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설] 송화의 계절 5월

"누렁비, 황우(黃雨)가 이리도 내리니 나라에 변괴가 일어날 조짐이다."
1441년(세종 23년) 4월 25일(음력) 한양 도성에 황우가 내렸다. 온 세상이 황색비에 젖었다. 민심이 흉흉했다. 다음날 예조가 의정부에 황우에 따른 민심 동요를 긴급 보고했다. 온양에서 요양 중이던 세종에게도 보고가 됐다.
민심 수습 방안이 필요했다. 안평대군이 나섰다. 그가 황우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웅덩이에 고인 황우를 떠 직접 물맛을 봤다. 매운 맛이 났다.
그는 신하들에게 송화 가루를 구해 오도록 해 물에 탔다. 그리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다. 신하들은 황우와 송화를 탄 물을 구별하지 못했다.
안평대군이 세종에게 종합보고를 한다.
"강한 바람이 밤새 불었습니다. 거센 바람에 날린 송화가 쌓였다 비에 떠오른 것이니 괴이할 것이 없습니다."
소나무는 4~5월에 꽃을 피운다. 하지만 꽃잎이 없다. 벌과 나비를 유혹할 수도 없다. 수꽃과 암꽃이 함께 피지만 수분이 쉽지 않다. 지나가는 바람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다. 수분 확률을 높이려고 소나무 한 그루에 수억 개의 송화 미립자가 준비된다. 세찬 바람이 불면 하늘을 누렇게 물들이며 수정을 위한 대규모 축제가 펼쳐진다. 하지만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는 곤욕스런 축제다.
송화 가루는 단백질과 비타민, 필수 아미노산, 칼슘, 철 등이 듬뿍 든 미네랄 보고다. 항산화 물질도 풍부하다. 차인들은 다식으로 만들어 차와 함께 즐긴다. 입으로 가면 보약이 되지만 코로 가면 병이 되는 것이다.
'송홧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중략) 산지기 외딴집 눈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이고 엿듣고 있다.' (박목월 시 '윤사월')
자연의 푸른 생명력을 엿들을 수 있는 '송화의 계절', 5월이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