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예향] 기차 타고 장미공원으로…5월의 향기 가득, 곡성

광주일보 2026. 5. 7.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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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섬진강 기차마을 내 꽃 모양 조형물이 전시돼 있다. /최현배 기자
봄의 끝자락, 5월의 곡성은 한 해 중 가장 화려한 시간을 맞는다. 섬진강 기차마을에서는 폐선된 옛 전라선 철로를 달리는 증기기관차가 하얀 연기를 내뿜고 1004품종의 장미로 가득한 장미공원에서는 세계장미축제가 열흘간 펼쳐진다.

강변 뚝방길에는 국내외 조각가 20인의 작품이 강물과 하늘을 배경으로 늘어선 야외 조각전이 이어지고 섬진강 침실습지에서는 멸종 위기종 수달과 삵이 숨 쉬는 살아있는 생태계를 만날 수 있다. 증기기관차를 타고, 장미향을 맡고, 강변에서 예술작품과 마주치고, 물안개 피어오르는 습지를 걷는 것까지. 5월의 곡성은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 많은 것이 피어 있다.

5월 22일부터 31일까지 열흘간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에서 ‘곡성세계장미축제’가 개최된다. /광주일보DB
낡은 증기기관차가 내뿜는 하얀 연기와 수만 송이 장미가 뿜어내는 향기가 뒤섞이는 곳, 섬진강 기차마을에는 매년 이맘때가 되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든다. 올해도 어김없이 오는 5월 22일부터 31일까지 열흘간 곡성섬진강기차마을에서 ‘곡성세계장미축제’의 막이 오른다.

기차마을 단지 안에 자리한 장미공원에는 ‘천사’와 발음이 같은 1004 품종의 장미가 7만 5000㎡의 부지를 가득 채우고 있다. ‘1004 ROSE ROAD’는 장미에 관한 이야기를 시대·나라별로 담은 코스다. 중국 장미원을 시작으로 페르시아 장미원, 그리스 장미원, 로마 장미원, 프랑스 장미원, 영국 장미원, 평화 장미원, 현대 장미원 등 8개 장미원을 순서대로 걸으면 된다.

꽃 중에서 이토록 많은 이야기를 품은 것이 또 있을까. 인류와 함께한 장미의 역사는 중국, 서아시아, 북아프리카 등에서 B.C 3000년쯤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장미는 수천 년에 걸쳐 신화와 종교, 왕실의 사랑 이야기 속에 등장하며 인류의 곁을 지켜왔다.

섬진강기차마을 내 세워진 에펠탑 모양의 장미 조형물. /최현배 기자
장미의 기원을 신성한 것으로 보는 시각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다. 고대 페르시아, 오늘날의 이란에는 예언자 무함마드가 천국에서 흘린 땀이 흰 장미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터키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무함마드의 피에서 장미가 피어났다고 전한다. 지역마다 세부는 다르지만, 두 이야기가 공유하는 믿음은 하나다. 장미는 그냥 꽃이 아니라 성스러운 존재의 흔적이라는 것. 장미를 위한 공간을 처음 만든 것은 서기 558년 프랑스 파리의 힐데베르트 왕이었다고 전해진다. 왕비를 위해 조성한 이 정원이 기록상 최초의 장미원으로 남아 있다. 꽃을 심고 가꾸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사랑의 표현이었던 셈이다.

그로부터 약 1300년이 흐른 1804년, 장미 재배의 역사에 결정적인 이름이 등장한다. 나폴레옹 1세의 황후 조세핀이다. 조세핀은 말메종 성에 장미 전용 정원을 조성해 달라고 직접 요청했다. 이것이 기록상 최초의 장미 전용 정원이다. 그녀는 단순히 정원을 소유한 것이 아니라 이곳에 머물며 장미를 직접 연구하고 재배 기술의 기초를 다질만큼 장미에 깊이 몰두했다.

기차마을에서 출발해 가정역까지 달리는 증기기관차. /최현배 기자
공원에는 독일, 프랑스,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우수 품종들이 중심을 이루며 전국에서 가장 많은 품종이 한자리에 모여있다. 로즈마리 하크니스, 리틀 썬, 신데렐라, 노스탤지어, 안달루시엔, 톰톰 등 우아하고 귀여운 이름을 가진 각 국의 장미 품종이 가장 우아하게 피어날 계절을 기다려 왔다.

공원 안을 걷다 보면 장미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수목과 연못이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진다. 분수와 미로원, 야외공연장, 파고라까지 갖춰진 시설들은 단순한 꽃 감상을 넘어 하나의 정원 문화를 경험하게 한다.

장미공원의 매력 중 하나는 방문 시기를 크게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품종별 개화 시기를 분산 설계해 5월부터 11월까지 끊임없이 장미꽃을 감상할 수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 반 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공원은 쉬지 않고 꽃을 피워낸다. 같은 공원이지만 찾는 달에 따라 전혀 다른 색과 표정을 마주하게 된다. 절정은 매년 5월에서 6월 사이 열리는 세계장미축제다.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공원이 가장 생동감 넘치는 이 시기 장미는 가장 아름답게 피어난다.

곡성 기차마을에서 레일바이크를 타고 있는 관광객들. /최현배 기자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은 섬진강변을 달리는 증기기관차와 레일바이크부터 요술랜드, 동물농장까지 세대를 가리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체험형 테마파크다.

부지 안에는 실제로 운행했던 증기기관차와 디젤기관차, 수 량의 객차가 선로 위에 그대로 세워져 있다. 특히 이곳에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사용된 증기기관차가 전시돼 있다. 녹슬지 않게 관리된 차량들은 지금 당장 출발 신호가 울려도 이상하지 않다.

섬진강 기차마을의 증기기관차는 구 곡성역에서 가정역까지 편도 10km 구간을 왕복 운행하는 살아있는 근대 유산이다. 시속 30~40km로 천천히 달리며 편도 30분, 가정역 기본 정차 15분, 복귀 30분 등 왕복 기준 총 1시간 15분이 소요된다. 한 번에 최대 324명(좌석 174명·입석 150명)이 탑승할 수 있으며, 탑승권은 인터넷 예매와 현장 발권 모두 가능하다.

기차마을을 출발한 증기기관차가 멈추는 곳, 침곡역에서 출발한 레일바이크가 5.2km를 굴러와 바퀴를 세우는 가정역은 두 여정이 하나로 모이는 종착역이다. 원래 전라선 철로에 존재하지 않았던 이 역은 증기기관차 관광 운행과 함께 순수하게 여행자를 위해 새로 지어졌다.

장미공원 입구에 세워진 하트 모양의 조형물 포토존. /최현배 기자
역을 찾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역 바로 옆에 있는 출렁다리를 걷는다. 역 지척에 흐르는 섬진강은 오랫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고향의 강으로 여겨져왔다. 강으로 나갈 때는 사람만 건널 수 있는 출렁다리를 이용하고, 돌아올 때는 아래쪽의 두계 세월교를 이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동선이다. 두계 세월교는 사람과 차량이 함께 통행할 수 있는 잠수교로, 강물이 불어나면 수면 아래로 잠기는 다리다. 같은 강을 두 개의 서로 다른 다리로 건너는 이 단순한 경험이 가정역 여정에 예상 밖의 깊이를 더한다. 강변을 산책하다 먼 곳에서 울려오는 기적 소리를 들으면 그것이 출발 임박 신호다. 흩어졌던 발길이 자연스럽게 역으로 모인다.

가정역을 기점으로 반경 안에는 곡성청소년야영장, 섬진강천문대, 가정녹색농촌체험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자전거 하이킹과 섬진강 래프팅, 서바이벌 게임, 천문 관측이 연중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며, 두부 만들기와 인절미 체험 같은 계절별 농촌 체험도 이어진다. 야영장에서는 텐트를 임대해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사전 예약만 해두면 섬진강변에서의 특별한 밤이 기다린다. 주변에는 섬진강 특선 은어 요리와 참게 요리를 내놓는 맛집들이 즐비해 있어 함께 다녀와봐도 좋겠다.

하늘에서 바라본 가정역과 섬진강 출렁다리 전경. /최현배 기자
섬진강기차마을 공원 안에서는 증기기관차 외에도 레일바이크를 즐길 수 있다. 구 곡성역사를 중심으로 1km 구간을 15분가량 순환하는 코스로, 인터넷 예약 없이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탑승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 목조 건축 양식이 그대로 보존된 옛 역사 주변을 페달을 밟으며 천천히 돌다 보면 동심의 감각이 되살아난다.

이외에도 꼬마기차, 치치뿌뿌놀이터, 드림랜드, 로즈카카오체험관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갖춰져 있다.

심청한옥마을 안에 세워진 ‘연못에서 다시 태어난 심청’ 조각상. /최현배 기자
심청이야기마을 곳곳에는 심청이와 관련된 조형물들이 자리해 소설 속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한다. 집집마다 살구나무, 감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있어 봄이면 아기자기한 꽃들이 마을 전체를 물들인다. 저녁 무렵이면 산새 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와 자연이 주는 행복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기와집과 초가집이 흙길과 돌담길을 따라 나란히 이어지는 이곳은 예부터 철이 많이 생산돼 ‘쇠쟁이 마을’로 불렸지만 지금은 심청이야기마을로 통한다. 현재는 곡성군에서 민간에 위탁해 한옥스테이로 운영 중이며 겉은 전통 초가집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지만 내부는 현대식으로 꾸며져 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박순규 기자 psk8210@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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