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의 창] 모두에게 공평하고 유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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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년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변호사 폴 해리스가 설립한 국제로타리클럽에는 '로타리 강령' 외에 '네 가지 표준(The 4-Way Test)'이라는 윤리 규범이 있다.
'우리가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데 있어서 1. 진실한가 2. 모두에게 공평한가 3. 선의와 우정을 더하게 하는가 4. 모두에게 유익한가'.
따라서 인류가 미래를 설계하는 데 있어 네 번째 표준인 '모두에게 유익한가?'를 더욱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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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문명 제동 걸 가능성
환경해악 큰 각종 기술들
모두에게 유익·공평한지
우리 스스로 먼저 물어야

1905년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변호사 폴 해리스가 설립한 국제로타리클럽에는 '로타리 강령' 외에 '네 가지 표준(The 4-Way Test)'이라는 윤리 규범이 있다. '우리가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데 있어서 1. 진실한가 2. 모두에게 공평한가 3. 선의와 우정을 더하게 하는가 4. 모두에게 유익한가'. 이 네 가지 표준은 '이렇게 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지침이 아니라 각자가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올바른가'를 자문해 스스로 판단하게 하는 자율적 도덕 기준이다.
따라서 로타리클럽의 모든 모임에서는 이 네 가지 표준을 함께 낭독하며 그 의미를 되새긴다. 사실 로타리클럽 회원 중에는 '초아(超我)의 봉사'라는 로타리 철학 못지않게 이 네 가지 표준이 주는 선한 울림이 마음에 들어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세상을 올바르게 살아가려는 성실한 사회인에게는 그만큼 매력적인 삶의 기준이다.
한편으로는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 실로 지키기 어려운 덕목이기도 하다. '내가 구상하는 계획과 사업이 분명 거짓됨이 없고 선의와 우정을 더하게 한다'고 확신하더라도 '모두에게 공평한가' '모두에게 유익한가'라는 질문에는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행위에는 다수의 이해당사자가 있고, 한쪽이 이익을 취하면 다른 쪽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는 기업 간에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이 표준을 처음 제창한 허버트 테일러는 도산 직전의 회사를 맡아 '힘은 올바름에서 나온다'는 신념을 가지고, 간단하면서도 확실한 이 윤리 기준을 바탕으로 직원들과 함께 노력한 결과 경쟁사의 신뢰를 얻고 우의를 쌓아 위기에서 탈출한 기업인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사적인 인간관계나 사업상 벌어지는 경쟁 상황뿐만 아니라 기술 또는 제품 개발에도 이 표준을 적용하다 보면 더욱 고민스럽다. 전쟁에 사용되는 무기가 대표적 예다. 공격을 위해서든 방어를 위해서든 미사일과 같은 무기는 사용하는 국가에는 유익한 것이지만, 상대방에는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 단순한 피해에 그치지 않고 인명을 앗아 가기도 한다. 따라서 종교적 믿음이 강한 어느 공과대학 교수는 제자가 학위 취득 후에 국방 무기를 연구개발하는 국방과학연구소(ADD)에 취업하는 것을 살생이라는 이유로 반대하기도 했다.
한편 냉장고, 에어컨과 같은 냉동 기구는 세계 모든 가정과 직장을 쾌적하게 만드는 인류의 유익한 발명품 중 하나다. 하지만 그 안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냉매는 대부분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는 온실가스다. 인류에겐 고마운 제품이지만, 우리 삶의 터전인 지구와 다른 생명체 입장에서는 해로운 기기인 것이다.
인공지능(AI)과의 동반 시대가 도래해 모두가 우려하는 것처럼 이제 세상은 더 이상 만물의 영장이라 불리던 '인간' 중심이 아니다. 인간이 필요해서 발명한 기계(AI·로봇)가, 인류가 마음대로 개발하던 자연 생태계가, 언제 어떻게 인간에게 책임을 물으며 역공해 올지 모르는 세상이 됐다. 따라서 인류가 미래를 설계하는 데 있어 네 번째 표준인 '모두에게 유익한가?'를 더욱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반대로 스스로 학습하고 발전하고 판단하는 AI에 앞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데 있어 인류를 포함한 모두에게 공평한지, 서로에게 선의와 우정을 더하게 하는지, 모두에게 유익한지' 고민해 달라고 부탁해야 할 때가 곧 올지 모른다.
[정진택 DGIST 이사장·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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