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에 농협이 없었다면…인구소멸 지역 지키는 ‘금융 거점’ 가보니
전라남도 곡성군 농협은행 곡성군지부 현장
인구 2만7000명 곡성의 ‘유일한 금융 창구’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자금 최대 5억, 1.5% 저금리
올해 ‘공공형 계절근로자’ 5000여명 일손 지원
![귀농 12년 차 빙진선 씨가 후계농 지원 정책자금을 통해 확충한 양액재배 시설에서 멜론을 돌보고 있다. 빙 씨는 농협의 금융 지원과 정책자금이 귀농 창업 기반 조성에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정호원 기자]](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7/ned/20260507145224633nyvs.jpg)
[헤럴드경제(곡성)=정호원 기자]#“입출금도 하고 적금도 부으러 은행에 왔죠. 과일꽃집을 운영하는데 일이 생기면 꼭 직접 찾아와요. 나이가 많아서 휴대폰으로 하는 건 도통 어렵게 느껴져서요.” 전남 곡성군에서 50년째 살고 있는 김옥심(72) 씨가 농협은행 번호표를 손에 쥔 채 말했다.
인구 2만7000여명의 곡성군은 인구감소지수 전국 5위인 대표적인 인구 소멸위험 지역이다. 서울에서 KTX로 3시간을 달려 도착한 곡성 시내에는 간혹 도로 위를 지나는 전동 휠체어를 탄 노인이 전부일 정도로 행인을 마주치기 어려웠다. 사람도, 청년도 귀하다 보니 지역 인프라도 턱없이 부족하다. 금융 서비스도 그중 하나다. 곡성군에는 농협은행만이 곡성군의 유일한 금융 창구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농촌 지역에서 은행은 단순한 금융기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고령층의 복잡한 금융 업무를 대행하고, 대면 상담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사랑방이자 생존 창구다. 하지만 지역으로 갈수록 금융 접근성은 떨어진다. 누구나 소외 없이 금융을 이용하도록 돕는 ‘포용금융’이 강조되는 이유다. 은행이라고는 농협은행이 유일한 곡성군 같은 경우 농협은행이 금융소비자들에게는 사실상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지난 4월 27일 전남 곡성군 NH농협은행 곡성군지부에서 고객들이 번호표를 뽑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이곳은 하루 평균 130여 명의 고객이 방문하는 지역 내 유일한 금융기관으로, 시중은행이나 지방은행이 없는 곡성군에서 핵심적인 ‘금융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정호원 기자]](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7/ned/20260507145224938fdpu.jpg)
▶적막한 거리 속 북적이는 은행, ‘금융 거점’ 역할=농협은행 곡성군지부 안은 거리의 적막함과 대조적으로 활기가 넘쳤다. 하루 평균 130여 명의 고객이 방문하는 이곳은 지역 내 독보적 ‘금융 거점’이다. 김 씨는 “은행 앱은 어렵고 보안 사고가 날까 무서운데, 직접 와서 얼굴 보고 처리하는 게 훨씬 마음 편하다”고 전했다. 고령층의 높은 대면 창구 의존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 20대 고객 역시 “앱이 편하긴 해도 증빙 서류 처리 등 복잡한 업무를 처리할 때는 오프라인 지점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 군 단위 지역 중 농협은행만 홀로 자리를 지키는 곳은 강원 평창·횡성, 경북 봉화·영덕 등 20곳(40개 점포)에 달한다.
곡성에서 20년째 인삼 농사를 짓는 마준희 씨는 “얼마 전 냉해 피해를 입었을 때 은행을 직접 방문해 농작물 냉해 피해 보험 처리까지 한 번에 해결했다”며 “농민과 밀착된 전문 서비스가 가까이에 있어 큰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전남 곡성의 한 농가에서 라오스 출신 계절근로자 낏다 씨와 브리아이 씨가 포도 순 따기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농협의 중개로 입국한 이들은 최장 7개월간 머물며 농촌의 ‘일손 가뭄’을 해결하는 핵심 동력으로 활약 중이다. [정호원 기자]](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7/ned/20260507145225248qlya.jpg)
▶‘일손 가뭄’ 해결사 자처…계절노동자 공급 주도 = 농협의 역할은 창구 안에서의 상담에만 머물지 않는다. 농촌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인 ‘인력난’ 해결에도 앞장서고 있다. 농협이 운영하는 ‘공공형 계절근로제’가 대표적이다. 정부·지자체가 외국인 노동자를 입국시키면 농협이 이들을 직접 고용해 하루 단위로 농가에 파견하는 사업이다.
농가에서 가장 절실한 것은 결국 ‘사람’이라는 점에서 착안한 사업이다. 농협에 따르면 올해 전국 142곳의 농협에서 5039명의 계절근로자가 일할 예정이다. 2022년 135명으로 시작한 사업 규모는 4년 만에 37배 넘게 급증했다. 농가가 하루 약 10만원 일당을 내면, 농협이 4대 보험 가입부터 숙식 관리까지 전담하고 직접 임금 정상지급까지 담당하기 때문에 농가 호응이 뜨겁다. 올해 곡성에는 90명의 라오스 인력이 들어와 5~7개월간 머물며 일손을 보탠다.
포도 순 따기 작업이 한창인 비닐하우스에서 만난 라오스 근로자 깃따 씨와 브아라이 씨는 능숙한 솜씨로 포도 꽃을 정리하고 있었다. 농장주 김성희 씨는 “한국인 인력은 일당 18만원을 줘도 구하기 힘든데, 농협이 검증된 인력을 연결해 주니 비용과 효율 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정책 자금 지원으로 ‘청년 농업인’ 꿈 키운다 = 농촌 소멸을 막기 위한 후계 농업인 육성 역시 농협은행의 핵심 과제다. 귀농 12년 차 빙진선 씨는 9년 전 ‘후계농’으로 선정돼 지원받은 정책 자금을 기반으로 양액 재배(수경 재배)시설을 구축했다. 빙 씨는 “초기 자금이 부족한 청년 농업인에게 연 1.5% 저금리의 정책 대출은 성장의 필수 발판”이라고 말했다.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자금은 가구당 최대 5억원까지 연 1.5% 저금리로 융자 지원된다. 농지 구매, 시설 설치 등 창업 기반 조성에 사용할 수 있으며, 신청은 농협은행을 통해 할 수 있다.
![샤인머스켓과 만감류 농사를 5년째 짓고 있는 김성희 씨 부부의 작업실 벽면이 영농 기록으로 가득하다. 농업인 교육 프로그램에서 배운 노하우를 빼곡히 적은 스케줄표와 공부 자료들이 빈틈없이 붙어 있다. [정호원 기자]](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07/ned/20260507145225624uwhl.jpg)
농협은 ‘농협청년농부사관학교’를 통해 전문 교육도 병행한다. 농협청년농부사관학교에서는 만 45세 미만 창농희망자를 대상으로 하는 4개월간의 장기 청년귀농 합숙 교육 과정을 제공한다. 김성희 씨의 딸 역시 먼저 귀농한 부모님의 뒤를 따라 귀농할 계획을 세우고 이곳에서 토마토 재배 기술을 익히고 있다.
김 씨는 “현재 딸은 토마토 과정을 교육받고 있는데, 토마토 재배를 할 때 스마트팜을 적극 도입하고 있어 여기서 착안해 추후 가족이 운영하는 만감류(수확 시기가 늦은 감귤류) 재배에도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열심히 키운 작물을 농협이 전량 수매해 주니 판매 걱정 없이 농사에만 전념할 수 있다”며 “딸과 함께 생산부터 가공, 체험을 아우르는 6차 산업을 일구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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