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앞바다서 K잠수함 존재감···한화오션 ‘막판 승부수’ 될까
태평양 횡단 나선 도산안창호함···캐나다 해군에 실전 운용능력 검증
김정관 산업부 장관도 하루 전 캐나다 산업부 장관 만나 수주 총력전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최대 60조원 규모로 거론되는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 수주전이 다음달 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막판 실전 경쟁 국면에 들어섰다. 단순 제안서 경쟁을 넘어 실제 장거리 운용 능력과 유지보수(MRO) 역량을 얼마나 입증하느냐가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화오션이 참여 중인 한국형 3000톤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SS-Ⅲ)이 태평양 횡단 항해와 캐나다 해군 연합훈련에 돌입하면서 업계에서는 이를 현장형 수출 쇼케이스로 평가하고 있다.
◇"2032년 1번함 인도"···한화오션, 납기·산업협력 패키지 전면전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차세대 순찰잠수함 프로젝트(CPSP)의 수정 제안서를 검토 중이다. 우선협상대상자는 이르면 6월 말 선정할 전망이다. 해당 사업은 캐나다 해군이 보유한 2400톤급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3000톤급 이상 신규 디젤잠수함 최대 12척으로 교체하는 프로젝트로, 건조 비용만 약 20조원 규모에 30년 이상 유지·보수·정비(MRO)까지 포함하면 총 사업 규모는 최대 60조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수주전은 한화오션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의 양강 구도로 압축된 상태다. 양측 모두 수정 제안서를 제출하고 최종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경쟁이 단순 플랫폼 성능 비교가 아니라 누가 캐나다 해군을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전력화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캐나다 측 평가 구조 역시 유지보수 및 군수지원 관련 항목 비중이 절반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기여도 평가까지 포함하면 성능 자체보다 장기 산업 협력과 운영 지원 체계가 더 중요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화오션은 이 같은 흐름에 맞춰 빠른 납기와 현지 산업 협력 패키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한화 측은 2032년 1번함 인도, 2035년까지 4척 납품이라는 일정을 제시한 상태다. 이는 경쟁사 TKMS가 제시한 2034년 1번함 인도 계획보다 약 2년 빠른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캐나다 해군의 노후 잠수함 교체가 시급하다는 점에서 이 같은 일정 경쟁력이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캐나다 해군은 현재 빅토리아급 잠수함 노후화로 운용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한화오션은 단순 함정 수출을 넘어 현지 일자리 창출과 공급망 협력까지 포함한 산업 패키지도 강화하고 있다. 수주 성공 시 한화에어로가 주도하는 합작법인은 캐나다 육군에 필요한 지상무기체계 개발·생산 체계를 현지에 구축할 방침이다.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 등 현지 부품과 소재를 활용해 특수목적 차량을 생산하고, 현지 채용 인력을 직접 제조 과정에 참여시킬 계획이다. K9 자주포뿐 아니라 천무 다연장로켓 시스템 등 한화의 다른 군용 차량·무기 생산으로까지 합작 사업 범위가 넓어질 수도 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KPMG는 한화 측 제안에 따른 캐나다 GDP 기여 효과를 2026~2044년 약 941억달러 규모로 추산하기도 했다.
반면 TKMS는 유럽 잠수함 강국이라는 기존 이미지와 나토(NATO) 동맹 네트워크를 앞세우고 있다. 캐나다 현지 조선소와의 MRO 협력,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및 인공지능(AI) 기업과의 기술 협업 등을 담은 대규모 제안서를 제출한 상태다. 특히 기존 독일·노르웨이 생산라인 활용 시 2034년까지 일부 함정 인도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유지보수 안정성을 부각하고 있다.

◇태평양 횡단 나선 도산안창호함···캐나다 해군에 실전 운용능력 검증
성능 측면에서는 한국 장보고-III 배치-II 잠수함이 공기불요추진장치(AIP)와 리튬이온배터리를 기반으로 장기간 수중 작전이 가능한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반면 독일 212CD형 잠수함은 다이아몬드형 선체 설계와 저주파 능동 소나 등을 활용한 탐지 회피 능력에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가운데 한국 해군의 도산안창호함이 캐나다 해군과의 연합훈련에 투입되는 일정이 막판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도산안창호함은 지난 3월 진해를 출항해 태평양을 횡단 중이며, 이달 말 캐나다 빅토리아 에스퀴몰트 기지에 입항할 예정이다. 이후 다음달 초까지 캐나다 해군과 연합 대잠훈련을 진행한 뒤 하와이로 이동해 미국 주관 다국적 해상훈련인 림팩(RIMPAC)에도 참가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항해는 단순 훈련 참가를 넘어 한국형 잠수함의 장거리 작전 지속 능력과 군수 지원 체계를 직접 입증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다. 진해에서 캐나다 서부 빅토리아까지 편도 항로만 약 1만4000km에 달하며, 이는 한국 해군 잠수함 역사상 최장 항해 기록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해군 잠수함 승조원 2명이 하와이 이후 구간에서 국산 잠수함에 탑승해 운용 절차를 함께 수행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외국 해군 승조원이 한국 잠수함에 승선해 장거리 항해와 훈련에 참여하는 것은 이례적인 사례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 상징 조치가 아니라 플랫폼 신뢰성과 실전 운용성을 검증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정부 차원의 지원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5∼6일(현지시간) 이틀간 캐나다를 방문해 현지 산업·에너지·자원 분야 장관급 인사들과 잇달아 만나 잠수함 사업 관련 산업 협력 및 공급망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민간 기업의 수주 경쟁과 함께 정부 차원의 자원·산업 협력이 병행되면서 한국형 잠수함 수출전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K-방산 전체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한국 잠수함이 충분히 승산있는 카드로 평가받고 있다"며 "이제는 단순 제안서보다 실제로 얼마나 빠르게 전력화하고 장기간 운영할 수 있는지가 핵심 변수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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