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교섭 이탈 노조, 사측에 개별교섭 요구... 분열하는 삼성전자 노조
다른 두 노조들에 "정보 공유하고 비하 말라"
초기업·전삼노 "교섭 과정에 배제한 적 없어"
"재원 일부 배분하자" vs "15%부터 관철을"
전삼노는 초기업 위원장 발언 문제 삼는 공문도
전영현·노태문 "임직원 공감 방향 마련" 약속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을 이탈한 삼성전자 노조 동행(동행노조)이 회사에 개별교섭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도체(DS) 부문 조합원이 다수인 다른 두 노조와 별도로 사측과 협상을 시도한 것이다. 파업 예고일을 2주 앞두고 DS 부문과 완제품(DX) 부문 조합원 간 이견이 좁혀지지 못한 채 노조가 분열로 치닫고 있다. 각 부문 수장은 파업을 막아보려 호소문으로 설득에 나섰다.
동행노조 "개별교섭하자", 사측 "응할 수 없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동행노조는 전날 사측에 임금 협상과 향후 단체협약을 개별교섭하자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들은 4일 노조 공동교섭단에 참여 종료를 통보했다. 동행노조 공문에 대해 회사는 지난해 노사 합의와 노동조합법에 따라 개별교섭에는 응할 수 없다고 구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백순안 동행노조 정책기획국장은 "공동교섭 과정에 중대한 하자가 발생해 개별교섭 요청의 정당성이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동행노조 측은 공동교섭단을 함께 꾸렸던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초기업노조)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비하해 공동교섭단 참여를 종료했다고 설명했다. 전날 두 노조에 "교섭 정보 공유와 차별 대우 금지 등 공정 대표 의무를 준수하라"고 촉구하는 공문도 보냈다. 세부적으로 △교섭 세부 진행 상황 △사측 제시안과 교섭 일정 및 쟁점 공유 △초기업노조의 비하 중단과 사과를 요구했다. 동행노조는 자신들이 공동교섭단에서 빠졌어도 과반 노조인 초기업노조가 교섭 과정과 결과를 공유할 법적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교섭 정보 공유 거부나 소속 조합원 비하가 이어지면 노동위원회 시정 신청과 민·형사상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초기업노조와 전삼노는 동행노조를 교섭 과정에 배제하거나 교섭 정보를 차단한 적이 없다고 했다. 초기업노조는 이날 동행노조에 "동행노조 국장을 교섭단 구성원으로 참여하도록 하고, 교섭 진행 상황도 공유했다"고 회신했다.
전삼노와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 간 마찰도 생겼다. 전삼노는 최 위원장이 DX 조합원과 소통하는 전삼노 지부장을 문제 삼으며 "사과가 없으면 교섭에서 배제하겠다"고 발언한 데 사과를 요구하는 공문을 최 위원장에게 이날 보냈다. 최 위원장은 "채팅방에서 절 음해하는 부분을 지적했을 뿐"이라 했다.
세 노조는 회사에 요구하는 성과급 재원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온 걸로 파악됐다. 셋 모두 영업이익 15% 성과급 지급과 성과급 상한제 폐지 요구에는 의견이 일치했지만, 동행노조는 DS 부문의 성과급 재원 일부(5% 이내)를 DX 부문 전체 임직원에게 고르게 지급되도록 하자고 주장한다. 다른 두 노조는 우선 기존 요구안을 관철한 뒤 추후 논의를 이어가자는 방침이다.
소수 노조 행보 상관없이 파업은 예정대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유는 노조별 조합원 구성 때문이다. 동행노조는 조합원 2,300명의 70%가 스마트폰과 가전을 담당하는 DX 부문 소속이다. 반면 조합원 7만3,000명 규모의 과반 노조인 초기업노조와 1만8,000명의 전삼노는 조합원 대부분이 DS 부문이다. 동행노조는 반도체 기반의 두 노조가 소속 조합원 이익에만 주력한 채 다른 부문 의견은 반영하지 않는다며 거부감을 표출하고 있다. DS 부문 안에서도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같은 적자 사업부와 압도적 영업이익을 내는 메모리 사업부 소속 조합원 간 성과급 비율에 관한 이견이 분출하지만, 적자 사업부 조합원 수가 상당한 만큼 초기업노조와 전삼노는 이를 감안할 수밖에 없다.
초기업노조와 전삼노는 소수인 동행노조의 행보와 상관없이 21일부터 돌입하기로 예고한 파업 진행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동행노조도 임금 협상용 파업 카드는 들고 간다는 방침이다.
노사 양측은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지 않은 채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경영진은 '온라인 소통'에 나섰다. 전영현 DS 부문 부회장과 노태문 DX 부문 사장은 이날 사내 게시판에 "열린 자세로 협의하며 임직원이 공감할 방향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엄중한 경영 환경에서 경영진 모두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임직원도 미래 경쟁력이 손실되지 않게 각자 역할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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