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절제미 갖춘 기함의 품격, 제네시스 'G90 블랙'
MHEV의 여유로운 주행…후륜 조향·에어 서스펜션 탑재
체급 대비 적은 트렁크 용량과 활용성은 개선 필요

| 서울=한스경제 곽호준 기자 | 블랙으로 빚어낸 절제미가 존재감을 더욱 또렷하게 드러낸다. 제네시스 'G90 블랙'은 화려함보다 깊은 색조와 세련된 디테일로 플래그십 세단의 품격을 한층 끌어올렸다.

이렇듯 G90은 제네시스의 가치를 대표하는 모델이다. 단순한 대형 세단이라는 포지션을 넘어 브랜드의 방향성과 기술력을 집약한 결과물이다. 그런데 4세대 출시 시점인 2022년부터 현재까지 큰 변화 없이 연식 변경만으로 이어오고 있다. 그만큼 이 차의 완성도가 높다는 의미다. 이번에 소개할 G90 블랙도 그중 하나다. 안팎을 온통 블랙 컬러로 멋을 내 플래그십만의 중후함은 물론 남다른 존재감을 뽐낸다.
▲ 화려함 덜고 '블랙'만의 감성 더해…고급감·안락함 극대화


실내 역시 같은 맥락을 따른다. 전반적으로 화려한 장식보다 블랙으로 색감을 통일해 시선을 분산시키는 요소를 최소화한 구성이다. 덕분에 가죽, 우드, 금속 등 각기 다른 소재 본연의 질감과 마감 완성도가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스티어링 휠과 변속 다이얼 같은 사소한 버튼류까지 모두 동일한 톤으로 마감돼 플래그십에 걸맞은 정숙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여기서 고급감을 높이기 위해 어두운 원목 가니시, 세미 아닐린 가죽 시트, 곳곳에 정교한 퀼팅이 더해진 점도 눈에 띈다.



편의·안전 장비도 플래그십 모델답다. 탑승한 순간부터 여러모로 대접받는 기분이 절로 나는 풍성한 옵션을 자랑한다. 실제로 이 차에는 여태껏 현대차그룹이 선보인 웬만한 최첨단 기술이 몽땅 담겼다. 최고 수준의 정밀함을 자랑하는 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고급스러운 인포테인먼트, 다채로운 엔터테인먼트까지 그 어느 하나 부족한 것이 없다.
핵심 기능은 온전히 2열에 집중됐다. 시승차는 롱 휠베이스 버전(LWB)에서 맛볼 수 있는 '4인승 퍼스트 클래스 VIP 시트'가 탑재됐다. 강도를 4단계로 나눈 마사지 기능, 무려 3개나 배치된 터치스크린, 전동식 커튼 등 호화롭기 그지없다. 소위 회장님 전용석인 우측 뒷좌석은 'REST' 버튼을 누르면 안마의자의 무중력 자세로 누워 발 마사지까지 받을 수 있다. 무드 램프와 오디오, 실내 향기 등 승객의 감정 상태에 맞춰 제어하는 '무드 큐레이터' 기능까지 곁들이면 웬만한 초호화 리무진 부럽지 않다.
▲ 415마력 MHEV의 여유로운 질감…'성능'보다 정제된 주행 감각에 초점

이 파워트레인이 특별한 이유가 있다. 일반적으로 대용량 터보 엔진은 터빈에 압력을 채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른바 '터보랙(Turbo Lag)'이라 불리는 현상으로 통상 저회전 영역에서 응답성이 한 템포 느린 느낌이 든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제네시스는 전동식 슈퍼차저를 더했다. 이는 배기가스가 아닌 전기를 이용한 과급기를 의미한다. 트렁크 하단에 위치한 리튬 배터리에서 생성한 전기를 공급받아 부스트압을 2단계에 걸쳐 빠르게 생성해 터보랙을 최소화한다.

고속주행 안정감도 수준급이다. 초고속 영역에서도 노면을 안정적으로 붙들고 이전 세대에서 느껴졌던 좌우로 굽이치는 '롤' 현상도 눈에 띄게 줄였다. 하체의 셋업이 한층 진보됐다는 증거다. 더욱이 속도를 올릴수록 스티어링 휠과 서스펜션의 답력을 키워 노면 피드백을 선명하게 전달한다. 게다가 시속 110km를 넘기면 운전자 시트 사이드 볼스터와 안전벨트를 한 차례 더 옥좨 심리적 안정감까지 준다.


비결은 3개의 공기주머니를 품은 '멀티 챔버 에어 서스펜션' 조합에 있다. 단순히 노면에서 전달되는 자잘한 충격과 진동을 걸러내는 것만이 아닌 상황에 따라 차고를 알아서 오르내리고 최적의 강도를 확보한다. 가령 지하 주차장처럼 급경사나 내리막에선 범퍼가 바닥에 닿지 않게 전륜을 최대한 높이고 감쇠력을 단단하게 바꾼다. 고속에서는 차고를 낮춰 안정감을 높이고 험로에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훌쩍 높인다.
사실 길이 5.2m가 넘는 차를 모는 건 숙련된 운전자들도 꽤 부담스럽다. 이를 위해 제네시스는 '능동형 후륜 조향 기술'도 도입했다. 이는 중저속에서 뒷바퀴를 앞바퀴와 반대 방향으로 최대 4°까지 비틀고 고속에서는 동일 방향으로 2°까지 조향한다. 그래서 차체가 길고 크지만 다루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마치 차체가 뱀처럼 유연한 움직임을 보이며 회전반경이 중형차 수준으로 작아져 좁은 주차장이나 유턴할 때 상당히 편리하다.
▲ 트렁크 활용도 개선은 필수, 비교적 높은 가격은 부담


또 특별함이 부여된 만큼 구매 문턱은 꽤 높다. G90 블랙 가솔린 3.5터보 MHEV의 가격은 1억2960만원부터 시작한다. 시승차인 풀옵션 사양은 개별 소비세 3.5% 기준 1억3977만원이다. 시작가 기준 동일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일반 G90 모델과 비교하면 최대 2000만원 이상 차이난다. 다만 검은색을 더한 감성 요소를 넘어 소재와 마감, 주행 질감까지 플래그십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수긍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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