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물살 종전 협상, 핵심은 쏙 빠졌다?···고농축 우라늄·친이란 민병대 제외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결 및 핵 협상에 관한 ‘1장짜리’ 양해각서(MOU) 체결에 근접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종전 협상이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그러나 핵 프로그램 검증과 탄도미사일 제한 등 양국이 첨예하게 대립해온 핵심 의제가 빠져 있어 향후 세부 협상은 가시밭길이 될 공산이 크다.
6일(현지시간) 액시오스·로이터통신 등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MOU에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 해제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 제한 및 미국의 이란 해상 봉쇄의 점진적 해제, 이란의 우라늄 농축 일시 중단(모라토리엄) 등 총 14개 항목이 포함됐다. 양국은 일단 MOU로 큰 틀의 합의를 맺은 뒤 이후 30일간 종전 관련 세부 논의를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MOU에는 양국이 대립각을 세워온 핵심 의제가 담기지 않아 한계가 분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이란의 우라늄 농축의 일시적 중단 외에 영구적인 농축 제한이나 핵 사찰·검증 체계에 관한 내용이 빠졌다.
핵무기 원료가 되는 고농축 우라늄 처리 문제도 언급되지 않았다. 이란은 60% 농축 우라늄 약 440㎏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가 농축을 하면 몇 주 안에 핵무기 10여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인 만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제거를 요구해왔다. 이란이 앞서 농축 우라늄 비축분을 러시아에 이전하는 방안을 제시했을 때에도 미국은 이를 거부했다.
미국이 강력하게 주장해 온 탄도미사일 개발 중단 및 사거리·수량 제한에 관한 내용도 제외됐다. 이란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은 이스라엘을 사정권에 두고 있으며, 이란은 이를 핵 협상의 주요 지렛대로 활용해왔다. 중동 내 친이란 민병대에 대한 지원 중단 역시 빠진 의제 중 하나다. 이란은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등 일명 ‘저항의 축’이라 불리는 대리 세력을 통해 역내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협상 난도가 높은 복잡한 의제는 일단 미뤄두고 비교적 합의가 쉬운 사안부터 먼저 타결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MOU가 체결되더라도 핵심 쟁점은 그대로 남아 있는 만큼 향후 협상이 다시 결렬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오락가락하는 태도 역시 불안 요소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이란 전쟁 기간 내내 ‘합의가 임박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냈지만 실제 타결로 이어진 적은 없었다. “일주일 만에 합의를 끝내겠다”는 그의 공언이 신뢰를 얻지 못하는 이유다.
AP통신은 “트럼프가 전쟁 기간 우선순위와 ‘승리’의 정의를 계속 바꾸었고 휴전의 의미도 모호하게 제시해왔다”고 지적했다.
에브라힘 레자이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엑스에서 MOU에 대해 “현실이라기보다 미국의 위시리스트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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