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과·책·화장품…소반 위 '취향'따라 사랑방 풍경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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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더 헤리티지' 5층 전시관.
화려한 명품관을 지나 마련된 공간에선 아담한 소반들이 고즈넉한 자태를 뽐낸다.
가장 인상적인 풍경은 '소반'을 주 테마로 한 전시관이다.
서양의 테이블이 공간의 중심을 차지하고 고정된 역할을 수행한다면 소반은 '움직이는 가구'로서 방의 성격을 실시간으로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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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더 헤리티지’ 5층 전시관. 화려한 명품관을 지나 마련된 공간에선 아담한 소반들이 고즈넉한 자태를 뽐낸다. 지난달 30일 개막한 ‘Inner rooms: 내면의 방’ 전시는 소비의 궁전 한복판에 조선 선비의 지적 해방구였던 ‘사랑방’을 소환했다. 아티스트 40여 팀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단순히 전통 가구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복잡한 일상 속 ‘나’를 되찾는 공간의 의미를 묻는다.
가장 인상적인 풍경은 ‘소반’을 주 테마로 한 전시관이다. 서양의 테이블이 공간의 중심을 차지하고 고정된 역할을 수행한다면 소반은 ‘움직이는 가구’로서 방의 성격을 실시간으로 바꾼다. 놓이는 위치에 따라 방은 손님을 맞는 응접실이 됐다가 학문을 닦는 서재가 되고, 때로는 예술 활동이 이뤄지는 창작실로 변모한다. 단순히 작은 밥상이 아니라 위에 올리는 사물에 따라 공간의 의미를 결정하는 주인공이 되는 셈이다.

전시장 한쪽에는 나주반, 통영반, 해주반 등 지역의 미감이 담긴 그 시절 전통 소반이 전시돼 있다. 이를 배경으로 작가들의 소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배치해 옛것과 새것을 자연스레 교차시킨다. 흥미로운 지점은 소반의 이중성이다. 기능적으로는 부엌 가구에 속하지만, 20세기 중반까지 주로 남성들의 생활공간인 사랑방에서 사용되며 ‘생활 가구’로서의 격조를 지녔다. 작가들은 이 절제된 미감의 상판과 다리를 동시대의 언어로 해체하고 재조립했다. 닦기 쉬운 투명한 유리로 상판을 제작하거나, 서랍장을 넣어 티테이블 겸 협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등 실용미를 강화한 게 특징이다. 과감한 원색을 조화시킨 소반, 책을 읽거나 간단한 다과를 즐길 수 있는 ‘베드 테이블’처럼 소형화한 소반도 눈에 띈다.
한 층 아래 ‘서재’와 ‘사랑방’ 섹션은 현대적인 장인정신으로 과거를 소환한다. 김균철 작가는 차가운 산업 소재인 알루미늄을 녹여 모래 거푸집에 붓는 주물 방식으로 의자를 제작했다. 별도의 부품 없이 액체 상태의 금속이 응고되며 스스로 형태를 확장해 나가는 과정은 끊임없이 지식을 확장하던 선비의 지적 탐구 과정과 닮아 있다. 유다현 작가의 작업은 손끝의 감각을 자극한다. 가죽을 얇은 줄로 재단해 새끼 꼬듯 엮어 만든 ‘함(盒)’은 재료의 밀도만으로 긴장감 있는 구조를 유지한다. 전시는 다음달 25일까지 이어진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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