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면 ‘클로드’부터 켜는 김대리, ‘AI에 자리 뺏길까’ 두려움에 떤다

구동완 기자 2026. 5. 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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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트렌드 돋보기
국내 직장인 1000명 설문해보니
70%가 유료 AI 챗봇 구독중
80%는 “내 직무 대체 가능성 있다” 우려

“동기끼리 ‘이러다 우리 과장 달 때쯤 AI한테 일자리 다 뺏기겠다’며 등골 서늘한 농담을 주고받곤 합니다.”

국내 한 대기업 계열 무역상사에서 해외 영업을 맡고 있는 2년 차 사원 김유신(26)씨는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요즘 이메일 초안 작성은 물론, 엑셀 수식 생성과 고객사 분석, 신규 시장 리서치까지 업무 대부분을 AI(인공지능) 챗봇에 맡긴다. 일 처리 속도와 효율성을 크게 높여주는 AI는 이제 그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는 ‘이래도 되는 걸까?’ 하는 불안이 지워지지 않는다. 김씨는 AI를 쓰면 쓸수록 자신의 논리력과 업무 역량이 조금씩 퇴화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 중이다. 그는 “업무의 거의 모든 단계에서 AI를 쓰다보니, 업무가 사람에서 AI 중심으로 바뀌는 것 같다”고 했다.

WEEKLY BIZ가 글로벌 HR·급여 플랫폼 딜(Deel)과 공동으로 지난달 15~29일 기업 설문조사 서비스 업체 ‘리멤버 서베이’에 의뢰, 사원부터 차장급까지 국내 직장인 1000명에게 ‘가까운 미래에 AI가 본인의 직무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지’를 물었다. 그랬더니 응답자의 62%가 “그렇다”고 답했다. AI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직장인들이 AI에 의한 일자리 대체 공포를 피부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출근하면 AI 챗봇부터 켭니다”

직무 대체를 둘러싼 직장인들의 불안감은 ‘(스스로가) AI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에서도 드러난다. 핵심 업무를 AI에 맡기는 일이 늘다 보니, 정작 자신의 역량은 점차 떨어지고 있어 ‘이러다 정말 AI에 자리를 내주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엄습한다는 것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AI 과잉 의존’에 대한 우려감을 느낀 적이 있는지 묻자, 직장인 80.6%가 “그렇다”고 답했고, 이 중 44.5%는 “자주 느낀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우려하는 이유로 ‘업무 능력 저하’(28.1%), ‘글쓰기 능력 저하’(24.5%), ‘정보 검색 능력 저하’(20.3%) 등을 꼽았다.

AI를 사용하지 못하면 업무가 마비되는 모습까지 현장에서 종종 나타난다는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직장인 김다인(27)씨는 최근 AI 때문에 실무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선배들이 당황해하는 모습을 수차례 목격했다. 김씨의 회사가 구독해 쓰는 AI 챗봇(클로드)에 일일 사용 한도가 걸려 있는데, 한도가 채워질 경우 업무가 수시로 끊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한도를 넘겨 챗봇 사용이 막히면 경력이 꽤 되는 선배들도 어쩔 줄 몰라 하는 게 눈에 보인다”며 “고객사에 결과물을 제때 전달하지 못한 적도 있다”고 했다.

지난해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미디어랩 연구팀은 생성형 AI를 장기간 사용할 경우 비판적 사고 능력과 두뇌 활동이 저하될 수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미 카네기멜론대 연구진도 AI가 인간의 사고를 둔화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연구진은 “생성형 AI에 대한 신뢰도가 높을수록 비판적 사고 능력은 감소했고, 이는 독립적 문제 해결 능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직장인 70%, AI봇 유료 구독중

WEEKLY BIZ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주로 ‘정보 탐색·리서치’(24.6%), ‘문서 작성·편집’(24.5%), ‘업무 관리·생산성’(14.2%), ‘코딩 등 기술 작업’(11.2%) 등에 AI를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 효율이 크게 늘어났다고 체감하는 이들도 많았다. AI 도입 이후 절감된 업무 시간에 대해 묻자, 직장인 48.6%가 ‘10~30%가량 줄었다’고 답했다. ‘50% 이상 줄었다’고 답한 이들도 11.6%나 됐다.

AI 챗봇은 직장인들의 일상 속으로 더욱 깊숙이 파고드는 분위기다. 한 대기업에 다니는 이모(28)씨는 “이젠 AI 없이는 일 처리가 어색할 정도”라며 “AI 없이 일했다는 선배들의 얘기는 아예 다른 세상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도 AI를 사용하는 직장인은 98.2%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27.8%는 AI를 ‘업무의 핵심 도구로 사용한다’고 답했다. AI 챗봇을 유료로 구독하는 직장인들도 적지 않았다. 70%가 넘는 직장인이 1개 이상의 챗봇을 구독 중인 것으로 나타났고, 2개 이상을 구독한다고 답한 이들도 36%를 기록했다.

직장인 대다수가 업무에 AI를 활용하면서도, 머지않아 자신의 직무가 AI에 대체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들은 그 이유로 ‘너무 빠른 AI의 발전 속도’(45.3%)와 ‘AI의 업무 정확도와 처리 속도’(29.2%)를 주로 꼽았다. ‘조직 상부에서 인력 감축에 적극적이라서’(13.4%)라고 답한 이들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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