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으로 통행료 받겠다는 이란…한국 수출기업, 중대 제재 리스크 살펴야”
“가상자산, 제재 국가의 우회로로 진화”
이란혁명수비대, 작년 가상자산 30억달러 수취
“韓 해운·은행권, 美 2차 제재 리스크 주의해야”

6일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기업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의 케이틀린 마틴 선임 연구원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국가 주도의 ‘디지털 결제 관문’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이 상업용 선박을 대상으로 가상자산 통행료를 실제로 징수하기 시작한다면 글로벌 금융 및 무역 시스템에 전례 없는 파장이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이후 가상자산 시장에서 비트코인이 지정학적으로 중립적인 자산으로서의 입지가 재확인됐지만 체이널리시스는 실제로는 테더(USDT)와 같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주로 사용될 것으로 분석했다.
마틴 선임 연구원는 “상업용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려면 가격 안정성이 필수적인데 비트코인의 변동성은 대규모 일상 결제에 부적합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 이란, 북한 등 제재 대상국들이 달러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달러 결제망에 접근하지 않고도 달러 가치에 접근할 수 있는 대안 경로를 찾고 있는 것”이라며 스테이블코인이 이들의 실용적 도구가 되었다고 짚었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은 발행사가 사법 당국의 요청으로 자금을 동결할 수 있는 중앙화된 가상자산이라는 내재적 위험이 있다. 실제로 최근 이란 중앙은행 소유로 추정되는 3억 4400만달러 규모의 스테이블코인 지갑이 동결 조치를 받기도 했다.
마틴 선임 연구원는 “가상자산은 이제 IRGC의 핵심 금융 인프라이며 이들은 고도화된 자금 세탁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체이널리시스가 제시한 30억달러는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 등이 제재한 일부 주소만을 추산한 최소 수준으로 향후 은닉 네트워크가 추가로 드러나게 된다면 이란 혁명수비대의 자금 세탁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또한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온체인 거래량이 폭증하는 패턴도 확인됐다. 2024년 1월 케르만 폭탄 테러, 2024년 10월 이스라엘 미사일 공격, 2025년 6월의 이스라엘·이란의 12일 전쟁, 2026년 2~3월 미·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시기에 이란 내 가상자산 활동이 급증했다.
마틴 선임 연구원는 “한국 은행이나 기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무역 금융이나 보험을 제공할 경우 제재 대상 기관에 대한 결제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만으로도 OFAC의 포괄적 제재를 위반할 중대한 위험이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거래 상대방에 대해 ‘강화된 고객확인의무(EDD)’를 수행하고 블록체인 기반의 제재 스크리닝 역량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의 루블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인 A7A5(933억달러 규모)와 이란 IRGC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미 OFAC의 제재 대상 기관 거래량이 전년 대비 694%나 급증했다.
마틴 선임 연구원는 이를 “달러 기반 결제 시스템에 대한 구조적 도전이라기보다는 전통 금융 채널에서 단절된 행위자들이 빠르게 발전시킨 전술적 우회로”라고 평가했다. 이들 역시 궁극적으로는 달러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마틴 선임 연구원는 이를 막기 위해 “각국 정부가 무역 결제에 쓰이는 가상자산을 제재 지침에 명시하고 테더나 서클 등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사법당국과 공조해 자금을 적극적으로 동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끝으로 그는 한국 금융당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틴 선임 연구원은 “아시아에서 한국이 선도적으로 가상자산 기반 무역 결제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규제 당국과 분석 기업 간의 정보 공유 메커니즘을 주도한다면 아태지역 규제 프레임워크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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