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당국 장벽에 대규모 손실”···印尼서 고전하는 시중은행
KB뱅크, 여전히 적자···신한도 코로나 전후로 부진
'현지 당국 리스크'커···국내 직원 파견 규모도 제한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시중은행이 인도네시아에 적극적으로 진출했지만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시중은행의 현지 법인들이 잇달아 대규모 손실을 입은 것이다. 투자를 많이 늘린 만큼 현지 금융당국이 세운 보이지 않는 '장벽'에 대한 부담이 커진단 지적이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인도네시아 법인 우리소다라은행은 올해 1분기 약 138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작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기 전 우리소다라은행이 거두던 연간 순익의 두 배 가까운 금액을 비용처리 한 것이다. 올해 흑자전환은 그만큼 어렵단 의미다.
그 결과 모기업인 우리금융지주의 연결 순익도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했다. 대손충당금은 금융지주와 은행이 주식, 채권, 대출채권 등 보유한 금융자산에서 발생할 손실을 미리 파악해 비용으로 적립하는 회계 계정이다.
우리소다라은행이 주력 상품으로 삼았던 개인연금대출이 문제가 된 탓이다. 지난해 상반기 이 은행의 전체 이자수익 중 절반 이상이 이 대출에서 나왔다. 연금대출은 공무원, 군경 등의 연금을 담보로 삼는 대출 상품이다. 담보가 비교적 확실하기에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대출 보증을 서는 현지 기관들의 건전성 우려가 커지자 대출을 내준 우리소다라은행도 부실 가능성을 미리 반영해 충당금을 적립한 것이다.
지난해엔 대출 사기로 홍역을 치렀다. 현지의 중견 수출기업이 가짜 신용장을 통해 약 1100억원의 대출금을 우리소다라은행에서 받아 간 것이다. 이 금액이 손실로 처리되면서 지난해 우리소다라은행은 74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년 동안 개인·기업금융 모두에서 대규모 손실을 입은 셈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신용장 사기 사건과 이번 연금대출 부실 사태에 대해선 모두 손실을 예측하고 미리 비용으로 반영했다"라면서 "이에 향후 각 사건의 결과에 따라 인식했던 비용이 크게 줄어들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도 인도네시아에서 고전 중이다. 지난 2020년 현지 부코핀은행을 인수한 후 간판을 KB뱅크로 바꿔 달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계속 적자만 봤다.
KB뱅크가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이유는 부실채권 때문이다. 부코핀은행이 이미 대규모 부실채권을 안고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국민은행은 인수 후 부실채권에 대한 충당금을 쌓았고, 비용은 불어났다. 더불어 부실채권을 처분하는 것에도 집중하는 등 KB뱅크는 경영 정상화 작업도 계속 이어졌다. 그만큼 새로운 경영 전략을 추진할 여력도 부족했다.
인도네시아에서의 부진은 국내 은행 중 글로벌 사업 '리더' 격인 신한은행도 피해가지 못했다.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은 2020~2021년에 영업권에 대한 손상차손으로 총 463억원의 손실을 인식했던 것이다. 그 결과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의 영업권은 사라졌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6년 현지 은행 두 곳을 사들여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을 세웠다. 당시 두 은행을 높은 가격에 사들인 결과 영업권을 인식했지만, 이는 모두 손실로 돌아왔다.
그간 시중은행은 인도네시아를 '약속의 땅'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진출했다. 인도네시아는 인구가 약 2억8000명으로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이다. 게다가 젊은 인구 비중이 높아 예금·대출 수요가 큰 곳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국내 제조 대기업이 인도네시아 진출에 속도를 내면서 국내 은행도 인도네시아 투자를 늘렸다.
시중은행이 인도네시아에서 고전한 핵심 이유론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이 꼽힌다. 현지 당국이 자국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는 외국계 은행에 불리하게 규제를 적용하고 관리·감독을 한단 것이다. 특히 외국 은행이 현지 은행을 인수할 때는 우량 은행과 더불어 부실 은행을 함께 인수하는 조건으로 인수합병(M&A) 인가를 내주는 점이 문제다. 대규모 부실채권을 떠 안고 사업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도네시아 당국은 현지에 국내은행 직원을 파견할 수 있는 규모까지 제한한다. 당국이 자국민의 고용 규모를 늘리기 위해 이 같은 규제를 시행하는 것이다. 이에 시중은행은 적은 수의 인원으로 현지 법인에 선진적인 리스크 관리 및 내부통제 체계를 도입하기가 더욱 어렵다고 토로한다. 인도네시아 출신 직원을 교육해서 이를 시행하기엔 한계가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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