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엔비디아 GPU 독주 균열… AI칩 춘추전국시대 시작

이상현 2026. 5. 7.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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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m, AGI CPU 진출 공식화
구글·테슬라 등 자체 칩 가세
제품 다양화 삼전닉스에 호재
엔비디아 독점시장 구도 재편
추론·에이전트용엔 오버스펙
목적별 반도체 경쟁시대 도래
AI 반도체 시장이 GPU 중심에서 CPU·TPU·NPU 등으로 다변화되면서 엔비디아 독주가 흔들리고 있다. 사진은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암(Arm)이 창사 35년 만에 자체 인공지능(AI) 중앙처리장치(CPU)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면서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주도했던 AI 반도체 시장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AI 추론과 AI 에이전트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CPU와 맞춤형 AI칩이 대안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구글의 텐서처리장치(TPU), 테슬라의 신경망처리장치(NPU),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자체 주문형반도체(ASIC) 개발까지 이어지면서 치열한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AI의 기능·용도에 따라 칩도 전문·세분화 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추세다. 지금부터 본격적인 AI 칩 ‘춘추전국시대’가 시작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호재다. 두 회사는 AI칩의 성능을 높일 필수 요소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80%안팎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수 년간 협력했던 ‘성과’가, 삼성전자는 HBM에 AI칩 파운드리(위탁생산)까지 턴키로 한 번에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암은 최근 실적 발표를 통해 자체 개발 데이터센터용 ‘AGI CPU’의 2027~2028 회계연도 누적 매출 전망치를 20억달러(약 2조9000억원)로 제시했다. 지난 3월 제품 공개 당시 내놨던 전망치의 두 배 수준이다.

암은 1990년 창사 이후 35년간 직접 칩을 만들지 않았고, 대신 반도체 설계자산(IP)을 삼성전자 등 주요 반도체 제조·설계업체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완성형 자체 AI 칩 시장에 직접 뛰어들었다. 이는 Arm의 최대주주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이자나기 프로젝트’, 즉 엔비디아에 맞서는 AI 반도체 공급망 구축 전략과 맞닿아 있다.

업계에서는 암의 이번 행보가 단순한 신사업 확대가 아닌 AI 반도체 시장 구조 변화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엔비디아의 GPU는 성능 면에서 이미 검증 받았지만, 대신 비용이 비싸고 전력 소모가 크다는 약점이 있다. 특히 텍스트 위주의 추론형 AI나 AI 에이전트용으로는 ‘오버스펙’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AI 시장 초기에 GPU에 밀렸던 CPU와 맞춤형 AI 칩이 다시 부상하는 분위기다. 르네 하스 Arm 최고경영자(CEO)는 “AI 애플리케이션 구동에 필요한 CPU 수요가 향후 4배 증가할 것”이라며 “Arm이 AI 시대 핵심 컴퓨팅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밝혔다.

CPU 최강자인 인텔 역시 시장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으며 AI 인프라 수요 확대 흐름에 힘을 보탰다. 인텔은 1분기 매출 135억8000만달러(약 20조1280억원)를 기록해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다.

2분기 매출 가이던스도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138억~148억달러(최대 약 21조9500억원)로 제시했다. 데이터센터와 AI 서버용 제품 수요가 실적 개선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반도체기업 AMD의 리사 수 CEO 역시 최근 CNBC 인터뷰에서 “AI 에이전트 확산이 막대한 수요를 만들고 있다”며, 데이터센터용 CPU 시장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연 18%에서 35%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AMD는 글로벌 서버 CPU 시장 규모가 오는 2030년 1200억달러(약 168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빅테크들도 자체 칩을 앞세워 반도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구글은 최근 TPU를 학습용과 추론용으로 이원화하며 AI 반도체 전문화 전략에 나섰다.

구글은 AI 모델 학습과 서비스 운영 목적에 따라 칩 구조를 세분화하고 있으며, 자체 설계 CPU ‘액시온’까지 TPU 시스템에 탑재했다. 지난달에는 8세대 TPU 2종을 공개하고 외부 데이터센터 판매를 공식화 했다.

테슬라와 xAI 역시 자율주행과 AI 에이전트용 자체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삼성전자와의 파운드리 협력 계획을 직접 공개해 주목받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AI 산업이 학습 중심 단계에서 추론·에이전트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GPU·CPU·TPU·NPU·ASIC 등 목적별 반도체 경쟁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반도체 시장이 엔비디아 중심 단일 구조에서 ‘춘추전국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변화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전망이다. 최근 유럽 AI 스타트업 미스트랄 AI와 AMD 등 글로벌 AI 기업 CEO들이 잇따라 삼성전자를 방문한 것도 안정적인 AI 메모리 공급망 확보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HBM과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어, 다양한 AI 칩 기업들의 협력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엔비디아와 함께 구축한 강력한 HBM 리더십이 있는 만큼,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협력 1순위 후보다. SK하이닉스는 작년 기준 전체 HBM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절대 원 톱’이다.

이와 관련, 골드만삭스는 올해 초 AI 칩용 HBM 수요가 82% 급증하며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최소 2026년까지 SK하이닉스가 HBM3·HBM3E 분야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유지하며 전체 HBM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지난 3월 AMD와 차세대 AI 메모리 협력 확대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자리에서 “삼성은 HBM4와 차세대 메모리 아키텍처, 첨단 파운드리와 패키징까지 차별화된 턴키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상현 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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