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트닉 美 상무장관, ‘엡스타인 섬 방문’ 인정… 다시 도는 트럼프 2기 인사 시계
의회 청문회 소환 위기
‘엡스타인 파일’ 논란이 트럼프 2기 행정부 핵심 각료로 옮겨 붙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5일(현지시각) 하원 감독개혁위원회 비공개 속기 인터뷰에서 제프리 엡스타인과 관계를 2005년에 끊었다는 종전 해명과 어긋나는 사실을 인정했다.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로 2008년 유죄 판결을 받은 후, 복역 중 사망한 미국의 억만장자 금융가다.

이날 주요 매체들은 복수의 의원들 전언을 종합해 러트닉 장관이 하원 인터뷰에서 2012년 가족·친구들과 엡스타인 소유의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섬 집에서 짧은 점심 식사를 했다고 인정했다고 전했다. 러트닉 장관이 관계를 정리했다고 공언해온 시점이었던 2005년보다 7년 뒤다. 그는 왜 초대를 받아들였는지 의원들에게 끝내 설명하지 못했다. 야스민 안사리 민주당 하원의원은 러트닉 본인이 그 결정을 “설명하기 어렵다(inexplicable)”고 표현했다고 전했다. 러트닉 장관은 아직 엡스타인 관련 성범죄에 가담했거나, 관련 위법 행위로 고발·기소된 사실이 없다.
엡스타인 사건은 2019년 그가 추가 성매매 알선 혐의로 체포된 직후 구치소에서 사망하면서 일차 종결됐다. 그러나 빌 클린턴 전 대통령부터 영국 앤드루 전 왕자까지 그와 교류한 권력자 명단이 잇따라 공개되며 미국 정치권을 흔들 만한 뇌관으로 남아 있다. 의회는 지난해 11월 통과시킨 ‘엡스타인 파일 투명성법’에 따라 법무부 보유 자료 약 350만 쪽을 단계적으로 공개해 왔다. 러트닉 장관이 이날 하원 인터뷰에 오른 이유도 도마에 올해 1월 30일 추가 공개분에서 그가 2012년 엡스타인 섬을 방문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날 하원 의원들은 러트닉 장관의 2012년 방문을 일회성으로 정리하지 않았다. 정치 전문 매체 악시오스는 비공개 문답 내용을 아는 관계자를 인용해 러트닉 장관이 2005년부터 2019년까지 엡스타인과 근거리에 사는 실제 이웃이었다고 의원들에게 진술했다고 전했다. 러트닉 부부는 뉴욕 맨해튼 어퍼이스트사이드 71번가 타운하우스 이웃이 된 직후 엡스타인 자택을 10~15분가량 둘러보며 커피를 마셨고, 그 자리에서 훗날 엡스타인 성착취 범죄의 상징처럼 거론된 마사지 테이블도 목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트닉 장관은 2011년에도 엡스타인 맨해튼 자택 개보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그를 만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트닉 장관이 이번에 출석한 자리는 선서 증언(deposition)이 아니라 속기 인터뷰(transcribed interview)였다. 선서를 거치지 않았고, 영상 녹화도 이뤄지지 않았다. 수하스 수브라만얌 민주당 하원의원은 러트닉 장관에 대해 “회피적인 답변이 대부분으로, 긴장했고 정직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안사리 의원은 민주당이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을 되찾으면 러트닉 장관을 공개 청문회에 다시 부르거나 최소한 선서·영상 증언 형식을 갖춘 상태에서 다시 증언하도록 하겠다고 시사했다.
공화당 소속 제임스 코머 하원 감독개혁위원장은 영상 녹화 없이 진행한 결정을 따르면서도 “속기록 전문을 공개해 미국인이 러트닉 장관 신뢰성이 훼손됐는지 직접 판단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의회 허위 진술이 드러나면 중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트닉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 경제 실세로, 경제뿐 아니라 국무 전반에 걸쳐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손 역할을 하고 있다. 러트닉 장관이 엡스타인 사건 관련해 의회 청문회에 불려갈 경우 정치적 폭발력은 이전 장관들보다 클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들어 의회 청문에서 망신을 당한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장관을 3월 5일 경질했다. 엡스타인 파일 처리를 둘러싼 잡음이 가시지 않은 팸 본디 법무장관도 지난달 2일 해임했다. 이 때문에 러트닉 장관이 종전 진술과 어긋나는 답변을 한 것이 속기록으로 확인되는 순간, 트럼프 대통령의 인사 칼날이 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위원회는 이미 본디 전 장관을 이달 29일 청문회에 부른 상태다. 코머 위원장은 “본디 전 장관 청문은 영상 녹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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