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믿고 직원 해고한 기업들의 후회…10곳 중 7곳은 재고용했다
‘경영 효율화’ 도모했지만, 고객 불만 늘고 효율 떨어져
“AI, 기대에 못 미쳐…사람이 낫더라” 美 기업 설문 결과

“인건비 절감을 위해 AI(인공지능) 기술을 너무 성급하게 도입했습니다.”
스웨덴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Klarna)의 최고경영자(CEO) 세바스티안 시미아트코프스키(Sebastian Siemiatkowski)는 지난해 로이터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클라르나는 AI로 인간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직원 수를 5500명에서 3400명으로 줄이면서 1000만달러를 절감했다. 하지만 고객 만족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불만이 증가했다. 결국 감축했던 직원들을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시 채용하기 시작했다.
클라르나만 이런 조치를 취한 게 아니다. 미국의 HR(인사) 컨설팅 업체 커리어마인즈가 지난 2월 인사 담당자 600명을 대상으로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AI를 이유로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 기업 중 68.3%가 이미 해고했던 직원들을 일부 다시 고용했다. 특히 35.6%는 감원했던 직원 중 절반 이상을 이미 재고용했다.
최근 수년간 생성형 AI의 급속한 발전에 힘입어 세계 각국 기업들은 AI 투자를 확대하면서 인력을 감축했다. 그런데 발 빠르게 ‘효율화’에 나섰던 기업들 중 상당수가 태세를 전환해 해고한 인력을 다시 채용하기 시작한 이유가 뭘까.
◇기대에 못 미친 AI
AI가 기대한 만큼 역할을 못 해주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커리어마인즈 조사에서 응답자 55%는 ‘AI를 사용하는 데 예상보다 더 많은 인간의 통찰력이 필요했다’고 답했다. 이어 ‘해고로 인해 핵심 기술과 전문 지식이 손실됐다’(35%), ‘남은 인력이 해직자 공백을 메울 기술이 부족했다’(28%) 등이 뒤를 이었다. 사람이 나간 자리를 AI가 기대 만큼 제대로 메우지 못했으며, 여전히 인간이 필수적이란 내용의 응답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맥도날드의 경우 미국 내 100개 드라이브스루 매장에 AI 주문 시스템을 시험 운영하다가 실패를 인정하고 시스템 도입을 철회했다. 한 여성이 캐러멜 아이스크림을 계속 주문했지만 AI 기계가 버터를 잔뜩 넣는다든지, 고객 요청과 달리 수백달러 상당의 치킨 너겟을 주문에 추가하는 해프닝이 담긴 영상 등이 퍼지면서다. 네덜란드의 기술 투자 업체 프로서스(Prosus)는 자사 소속 데이터 분석가들의 업무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AI 에이전트를 개발했으나, 사소한 실수들을 유발하면서 고객들에게 전격적으로 내놓는 데 실패했다.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서비스 부문에서는 소비자들의 AI에 대한 거부감이 커서 다시 사람을 불러들이고 있다. 미국의 통신 대기업 버라이즌은 상담 직원들을 해고하고 AI에 전화 상담을 위임하려고 했지만, 올해부터 다시 인간 고객 서비스 상담원을 늘릴 계획이다. 버라이즌 관계자는 “소비자의 40%는 여전히 사람과 직접 대화하는 것을 선호하며, 상담원과 연결될 수 없다는 점에 불만을 느낀다”고 했다.
AI 도입으로 인건비를 절감하려던 기업들의 조치는 오히려 더 큰 비용을 발생시키는 역설에 빠졌다. 시장분석기업 포레스터리서치는 기업들이 AI로 비용을 아끼려다 오히려 지식 공백과 생산성 저하로 해고 비용의 1.27배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하게 되면서 사람을 다시 뽑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체 서두르다 후회
그 결과 기업들은 섣부른 해고를 후회하고 있다. 커리어마인즈 조사에서 ‘다시 인력 구조조정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라는 문항에 대해 ‘기존 결정을 고수하겠다’는 응답은 8.4%에 불과했다. 41.2%는 ‘해고 대신 다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으며, 50.3%는 ‘대상자를 다시 선별해 해고 인원을 줄일 것’이라 응답했다.

조직 설계 플랫폼 오르그뷰 조사에서는 AI로 대체하기 위해 인력을 감축한 경영자의 55%가 감원 결정이 잘못됐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오르그뷰는 “충분한 이해 없이 AI 기술을 도입해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며 인력 감축을 서두르던 기업들은 결국 해고된 직원들을 다시 고용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인력 감축을 단행했던 기업 32%가 해고 직원을 재고용해야 할 상황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AI 효율성에 대한 기대와 현실 사이에 심각한 격차가 여실히 나타나면서 ‘해고 후 재고용’ 조치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가트너는 2027년까지 AI로 인해 인력을 감축했던 기업의 50%가 직원을 재고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캐시 로스(Kathy Ross) 가트너 수석 분석가는 “AI로 인한 해고가 주목을 받았지만 현실은 훨씬 더 복잡하다”며 “기업들이 AI의 한계에 직면하고 고객 기대치가 높아짐에 따라 서비스 품질과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재에 재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신입 채용 늘리기도
해고 직원을 재고용하는 것을 넘어 일각에서는 신입 사원을 포함한 전체 직원 채용을 늘리고 있다. IBM은 올해 미국 내 신입 사원 채용을 3배로 늘리겠다고 지난 3월 밝혔다. 채용 분야는 소프트웨어·컨설팅·인프라·마케팅 등 모든 사업 부문을 망라하며 직무는 개발자부터 양자 데이터 과학자, 소셜 미디어 및 인플루언서 마케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IBM 최고인사책임자(CHRO)인 니클 라모로(Nickle LaMoreaux)는 “신입 채용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지 않으면 3~5년 후에는 인재 공급망이 무너지고 인재 풀이 고갈될 것”이라며 “기업들이 인공지능 시대에 맞춰 직무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했다. AI가 반복 업무를 줄여도, 결국 사람을 키우지 않으면 중간층과 책임 인력이 비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컨설팅 업체 테네오가 글로벌 CEO 35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67%가 AI 도입으로 인해 올해 신입 사원급 채용을 늘리는 등 모든 직급에서 채용 인원을 키우고 있다고 답했다. CEO들은 ‘AI 및 자동화를 활용한 인력 보강’(50%)과 ‘인재의 업스킬링’(46%) 등을 인재 관리 우선순위 항목으로 꼽았다. 테네오는 해당 기업들이 “단순히 인원을 늘리는 게 아니라 AI 시대에 적합한 민첩하고 창의적 역량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채용 시장이 과거처럼 계속 팽창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기업들이 다시 사람을 뽑는 것은 AI 도입을 포기해서가 아니라, AI가 완전히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과 전환기에 필요한 인력을 보강하기 위한 조치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고용 확대가 AI 기술의 불완전성으로 인한 과도기적 현상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IMF(국제통화기금)는 “향후 전 세계 고용의 약 40%, 선진국 일자리의 약 60%가 AI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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