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산업의 ‘보디가드’ 아연…생산량 세계 1위 한국에?[어쩌다 금속 이야기]

전종헌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cap@mk.co.kr) 2026. 5. 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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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보호 도금 소재로 활용
세계 철강 부식 비용 年3.2조달러
부식 방지로 年 4000억달러 절감
에너지 저장 분야 활용성 부상
글로벌 아연 허브 ‘온산제련소’
아연 광석 이미지.[챗GPT 생성]
아연은 화려한 금속은 아니지만 현대 산업을 떠받치는 대표적 기초금속입니다. 고대부터 철강을 부식으로부터 보호하는 도금 소재로 널리 쓰여 왔습니다. 때문에 이른바 금속(산업)계의 ‘보디가드’라고도 불립니다.

현재는 자동차·건설·인프라·가전·전력설비·방산을 아우르는 제조업 밸류체인(가치사슬)에 활용 중입니다. 최근엔 에너지 전환, 전력망 확충, 데이터센터 확대 등 철강·전력 기자재 수요가 늘어나며 아연의 전략적 가치도 재조명받고 있습니다. 더불어 아연 제련 과정에서 인듐·게르마늄·은·동 등 고부가가치 부산물이 회수되는 만큼 복합금속 회수 수단으로의 의미도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산업혁명 후 철강 사용 급증…아연도 ‘주목’
아연은 고대부터 인류가 간접적으로 활용하던 금속입니다. 고대인들은 아연을 별도로 분리하지는 못했지만 구리와 아연 광석을 함께 가열해 황동을 만들었습니다. 황동은 금빛 광택과 높은 가공성에 힘입어 고대 로마와 그리스에서 장식품, 화폐, 무기, 생활용품 등에 널리 쓰인 바 있습니다. 조선시대 화폐인 ‘상평통보’에도 아연이 함유돼 있습니다.

순수한 아연의 추출은 13세기 인도에서 처음 시작됐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1526년에는 스위스의 연금술사 파라겔수스가 용광로에 침전된 아연 결절을 보고 뾰족한 가지라는 뜻의 고대 독일어인 ‘진케(Zinke)’를 따서 ‘징크(Zinc)’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이후 1746년 독일의 화학자 마르크그라프가 아연 광석에서 처음으로 순수한 아연을 분리하는데 성공한 후 대규모 공업 생산이 가능해졌습니다.

아연은 도금에 가장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국제아연협회(IZA)에 따르면 전체 아연 소비의 약 60%가 철강을 보호하는 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조사도 미국 내 아연 소비 중 가장 큰 용도가 아연도금강판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는 아연이 철강의 수명을 늘려 유지보수 비용 절감과 자원 낭비를 줄이는 역할을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관련해 IZA에 따르면 전세계 부식비용은 연간 3조2000억달러에 달합니다. 이는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IZA는 현재 활용 가능한 부식 방지 기술을 적용할 경우 연간 4000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챗GPT 생성]
아연은 합금 소재로도 사용됩니다. 구리와 결합하면 황동, 알루미늄·마그네슘과 결합하면 다이캐스팅용 합금이 됩니다. 이는 자동차, 전기전자 부품과 문손잡이, 각종 기계 부품 등 정밀하고 복잡한 형상의 대량 생산에 활용됩니다.

산화아연은 고무, 세라믹, 도료, 화장품, 의약품, 비료 등에도 사용됩니다. 또, 아연은 생명에 필수적인 미량 원소이기도 합니다. 산업과 생물학을 동시에 가로지르는 금속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에너지 저장 장치 분야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예컨대 아연-공기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원재료 조달 안정성과 안전성, 비용 측면에서 장점이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론상 에너지 밀도가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3~5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산업 공급망 흔들리면 존재 가치 커져
아연은 현재 건설·자동차·제조업 경기와 맞물려 있는 대표적 경기민감 금속입니다. 때문에 산업 공급망이 흔들릴수록 전략적 의미가 커집니다. USGS에 따르면 2025년 세계 아연 광산의 생산량은 약 1300만톤, 확인 매장량은 2억4000만톤으로 추정됩니다. 주요 생산국은 중국, 페루, 호주, 인도, 미국, 멕시코, 그리고 한국으로, 이 가운데 중국은 최대 생산국입니다.

원료에서 불순물을 제거해 순도를 높이는 공정인 정련 아연 시장은 광산 생산, 제련소 가동률, 전력비, 제련수수료, 중국의 수요, 건설경기 등의 영향을 받습니다. 가격은 런던금속거래소에서 결정되며, 글로벌 제조업 경기와 연동돼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2025년 이후에는 광산발 공급 회복과 중국의 생산 증가로 공급망 초과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지역 간 수급 불균형으로 서방 국가에서는 아연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아연은 귀금속이 아니더라도 제조업과 인프라 투자 시장 현황을 보여주는 금속이라는 점에서 주목도가 높습니다. 아연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가 국가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아연은 재활용 가능성도 높습니다. 도금강판, 전기로 제강분진, 도금 부산물 등에서 회수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IZA 역시 아연 금속 제품이 ‘순환경제’ 소재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연은 제련 과정에서 은, 동, 인듐, 게르마늄 등 유가금속을 농축·회수할 수 있어 다금속 순환의 중심 역할을 해낼 수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아연 산업의 본질은 단순히 아연을 만드는데 그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제련소는 하나의 금속을 생산하는 공장이 아니라 여러 금속을 분리·정제하는 자원회수 플랫폼이 되는 셈입니다. 전기전자 폐기물, 전기로 제강분진, 부산물 등의 도시광산 원료가 늘어날수록 제련 기업의 기술이 중요해집니다. 버려지는 원료에서 산업 소재를 회수하는 능력이 경쟁력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아연의 중심 고려아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고려아연]
국내에는 경제성 있는 아연 광산이 사실상 없습니다. 이에 국내 아연 제련업은 수입 정광(금속 광석에서 불순물을 제거해 품위를 높인 광물)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고려아연 등 세계적 제련 기술을 갖춘 기업과 물류 인프라 덕분에 글로벌 아연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고려아연은 이름처럼 아연에서 출발했고 현재는 글로벌 아연 허브 중 하나로 손꼽힐 정도로 영향력이 큽니다. 세계 최대급 비철금속 제련소인 온산제련소에서 연간 60만톤 이상의 아연을 생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금, 은, 인듐, 비스무트, 게르마늄 등 다양한 유가금속을 뽑아내는 복합 제련 역량 역시 세계적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단일 제련소 기준 온산제련소 아연 생산량은 세계 1위입니다. 가장 최신 공시를 보면 2024년 기준 63만톤으로 회수율 98.5%의 고순도 아연을 생산했습니다.

고려아연은 자원순환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미국 자회사 페달포인트를 통해 스크랩(부산물) 트레이딩, 폐 IT자산 등에서 재활용 원료 확보 역량을 강화하는 중입니다.

또한, 고려아연은 최근 미국 테네시주에 통합 제련소를 건설하는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제련소는 장기적으로 고려아연을 글로벌 핵심 광물 허브로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참고 자료>

국제아연협회, 미국 지질조사국, 고려아연 IR,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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