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 초고압송전탑 공사장, 26곳 중 10곳 ‘산사태 위험’

김규원 기자 2026. 5. 7.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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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신가평 500㎸ 초고압직류송전선로'(HVDC) 건설 구간에서 송전탑 건설이 끝난 경북 울진의 공사 현장 26곳 중 10곳의 지반이 갈라지고 밀리고 쓸리는 현상이 일어났다.

7일 녹색연합은 지난 4월15일~5월4일 사이 '동해안~신가평 500㎸ 초고압직류송전선로' 공사 구간 가운데 송전탑 건설과 산림 복구가 끝난 26개 현장을 찾아가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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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 “공사 중단하고 경사면 안정성 평가·주민 대피 훈련해야”
경북 울진 북면의 21호 송전탑 공사 현장에서 경사면이 무너져 송전탑 기초 부분이 드러났다. 녹색연합 제공

‘동해안~신가평 500㎸ 초고압직류송전선로’(HVDC) 건설 구간에서 송전탑 건설이 끝난 경북 울진의 공사 현장 26곳 중 10곳의 지반이 갈라지고 밀리고 쓸리는 현상이 일어났다. 녹색연합은 다가오는 장마철에 산사태 우려가 크다며 이 공사 현장 아래 3개 마을 50가구 주민을 대상으로 산사태 대비 훈련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7일 녹색연합은 지난 4월15일~5월4일 사이 ‘동해안~신가평 500㎸ 초고압직류송전선로’ 공사 구간 가운데 송전탑 건설과 산림 복구가 끝난 26개 현장을 찾아가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를 보면, 경북 울진군 북면 일대의 26개 공사 현장 가운데 10곳에서 지반의 갈라짐과 밀림, 쓸림이 일어나 산사태 위험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이곳은 경북 봉화와 울진, 강원 삼척에 건설되는 ‘동해안~신가평 500㎸ 초고압직류송전선로’의 현장 가운데 일부다. 이 송전선로 사업의 전체 길이는 230㎞이고, 송전탑 숫자는 436개다. 앞서 녹색연합은 지난 4월16일 이 가운데 37곳에서 불법적인 산림 훼손과 소규모 산사태가 일어났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 산림청은 37곳에 대한 복구·보강 공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경북 울진 북면의 17호 송전탑 공사 현장 아래로 흙의 쓸림이 나타났다. 녹색연합 제공

녹색연합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공사가 끝난 21호 송전탑 부근은 땅이 내려앉고 밀려 내려가는 모습이 확인됐다. 성토 경사면의 상부엔 길이 20m에 걸쳐 3~5㎝ 너비의 균열이 발생했는데, 이는 지반 내부에서 이미 밀림이 시작된 것이라고 녹색연합은 밝혔다. 이 경우 다음달 장마가 시작돼 강한 비가 오면 500톤 이상의 토사가 계곡을 따라 하류로 쓸려내려 갈 우려가 있다. 여기서 900m 아래엔 다섯 채의 민가가 있다.

녹색연합은 또 22호 송전탑 주변은 지반이 갈라지는 속도가 매우 빨라 위험이 크다고 했다. 지난 4월29일 2~3㎝였던 땅의 균열 너비가 5일 만인 5월4일엔 10~15㎝로 5배가량 커졌다. 강한 비가 오면 성토부가 무너져 300m 아래 생활 도로로 쏟아져 내릴 우려가 있다. 또 40도 이상 급경사지에 건설된 26호 송전탑도 토석류(흙돌쓸림)가 뚜렷했다. 송전탑 27호부터 31호까지는 여러 훼손지가 하나의 계곡으로 모이는데, 이미 5곳에서 흙돌쓸림이 일어난 상태였다. 강한 비가 오면 이런 쓸림이 산사태로 커질 우려가 크다고 녹색연합은 밝혔다. 이 계곡에서 6㎞ 아래엔 울진의 대표 관광지인 구수곡자연휴양림이 있다.

울진에선 현재까지 31곳에서 송전탑 공사가 이뤄졌고, 이 가운데 26곳은 송전탑 건설을 마치고 산림 복구 중이다. 그런데 이렇게 10여곳에서 지반의 갈라짐과 밀림, 쓸림이 나타난 것이다. 녹색연합 서재철 전문위원은 “북면 산림 대부분이 2022년 3월 산불 피해지여서 지반이 약해진 상태다. 공사 기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빠른 속도로 공사를 하다 보니 더욱 위험한 상태가 됐다. 현재 이 일대에서 산사태 우려 마을은 3곳이며, 인근에 50가구 정도가 살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울진 북면의 19호 송전탑 공사 현장에서 흙이 세 군데로 쓸려내려 갔다. 녹색연합 제공

녹색연합은 이번에 조사한 울진군 북면과 함께 경북 봉화군 춘양면·소천면·석포면, 강원 삼척시 가곡면을 송전탑 건설 공사로 인한 산사태 위험 지역으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이 지역의 공사 현장을 안정시키려면 돌이나 콘크리트를 사용해 옹벽을 쌓아야 하고, 집중호우 때 견딜 수 있게 배수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상태라면 장마철 전에 구수곡휴양림에 대한 이용 제한이나 폐쇄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 전문위원은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는 현재 진행 중인 송전탑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전체 송전탑 공사 현장 436곳에 대해 경사면 안정성 평가를 해야 한다. 또 자동기상관측망 등을 활용해 비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위험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산사태에 대한 교육과 대피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후부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지난 4월 문제점을 파악한 이후, 산림청, 한전 등과 함께 대책을 마련해 복구 중이다. 안전에 문제가 없도록 비가 많은 여름철 전에 복구를 완료하고 철저히 안전 관리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송전탑 공사를 맡은 한전 쪽은 “녹색연합이 문제를 제기한 송전탑 현장은 아직 복구 공사가 끝나지 않았고, 현재 공정률 50% 정도로 진행 중이다. 주민 피해가 우려되는 곳은 비상 연락망 구축과 순찰조 운영 등 대책을 마련해 5월 중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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