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냐 인간이냐, 기로에 선 오타니

‘투수’ 오타니 쇼헤이(32·LA 다저스)가 최고의 한 달을 보냈다. 시즌 첫 5차례 선발 등판에서 30이닝 동안 불과 4실점, 평균자책 0.60에 2승 1패로 3~4월 내셔널리그 ‘이달의 투수’로 선정됐다. 빅리그 입성 후 오타니가 이달의 투수를 차지한 건 처음이다. 수상 이후인 지난 6일 휴스턴전에도 7이닝 2실점 역투로 마운드 위에서 위력을 과시했다. 타자로 활약을 앞세워 최우수선수(MVP)를 4차례나 차지한 오타니가 이제는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영상까지 품에 안을 수 있다는 ‘대담한 전망’이 조금씩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타자’ 오타니는 딴판이다. 지난 2년 동안 109홈런을 때렸는데 올 시즌은 37경기 6홈런에 머물고 있다. 라이벌 에런 저지(15홈런·뉴욕 양키스)와는 벌써 10개 가까이 차이가 벌어졌다. 지난달 27일 시카고 컵스전 이후 7경기 연속 홈런 가뭄이다.
홈런뿐 아니다. 타격 페이스 자체가 바닥이다. 최근 7경기 타율이 0.192, 15경기 타율이 0.228이다. 지난달 30일 마이애미전부터 5일 휴스턴전까지는 단 하나의 안타도 때려내지 못하며 다저스 이적 이후 최장 기간 연속 무안타를 기록하기도 했다.
오래도록 잊고 있었지만, 오타니도 결국 인간이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디애슬레틱에 “(타격 슬럼프를) 결국 해결해 낼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지난 몇 년간 오타니를 계속 봐오다 보니 올 시즌 그가 얼마나 많은 걸 감당하고 있는지 충분히 체감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도 했다.
에런 베이츠 다저스 타격코치는 “아무리 오타니라도 투구를 함께 하면서 타격 슬럼프를 빠져나와야 하는 경험은 거의 없었다. 타자가 한번 흐름을 타면 몸부터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반대로 상태가 좋지 않다면 그걸 바꾸기 위해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한다”고 했다. 오타니 본인도 투구에 많은 에너지를 쏟다 보니 타격 슬럼프에서 빠르게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고 인정했다.

오타니가 투수로 규정이닝, 타자로 규정타석을 모두 넘긴 건 LA 에인절스 시절이던 2022시즌뿐이다. 그해 오타니는 평균자책 2.33에 15승 9패로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까지 기록했지만 타자로는 OPS 0.875에 그쳤다. 물론 훌륭한 성적이지만 MVP 수준에는 못 미쳤다.
이번 시즌 역시 마찬가지다. 풀타임 투타 겸업이라는 짐이 무겁다. 투수와 타자로 모두 최고의 성적을 내며 MVP와 사이영상 동시 석권한다는 건 난도가 훨씬 더 높다.
최근 몇 차례 선발 등판에서 오타니는 타자로는 아예 나서지 않았다. 앞으로도 선발 등판 경기는 투구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조금이라도 부담을 줄이려는 방편이다.
오타니는 7일 휴스턴전 4타수 2안타를 때려내며 긴 침묵을 깼다. 홈런은 없었지만 일단 안타를 때려냈다는 게 의미가 있다. 이날까지 오타니는 타자로 타율 0.248에 OPS 0.831, 투수로 평균자책 0.97에 2승 2패를 기록 중이다. 오타니가 아니고선 상상할 수 없는 숫자지만, 오타니이기 때문에 아직은 부족한 기록이기도 하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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