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만에 터진 연습벌레의 한방…“버티고 또 버티면 기회는 옵니다”

용인=이종호 기자 2026. 5. 7.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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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데뷔 11년만 KPGA 첫 우승 최찬
QT 두 번 넘으며 시드 받아 우리금융 챔피언십 우승
“6시 기상 오후 7시까지 연습 후 취침전까지 빈스윙
나 보다 잘 하는 선수 따라잡는 유일한 방법은 연습
올해 ‘제네시스 대상’ 받아 PGA Q스쿨 진출권 따내
적지 않은 나이지만 해외 투어에 진출해보고 싶어”
최찬이 4월 28일 경기 용인의 88CC 연습장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당장 결과를 얻지 못해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버티고 또 버티면서 노력하다보면 반드시 큰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이번 저의 우승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많은 무명 선수들이 힘을 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올 4월 26일 경기 파주의 서원밸리CC에서는 한 무명 선수의 드라마가 펼쳐졌다. 프로 데뷔 11년차 최찬(29)이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총상금 15억 원)에서 우승한 것. 그가 이번 대회에서 벌어들인 우승 상금은 3억 원으로 그동안 프로에서 뛴 지난 4년 간 받은 통산 상금(약 1억 7514만 원)의 약 2배에 달한다.

경기가 끝난 이틀 후인 28일 경기 용인의 88CC 연습장에서 최찬을 만났다. 아직 첫 우승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는 “마지막 홀이 끝난 후 리더보드를 확인했는데 1위를 하고 있었다. 환호를 지르고 싶었는데 다음 조가 있어서 꾹 참았다. 스코어 카드를 제출하고 난 후 그린에 돌아와 동료들이 축하 물세례를 부어줬을 때 비로소 우승이 체감됐다”고 우승 순간을 되돌아봤다.

최찬은 다소 늦은 나이인 14세 때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했다. 2015년 18세 때 프로 자격을 따고, 2021년 퀄리파잉 토너먼트(QT)를 어렵사리 통과해 정규 투어 시드를 따냈다. 하지만 2022시즌 상금 랭킹 104위에 그치며 1년 만에 자격을 상실했다. 데뷔 초부터 이어진 허리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최찬은 “무리하게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다 허리 디스크 부상을 당했다”며 “부상 이후 샷감을 회복하기까지 고생을 많이 했다. 무게보다 훈련 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연습 방법을 바꾸니 지금은 부상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회복했다”고 전했다.

그는 투어 자격을 잃은 직후 사회복무요원으로 국방의 의무를 이행했다. 전역 직후인 2024년 다시 QT에 응시해 공동 33위로 2025시즌 KPGA 투어 재입성에 성공했다. 지난해 정규 투어와 챌린지(2부) 투어를 병행하며 챌린지 투어에서 두 차례 트로피를 들어올리기도 했다. 정규 투어에서도 톱10에 네 차례 진입했다. 그리고 올 시즌 두 번째이자 데뷔 후 32번째로 출전한 대회에서 마침내 정규 투어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연습 벌레’로 알려진 최찬의 손에는 굳은 살이 가득하다.

최찬은 프로 데뷔 후 2번의 QT를 거쳐 정규 리그에 진입했을만큼 힘든 시간을 보냈다. 긴 무명의 시간을 이겨내고 끝내 우승에 오른 비결은 뭘까. “끊임없는 연습인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주니어 시절 또래 선수들이 굵직한 대회에 나가 활약할 때 자신만의 루틴으로 연습에 매진했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1시간 가량을 뛰고, 7시반부터 저녁 7시까지 점심 시간 1시간을 제외하곤 연습만 했다. 집에 돌아가서도 자기 전까지 빈 스윙을 하는 것이 루틴이었다. 병역을 이행하는 동안에는 기술 훈련을 할 수 없었기에 기초 체력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투어 시즌에는 일요일까지 경기한 후 월요일 오전은 휴식을 취한 후 오후에는 샷과 퍼트 연습을 한다. 화요일은 하루 종일 연습, 수요일은 연습라운드를 한다. 그는 “잘하는 선수들을 따라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연습 뿐”이라며 “남들보다 한 번이라도 더 연습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목 받지 못하더라도 꾸준히 내가 해야할 연습을 해왔던 것이 이번 우승의 원동력인 것 같다”고 전했다.

최찬이 4월 26일 경기 파주의 서원밸리CC에서 열린 KPGA 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부모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KPGA

최찬은 오랜 시간 자신을 믿고 기다리며 지원해 준 가족들에게 특별히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항상 걱정보다 응원을 보내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특히 형에게 가장 고맙다. 부모님께서 운동 선수인 나를 보살피느라 세 살 위 형에 대해 신경을 많이 못 쓰셨다. 그런데도 형은 항상 잘하라고 응원해 줬다. 이런 가족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승자 최찬’이 있을 수 있었다”고 했다.

올 시즌을 시작하기 전 최찬의 목표는 제네시스 포인트 톱10 진입이었다. 하지만 시즌 초반 첫 우승을 거두면서 ‘제네시스 대상 수상’으로 목표를 높여 잡았다. 그는 “적지 않은 나이지만 해외 투어에도 나가보고 싶다. 올 시즌 남은 대회에서 최선을 다해 승수를 추가하고 제네시스 대상을 거머쥐어 특전으로 주어지는 PGA 투어 Q스쿨 최종전 진출권을 따는 게 올 시즌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용인=이종호 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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