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환 “현장을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가 피지컬 AI 성패 좌우” [SFF 인터뷰]
“韓 기업 피지컬 AI 기반의 제조 혁신에서 강점 많아”
(시사저널=송응철 기자)

기계의 차가운 굉음과 반복적인 움직임이 지배하던 공장에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인 박동이 뛰고 있다. 정해진 명령만을 묵묵히 수행하던 과거의 자동화 공장은 이제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거대한 유기체로 변모하고 있다. AI(인공지능)는 전체 공정을 통제하는 '두뇌'가, 첨단 설비와 로봇은 이를 현실에 구현하는 '근육'이 된다.
거대한 질서의 재편을 맞이한 지금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김승환 LG AI연구원 피지컬 인텔리전스 랩장은 그 해답을 쥐고 있는 인물 중 하나다. 그는 '누가 더 큰 AI 모델을 만들었느냐'보다 '누가 현장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느냐'가 글로벌 피지컬 AI 경쟁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피지컬 AI 기반의 제조 혁신에는 공정 노하우와 숙련된 현장 지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아래는 김 랩장과의 일문일답.
산업 현장에서 기존 로봇 자동화와 피지컬 AI의 지능화의 차이는.
"자동화된 산업용 로봇은 '정해진 환경'에서 반복하는 기술이다. 규격화된 공정 안에서 입력된 명령대로만 움직이기 때문에 작업 대상의 위치가 조금만 바뀌거나 예외 상황이 발생하면 작동을 멈춘다. 즉, 인간이 미리 설계한 시나리오대로만 동작한다. 피지컬 AI의 지능화는 '예상치 못한 환경'에 적응하는 기술이다. 시각·촉각 센서로 물리 공간 및 실시간 상황을 인지하고 스스로 판단하여 최적의 동작을 생성한다. 정해진 궤적을 따르는 게 아니라 처음 마주하는 물체나 비정형화된 공간에서도 인간처럼 유연한 대응이 가능해진다."
피지컬 AI를 기존의 설비와 충돌 없이 융합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산업 현장에서의 피지컬 AI는 기존처럼 자동화에 맞춰 작업 환경 자체를 바꾸는 방식이 아니라, 현재 사람이 작업하고 있는 공간에 로봇이 자연스럽게 적응해 협업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핵심은 환경을 표준화하는 것이 아니라 로봇이 다양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로보틱스 파운데이션 모델(Robotics Foundation Model·RFM) 기술을 확보하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RFM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나.
"실제 제조 현장에서 축적되는 작업 데이터와 함께 숙련공의 작업 노하우, 판단 기준과 같은 유·무형의 자산을 데이터화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기존 설비와 AI 시스템 간의 연동을 위한 센서 인프라, 데이터 수집 체계, 실시간 제어 환경 등을 단계적으로 고도화하는 작업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산업 현장에서는 AI의 할루시네이션이 사고나 비용 손실로 직결될 수 있다. 이를 통제하고 검증하기 위한 방법은.
"물리적 현장의 할루시네이션은 곧 실질적인 사고를 의미한다. LG AI연구원은 '자율적 지능'을 '결정론적 가드레일' 내에서 운용하는 엄격한 거버넌스를 적용한다. AI는 '최적의 판단'을 내리고, 거버넌스는 '물리적 안전'을 확정하는 신뢰 구조를 통해 오차 없는 현장 구현이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우리 기업이 글로벌 빅테크와의 피지컬 AI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면.
"현재 글로벌 피지컬 AI 시장은 일부 빅테크 기업들이 연구 단계의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하지만 피지컬 AI 기반의 제조 혁신에서는 오히려 한국 기업들이 강점을 가질 수 있는 영역이 많다고 생각한다. 반도체, 전자, 조선 등 국가 주력 산업에서 수십 년간 축적해 온 공정 노하우와 숙련된 현장 지식은 단기간에 모방하기 어려운 독보적인 자산이기 때문이다. 결국 제조 AI 시대에는 '누가 더 큰 모델을 만들었는가'보다 '누가 현장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LG그룹 계열사들의 제조 현장 데이터가 피지컬 AI 모델 고도화의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의 경우 다양한 계열사와 수십 년 동안 쌓아온 제조업 데이터를 활용해 공장 자동화나 향후 홈 로봇과 같은 실제 적용 환경과 연계하면서 이런 데이터를 점진적으로 확보하고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LG AI연구원의 향후 목표는.
"LG AI연구원은 LG 계열사의 제조 현장을 AI 기반으로 혁신해 궁극적으로 'AI 네이티브 팩토리(AI Native Factory)'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단순히 일부 공정을 자동화하는 수준을 넘어 물류·생산 공정·품질 검사 등 제조 전 과정에 에이전틱 AI를 적용해 스스로 판단하고 운영하는 자율형 생산 체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또 기존 자동화 설비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인간 중심의 작업 영역은 휴머노이드 로봇과 피지컬 AI 기술을 통해 해결함으로써 사람과 AI·로봇이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차세대 제조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 기업이 피지컬 AI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제안을 해달라.
"피지컬 AI 시대를 대비해 기업들이 가장 우선으로 준비해야 할 것은 결국 '데이터 인프라 구축과 현장 실증'이라고 생각한다. 제조 현장 곳곳에 흩어져 있는 작업 데이터와 숙련자의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수집·표준화하고, 로봇이 실제 작업 방식을 학습할 수 있는 실무형 데이터셋을 확보해야 한다. 피지컬 AI는 단순한 언어 데이터만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실제 환경에서의 행동 데이터와 반복 학습이 핵심이다. 따라서 이를 뒷받침할 전용 인프라가 필요하다. 피지컬 AI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변수와 예외 상황을 경험하며 고도화되는 만큼 조기 실증과 반복적인 개선 경험 자체가 경쟁력이 될 수 있다."
2026 시사저널 미래 포럼(SFF)이 오는 5월26일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개최됩니다. '말하는 AI'를 넘어 '움직이고 실행하는 AI'의 시대로 진입하면서, 지능은 화면을 벗어나 현실을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피지컬AI와 에이전틱AI가 산업과 경제의 운영 구조 자체를 재편하고 있는 지금, 새로운 경제 질서가 구축되고 있습니다. SFF는 'AI 대전환'의 현장을 입체적으로 조망하고, 미래 전략을 모색하는 공론의 장이 되고자 합니다. 포럼에 앞서 국내외 AI 선도 기업과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인사이트를 미리 들여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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