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물류업무? 로봇에 양보하세요”…佛 로봇기업, 한국 첫 진출
프랑스 물류자동화 유니콘 ‘엑소텍’ CEO 로맹 물랭
유니클로·갭 이어 무신사와 손잡아
“배송 눈높이 높은 한국, 물류 자동화에 큰 기회”

지난 3월 킨텍스 국제물류산업대전 현장. 프랑스 물류 자동화 로봇 기업 ‘엑소텍(Exotec)’의 부스에서는 가로 60㎝, 세로 76㎝ 크기의 납작하고 네모난 박스 형태에 바퀴 네 개를 단 로봇 ‘스카이팟(Skypod)’이 바닥에 그려진 선을 따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스카이팟은 최대 30㎏까지 물품을 싣고 상하좌우로 움직일 수 있는 엑소텍의 차세대 물류 로봇이다. 각 측면에 카메라 네 대를 장착해 스스로 장애물을 회피할 수 있고, 작업이 없을 때는 워크스테이션 바닥에 설치된 충전 패널로 이동해 자동으로 충전도 한다. 이날 스카이팟은 부스에 설치된 높이 10m의 철제 선반 기둥을 따라 상하로 이동하며 물품을 운반, 고밀도·고효율 물류 처리의 미래를 보여줬다.
“기존 창고는 작업자의 긴 이동 동선과 낮은 저장 밀도를 전제로 설계돼 있었지만, 이제는 고밀도 수직 적재 방식과 상품 직접 전달 구조(GTP·Goods-to-Person)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창고 운영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는 셈이죠.”
로맹 물랭 엑소텍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는 WEEKLY BIZ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동화된 로봇이 물류 현장에 투입되면서, 복잡하던 창고의 모습이 단순하고 효율적인 구조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131억9000만달러 규모인 글로벌 물류 로봇 시장은 2034년 453억6000만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2015년 설립된 엑소텍은 물류 자동화 업계에서 최단기간 매출 10억달러를 돌파하며 시장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유니클로, 갭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를 비롯해 르노그룹, 까르푸 등이 주요 고객사다. 최근에는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물류 자동화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한국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WEEKLY BIZ는 물랭 CEO에게 글로벌 물류 자동화의 미래를 들어봤다.
◇“고된 업무는 로봇에 양보하세요”
-물류 현장에 로봇이 도입되면 인력 중심 운영 대비 뭐가 어떻게 달라지나.
“기존 창고에서는 작업자가 하루 16㎞ 가까이 움직이는 경우도 흔했다. 이동에만 시간이 크게 투입되니 작업 효율은 떨어지고, 빠른 배송을 요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다. 엑소텍 시스템은 지난 10년간 약 9억3800만건의 작업을 수행하며 작업자 이동 거리를 약 9000만㎞ 줄였다. 효과는 실제 현장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프랑스와 유럽 전역에 매장을 둔 하이퍼마켓 체인 르끌레르의 세클랭 쇼핑센터에서는 고객 대기 시간이 73% 줄었고 하루 주문 처리량은 50% 늘었다. 르노그룹 역시 부품 주문 처리 시간이 120분에서 15분으로 단축되는 성과를 얻었다.”
-자동화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모든 것은 고객사가 실제로 겪는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를 바탕으로 처리량, 확장성, 가동 안정성, 저장 밀도, 작업 환경, 구축 용이성 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창고 운영 전 과정을 아우르는 ‘엔드투엔드(end-to-end)’ 통합 솔루션 설계가 중요한 이유다. 구조와 소프트웨어, 작업 환경, 물류 흐름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맞물려 작동하느냐에 따라 효율성이 좌우된다.”
-AI·로봇 기반 자동화 시스템이 확산하면 인간의 역할은 어떻게 재편될까.
“자동화는 인간의 일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가치를 높여야 한다. 로보틱스의 역할은 불필요한 이동과 반복 작업, 운영 과정의 비효율을 줄이는 데 있다. 이를 통해 작업자들은 더 안전하고 인체공학적인 환경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엑소텍 자체 조사에서도 창고 근로자의 98%가 자동화 도입 이후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답했으며, 70%는 성수기에도 업무 스트레스가 줄었다고 응답했다. 앞으로 로봇이 노동집약적 작업을 더 많이 맡게 되면 작업자들은 예외 상황 대응, 품질 관리, 프로세스 최적화 등 한 단계 높은 역할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새 국면 접어든 세계 물류 로봇 시장
-글로벌 물류 자동화 시장 전망은.
“이커머스 환경의 복잡성, 인력 부족, 공급망 문제 등은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인 변화다. 이런 흐름이 물류 전반의 자동화를 더욱 빠르게 확산시키고 있다. 장기적으로 매우 견고한 성장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최근 아마존이 배송 로봇 스타트업 ‘리버’를 인수하는 등 글로벌 물류 혁신 경쟁이 치열한데.
“물류 로보틱스 시장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이미 전 세계 물류 현장에서는 수백만 대의 로봇이 가동되고 있으며, 특히 창고 로보틱스는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와 운영 전 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고도화된 자동화 솔루션을 요구하고 있다. 창고 안을 넘어 공급망 전체와 연계할 수 있는 통합 물류 역량이 핵심 승부처가 될 것이다.”
-비교적 역사가 짧은 엑소텍이 글로벌 기업을 고객사로 맞이하는 등 프랑스 최초의 산업 유니콘이 됐는데.
“시장의 문제를 정확히 짚어낸 게 빠른 성장 비결이 아닐까 한다. 기존 물류 자동화 시스템은 현대 풀필먼트(물류 전 과정) 환경에 비해 지나치게 경직돼 있었다. 고객들은 좀 더 유연한 솔루션을 원했다. 창업 초기부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상호 보완적 역량을 동시에 키워 왔고, 고객이 현장에서 겪는 문제를 반영해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선한 점도 주효했다. 무엇보다 성장은 기술만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 ‘실행력’에서 나왔다. 엑소텍은 전 세계 200여 개 사업장에 1만대가 넘는 로봇을 배치해 실제 운영과 납품이 가능한 구조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이런 과정이 스타트업에서 신뢰받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됐다.”
◇“韓 시장, 물류 자동화 큰 기회 있어”
-한국 물류 업계의 특징과 자동화 시장 전망은.
“디지털 수용도가 높은 한국은 눈높이가 높은 소비자층과 빠르게 변화하는 이커머스 환경이 결합된 매력적인 시장이다. 엑소텍이 무신사와의 협업에 나선 것도 한국을 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이커머스 시장 중 하나로 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상품 종류가 다양하고 수요 변동이 큰 데다, 계절성 피크가 뚜렷하며, 배송 속도와 안정성에 대한 기대도 다른 어느 나라보다 높다. 이런 한국적 물류 환경 특성은 물류 자동화 분야에서 더욱 큰 기회를 만들어낸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세계 5위 기름 수출국 한국, 전쟁이 생각보다 길어질 때 생기는 일”
- 잡는대로 비늘 벗겨 냉동한 ‘부산’ 병어, 20마리 2만원대 초특가
- 美 대박 한국 레이저 동전 파스, 기자가 써보니 “근육통 절반으로 줄어”
- 36만개 히트 21차 연속 완판 화제의 ‘염색 샴푸’, 조선몰 단독 특가
- 인플레이션 우려도 넘은 기술주, S&P500 최고치 다시 경신
- 음악 8000곡 자체 저장, 완벽한 방수에 귀 안 막는 운동 특화 골전도 이어폰
- 이것 먹고 영양제 끊었다, 컬리케일 분말을 먹기 시작한 후 몸에 온 변화
- ‘플레이 보이’ 프랭크 시나트라 “나는 여자 관계에 실패했다”
- [단독] 커지는 싱크홀, 25평 아파트 158채 넓이 꺼졌다
- [단독] 주한미군 일부 부대, 한국 벗어나 필리핀서 다국적 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