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으로 벌어도 못 썼다”… 수익 나면, 집 보러 갔다

제주방송 김지훈 2026. 5. 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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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분석 “1만 원 벌어도 소비는 130원”
무주택 가계.. 수익 70% ‘부동산’ 이동


주가는 올랐지만 식당가는 비어 있었고, 자영업 현장에서는 “경기가 돈다는 느낌이 없다”는 말이 반복됐습니다.

한국은행이 7일 공개한 분석에서 그 이유가 꽤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가계는 주식으로 1만 원을 벌어도 실제 소비에는 130원 정도만 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돈이 시장으로 퍼지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대신 상당수가 다시 부동산으로 향했습니다.

■ 증시 뛰었는데 소비는 왜 잠잠했나

한국은행 조사국 거시분석팀은 이날 발표한 ‘우리나라 주식 자산효과에 대한 평가’ 이슈노트를 통해 국내 가계의 주식 자산효과가 주요 선진국보다 크게 낮다고 분석했습니다.

2012년부터 2024년까지 가계금융복지조사 패널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국내 가계는 주식 자본이득의 약 1.3%만 소비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가 상승으로 자산이 1만 원 늘어나도 실제 소비는 약 130원 증가하는 수준이었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미국과 유럽 주요국은 자본이득의 3~4%가 소비 증가로 이어졌고, 일본도 2%대였습니다. 한국은 그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증시는 뜨거웠는데 내수 현장은 왜 차가웠는지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 무주택자는 “생활비”보다 “집값”을 먼저 떠올려

가장 눈에 띄는 건 무주택 가계였습니다.

한국은행은 무주택 가계의 경우 주식 투자로 얻은 자본이득 가운데 약 70%가 부동산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주식으로 돈을 벌어도 외식이나 여행, 소비 확대로 이어지기보다 집값 대응 자금으로 축적했다는 뜻입니다.

결국 한국에서 주식 수익은 “생활이 좀 나아졌다”는 감각보다는 “지금 안 모으면 집에서 더 멀어진다”는 압박으로 다가온 것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서울 집값 급등 경험이 반복되면서 자산시장 안에서도 부동산 우선 심리가 더 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주식은 돈을 불리는 공간이었고, 부동산은 결국 도착해야 하는 목표처럼 작동했습니다.

■ “벌어도 불안”… 한국 증시의 낮은 신뢰

국내 투자자들의 소비 반응이 약했던 배경에는 증시에 대한 불안감도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 증시의 월평균 기대수익률은 미국의 6분의 1 수준에 그쳤고, 변동성은 더 컸습니다.

상승장이 이어질 확률과 지속 기간 역시 미국보다 낮았습니다.

가계 입장에서는 지금 번 돈도 언제든 다시 줄어들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한국은행 역시 가계가 주가 상승에 따른 자산 증가를 구조적인 변화보다 “되돌려질 수 있는 일시적 수익”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래서 번 돈을 소비로 돌리기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여긴 부동산으로 이동시키는 선택이 반복됐다는 설명입니다.


■ 한국 경제... “얼마 버느냐”→“집에서 밀려나지 않느냐”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경제에는 묘한 장면이 이어졌습니다.

증시는 오르는데 소비는 차갑고, 자산은 늘었다는데 체감경기는 무겁다는 반응이 반복됐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그 흐름의 배경을 보여줍니다.
돈이 사라진 게 아니라 소비시장으로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특히 집이 없는 계층일수록 소비보다 주거 불안 대응이 먼저였습니다.

무엇을 더 살까보다, 지금 위치에서 밀려나지 않을 수 있을까가 먼저 움직이는 사회에 가까워졌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 “코스피 상승=내수 회복” 공식 흔들려

한국은행은 최근 AI 산업 중심의 증시 강세와 주식시장 참여 계층 확대가 이어질 경우 앞으로 자산효과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실제 지난해 코스피 상승률은 75.6%에 달했고 가계 주식 자본이득 규모는 과거(2011~2024년) 평균의 22배 수준인 429조 원으로 집계되기도 했습니다.

동시에 경고도 내놨습니다.

최근 늘어난 신용융자와 이른바 ‘빚투’는 주가 하락장에서 자산 가치 감소에 따른 소비 위축과 부채 부담을 동시에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오를 때 소비 효과는 약했지만, 떨어질 때 충격은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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