 머금고 있을 수 있는지 계산하는 공식에 대입되어, 대기 상태가 얼마나 많은 비를 쏟아낼 것인지 그 잠재도를 분석하는 핵심 변수가 된다.
바람과 강수량 측정에는 기계적 방식과 빛이나 소리를 이용하는 최신 기술이 함께 사용된다. 바람 측정에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사용된다. 바람개비처럼 바람의 힘으로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속도와 돌아간 각도를 측정해서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측정하는 방법과, 공기 중으로 쏜 초음파가 바람의 방향과 세기에 따라 도착하는 시간이 달라지는 원리를 이용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미세하고 복잡한 바람의 움직임까지 정확하게 잡아내는 초음파 방식이 존재한다. 강수량을 잴 때는 작은 그릇에 빗물이 일정량 찰 때마다 시소처럼 기울어지며 횟수를 세는 방식이나, 빗물 자체의 무게를 달아 비가 내린 양을 수치로 나타내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수십 Km 상공과 한반도 주변의 넓은 대기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전자기파의 반사와 산란을 이용한 원격 탐사 원리가 동원된다. 고층 대기의 바람을 관측하는 윈드프로파일러나 강수를 탐지하는 기상레이더는 대기 중으로 강력한 마이크로파를 쏜 후 후방 산란되어 돌아오는 미세한 신호를 수신한다. 전파가 갔다가 돌아오는 데 걸린 시간을 재서 비구름이 얼마나 멀리 있는지를 계산하고, 빗방울이 움직일 때 튕겨 온 전파의 파장이 미세하게 변하는 원리를 분석하여, 구름 속에서 부는 강한 바람이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지 파악한다. 나아가 우주 공간 약 3만 6천 Km 위에 떠 있는 기상위성 천리안 2A호는 지구에서 보내지는 가시광선, 적외선 등 여러 가지 빛의 에너지를 우주에서 직접 감지한다. 이를 통해 지구 전체에 구름이 어떻게 퍼져 있는지를 한눈에 파악하고, 구름 꼭대기의 온도나 바닷물의 온도까지도 바로바로 읽어내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이처럼 기상관측기기들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열역학과 전자기학, 광학 등 다양한 기초 과학 원리가 집약된 첨단 기술의 결정체이다. 눈에 보이지 않던 기상현상들은 다양한 물리적 원리를 통해 눈에 보이는 수치와 자료가 되고, 슈퍼컴퓨터와 수치예보모델 그리고 예보관들의 분석을 거쳐 마침내 국민의 일상과 안전을 지키는 '일기예보'로 다시 태어난다. 기상청은 앞으로도 첨단 관측기기의 원리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기술을 혁신하여, 기후변화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하늘의 감시자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이미선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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